최근 독일 소비 시장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이 신중한 소비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감성적 소비, 디지털 전환, 건강/웰빙 중시, DIY 문화의 확산 등 새로운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 소비자 심리: 불안과 기대의 교차점

독일 소비자들의 현재 심리는 깊은 불안감 속에서도 일말의 기대감이 엿보이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들은 이러한 심리를 반영하며, 비자들이 미래 전망보다는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소비자 심리를 대표하는 GfK 소비자심리지수(GfK-Konsumklima-Index)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20.8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월 수정치인 -24.3포인트보다 3.5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일부 회복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여전히 깊은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또한 독일 소매연합의 소비자경기지수(HDE Konsumbarometer)는 2025년 5월 기준 96.10포인트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월(96.02포인트) 대비 0.08포인트 소폭 상승한 수치다. 이는 소비자 기대가 다소 개선됐음을 시사하지만, 여전히 평균 이하의 보수적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 독일 소비자 심리 지수 추이>

(단위: p)

* 주: 6월 수치는 전망치

[자료: 연방통계청]

한편, 2025년 6월 전망에 따르면 GfK 소비자심리지수는 -19.9포인트, HDE 소비자경기지수는 97.35포인트를 기록하며 각각 전월 대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 기대심리가 다소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GfK 지수는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고, HDE 지수 역시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고 있어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양 지표 모두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부정적인 소비심리가 구조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GfK 조사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경제 기대치와 소득 기대치는 각각 13.1포인트와 10.4포인트로 전월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구매 의향은 -6.4포인트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저축 성향은 10.0포인트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희망을 일부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불확실성과 구조적 우려로 인해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소비자들 사이에는 "경제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는 있으나, 현재는 지출을 늘리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는 신중한 소비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 불확실성

독일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대외적 불확실성과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단일 원인이 아닌 복합적이고 상호 연계된 방식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심리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

NIM(Nürnberg Institut für Marktentscheidungen, 뉘른베르크 소비연구소)의 소비 전문가 롤프 뷔르클(Rolf Bürkl)은 "소비자 심리는 여전히 매우 낮으며,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현재의 위축된 심리를 요약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독일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외적 불안 요인은 독일 내수경제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소비심리의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고물가 상황의 장기화는 독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지속적으로 저하시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경영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생필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해 선택적 소비를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필수 지출 외에는 지갑을 닫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환경에 더해, 2022년 10월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던 소비자심리와 팬데믹, 에너지 위기 등 연이은 충격은 독일 소비자들에게 보다 신중한 소비 태도를 자리 잡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낮은 구매 의향 역시 단기적 경기 요인보다는, 이와 같은 위기 경험이 누적되며 형성된 구조적 심리 변화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반복된 불확실성 경험과 그에 따른 소비자의 방어적 태도는 소비 지출에 대한 결정 과정에 구조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소비 시장 트렌드: 선택적 소비 절제, 가치 소비 그리고 AI 활용

경제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소비 심리 변화는 독일 내에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 양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지출을 보다 신중하게 조정하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기반한 소비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은 AI를 활용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 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① 선택적 소비 절제

독일 가계는 계속되는 경제적 부담 속에서 소비 지출 구조를 재정비하며 일종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 항목 간 우선순위가 분명해지고 있으며, 식료품이나 주거비 같은 필수 항목에 대한 지출은 증가하는 반면, 외식·여행·엔터테인먼트 등 비필수 항목에 대한 소비는 과감히 줄이는 ‘선택적 소비 절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에 따르면, 총 가계 소비 지출은 약 2조1495억 유로에 달하며, 이 중 ‘주거·수도·가스·연료’ 항목이 4972억 유로(23.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기타 상품 및 서비스’ 4187억 유로(19.5%), ‘교통’ 3872억 유로(18.0%), ‘식료품·음료·담배’ 3048억 유로(14.2%), ‘여가·문화·교육’ 2276억 유로(10.6%)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 가계가 주거, 식료품, 교통 등 생존 및 일상생활에 밀접한 항목에 소비를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독일 가계 소비 지출 항목별 현황>

(단위: 십억 유로, %)

[자료: 연방통계청]

이러한 지출 구조는 가용 소득 감소와 생필품 가격 상승이라는 복합적 환경 속에서 더욱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필수재에 대한 지출을 최우선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외식이나 여가 활동 등 임의 소비 항목에서는 지출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AlixPartners의 2025년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소비자들이 필수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외식, 여행, 문화생활 등 선택적 지출을 축소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줄이려는 지출 항목도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지출 삭감 목록(Streichliste)’ 상위 항목에는 전자제품, 레저용품, 주택 개보수 및 정원용품(Baumarktartikel)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일시적인 소비 위축이 아니라, 경제적 불확실성과 고정비 부담 속에서 소비자들이 지출 우선순위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② 독일 소비자 구매 행동, ‘절제 속 감성적 가치 소비’로 변화

그런데 최근 독일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신중한 소비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개인적 만족과 가치 실현에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과감하게 지출하는 양면적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체적인 지출은 통제하지만, 개인적 만족과 가치 실현에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23~2024년 소비자 행동 변화>

(단위: %)

* 주: 총 3000명 대상, 긍정적으로 응답자(전적 동의+ 대체로 동의)의 비율만 표시

[자료: IFH Köln]

IFH 쾰른(IFH Köln, 쾰른 상업연구소)이 2023년 10월 3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3년 독일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은 명확한 절제 패턴을 보였다. 응답자의 79%가 '더 신중하게 구매한다', 67%는 '충동구매를 피한다'라고 답해, 높은 물가와 경제 불확실성이 소비자들의 지출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주: 해당 설문조사는 2023년 10월과 2024년 7월에 독일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각 두 차례 실시. 2023년 조사는 2024년 1월에 「변화하는 구매 행동과 소비 트렌드(Kaufverhalten und Konsumtrends im Wandel)」라는 제목으로, 2024년 조사는 「2024년 소비자 구매 행동: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구매가 230억 유로 증가 (Kaufverhalten 2024: Emotionale und spontane Käufe wachsen um 23 Milliarden)」라는 제목으로 9월에 발표

그러나 이러한 신중한 소비 기조 속에서도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2024년 9월 발표된 후속 조사에 따르면, 충동구매를 의식적으로 줄이려는 경향이나 브랜드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태도가 이전보다 소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전반적인 지출은 신중하게 관리하면서도, 개인적 가치와 만족을 주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소비(Emotionale und spontane Käufe)를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IFH 쾰른의 대표(Managing Director) 카이 후데츠(Dr. Kai Hudetz) 박사는 KOTRA 함부르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경제적·사회적 위기로 인해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구매는 더욱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가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감성적 요소나 특별한 유인이 있을 경우 충동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후데츠 대표는 이러한 감성적 소비 경향이 단기적인 반응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독일 소비재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독일 소비 시장이 가격 중심의 소비 경향이 뚜렷한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는 제품의 품질, 서비스, 지속 가능성과 같은 가치 요소가 다시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감성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소셜미디어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판매자에게 고객 중심주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채널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독일 소비자들은 신중한 소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감정적 만족이나 개인적 가치와 관련된 제품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양가적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브랜드와 유통업체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감성적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③ 디지털 소비와 AI 활용을 통한 소비 방식의 진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독일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및 생필품 구매가 급증했으며, 이러한 온라인 구매 경험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소비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높은 재이용률과 서비스 충성도를 보이며, 이는 디지털 소비 행태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IFH 쾰른의 후데츠 대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구매 전환은 계속되겠지만, 과거(팬데믹 시기)처럼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에는 ChatGPT, Copilo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가 소비자의 구매 여정에서 점차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lixPartners는 향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 탐색, 기능 및 가격 비교, 구매 추천은 물론 예산 관리 전략 실행에도 AI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AI 활용 흐름은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Capgemini Research Institute의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 2025(Consumer Trends Report 2025)」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의 78%는 쇼핑 경험에 AI 기술이 통합되기를 바라고 있으며(전 세계 평균 71%),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고도로 개인화되고 원활한 디지털 경험에 대한 선호도가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독일 소비자의 AI 활용 트렌드>

(단위: %)

[자료: Capgemini Research Institute/Markenartikel Magazin 재인용]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검색할 때 독일 소비자의 59%가 이제는 기존 검색 엔진 대신 생성형 AI 챗봇을 사용하고 있으며(전 세계 평균 58%), 독일 소비자의 69%는 생성형 AI 챗봇이 온라인 검색 엔진, 소셜 미디어 플랫폼 및 소매업체 웹사이트를 검색해 플랫폼 전반에 걸쳐 제품 추천을 제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전 세계 평균 68%). 이러한 수치는 독일 소비자들이 AI 기반 소비 행태를 점차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AI가 개인 맞춤형 추천과 실시간 가격 비교를 제공하는 '디지털 구매 조력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 소비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고물가 상황 속에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신중하고 선택적인 소비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소비로 전환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필수 소비와 가치 소비의 경계를 보다 유연하게 인식하고 조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트렌드로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소비자의 구매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보 탐색, 가격 비교, 구매 결정 등 전 과정에서 디지털 도구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개인 맞춤형 소비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소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기업들은 소비자의 심리 변화와 기술 수용 특성을 면밀히 반영한 전략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신중한 소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감성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제품이 제공하는 정서적 만족과 개인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된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AI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층이 확대되면서 정보 탐색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디지털 접점에서의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고, 자사 제품이 AI 추천 알고리즘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전략을 유의미한 대응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자료: Handelsverband Deutschland, Nürnberg Institut für Marktentscheidungen, AlixPartners, IFH Köln, Capgemini Research Institute, Markenartikel Magazin, Handelsblatt, 독일 연방통계청, KOTRA 함부르크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