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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기차의 미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 외부전문가 기고
  • 미국
  • 디트로이트무역관 송소영
  • 2025-07-01
  • 출처 : KOTRA

전기차 낙관론의 그늘, 소비자는 왜 망설였나

100년 전에도 그랬다, 다시 전환기를 맞이한 자동차 산업

Dr. Byung-Ki Ahn

Founder & Partner, Ahnnovate LLC


2024
년 초까지만 해도 핑크빛 일색이던 전기차 시장에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전혀 예상 밖의 악재가 한순간에 터진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10여 년의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조짐은 이미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었다. 조금만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할 능력이 있었더라도, 이러한 현상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만,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의 이목이 전기차에 쏠리고 있었고, 모든 기업과 각국 정부마저도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에 앞서 긍정적인 전망과 대책을 연일 발표하는 상황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를 외치기에 대단한 용기와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기술 확산의 속도, 시장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

 

최근 몇 년간의 동향을 살펴보자. BYD를 중심으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세계시장 진출, CATL이 주도하는 중국산 배터리의 시장점유율 잠식 등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에 추월당할 것을 우려하는 미국과 서방 진영의 경각심은 극에 달했다. 이는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정책으로 이어졌고, 세계적인 스타 기업인 테슬라(Tesla)를 필두로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도전적인 전기차 생산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액상 전해질을 사용하는 현세대 배터리에 뒤이어, 화재 안전성이 증대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뉴스가 등장하고, 선진 배터리 제조사들은 연일 새로운 배터리 셀 개발이나 충전 효율 등과 관련된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 두어 가지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장애물이 없는 탄탄대로였다. 대표적 난제로 꼽히는 배터리 가격과 인프라 개선이 해결되는 시점으로 예상했던 2025년 전후에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자동차 빅3 기업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030년이 되면 유럽시장의 100%, 미국은 50%의 생산 차량을 전기차화 하겠다는 비전까지 선포하던 참이었다. 2030년 당해에만 420GWh의 배터리가 필요한 계획이었다. 계획을 발표하던 2022년 한 해에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사용량이 518GWh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기업의 8년 후 배터리 소모량이 당시 전 세계 수요량의 80%까지 증가한다는 대담한 비전이었다.

 

소비자 반응의 불확실성과 비기술적 제약 요인

 

이런 중에도 내 견해는 전기차에 대해 다분히 보수적이었다. 사실 이러한 시각은 H 그룹의 환경차 조직에서 근무하던 10여 년 전부터 견지하던 입장이기도 했다. 내 직장생활의 전부가 전동화와 관련되었던 만큼 누구보다도 전기차의 부흥이 개인적으로는 반길만한 호재였음에도, 대다수의 전문가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중 중요한 부분은 ‘기술 외적인 요인’들이었다. 기술적인 난제와 가격 문제만 해결되면 전기차의 상용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다수와는 달리, 정치·외교적인 요인, 소비자의 마인드 셋, 시장 진입을 위한 가격이나 최적의 시기 등 많은 요소들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이나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구현하기 위해서 전기차가 더 적합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나 몇몇 중국 기업들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번 바라보자. 아직도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정부 보조금이 없이는 비싼 가격, 심심찮게 들려오는 배터리의 화재 소식 등을 굳이 감수하며 전기차를 사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자동차는 핸드폰이나 카메라처럼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가격대 제품이 아니다. 거주하는 집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에게 가장 금전적인 부담이 큰 제품이다. 그리고 세스 고딘(Seth Godin)이 지적한 것처럼, ‘대중은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흔들리는 확신, 다시 전략을 묻다

 

회사의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대기업들이, 불과 5년도 되지 않아 내연기관으로 회귀하겠다고 발표하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폭스바겐은 무려 600억 유로를 내연기관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 해결책을 피하고 양극단을 달리는 느낌이다.

 

전기차의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내연기관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오랫동안 환경문제 이슈에 대해 귀가 닮도록 들어왔던 지라 내연기관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할 때다. 내가 만들고 싶은 차가 아니라, 소비자가 갖고 싶어 하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날로 치열해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

 

또 한 번의 분기점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지금은 빅3와 테슬라를 비롯해 미국의 자동차 기업이 몇 개 되지 않지만, 1890년대에는 디트로이트 인근에만 자동차 기업이 200여 개 있었다. 앨런 낼드렛(Alan Naldrett)이 쓴 [Lost Car Companies of Detroit]에 의하면, ‘자동차 도시(Motor City)’로 알려진 디트로이트에서는 과거 수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했고, 이들 대다수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 배터리 전기동력이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3분하던 시기에 난립했던 회사들은 1세기란 긴 시간 동안 발전하고 파산하고 합병하면서 오늘날의 자동차 제조업을 일으켰다. 헨리 포드(Henry Ford)도 사실 그의 첫 회사부터 성공의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었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여 설립한 회사가 바로 포드 모터 컴퍼니였다.

 

수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정리되는 과정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인 전기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접었거나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 중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테크 자이언트 애플, 진공청소기와 헤어 드라이어의 선구자 다이슨,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야심 차게 신사업에 도전했던 패러데이 퓨처 등이 포함된다.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인 중국에서도 BYD, 리샹 등 성공한 기업들이 있는 반면, 수백 개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 1세기 전에 있었던 자동차 패러다임 체인지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로 전환되는 최근의 변화에도 상당한 진통은 예상된다. 결국에는 소수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지금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되고 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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