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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완화에도 부담 여전…美 유통·제조업 ‘보수 경영’ 나선다
- 경제·무역
- 미국
- 뉴욕무역관 정진수
- 2025-06-0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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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통사, 5월 말 제품 가격 인상 예고
중국 관세 30%로 인하했음에도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
관세인상 여파로 보수적인 운영 예상
미국 대표 유통업체 월마트(Walmart)가 오는 5월 말부터 상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상호관세 부과로 인해 기존 가격 유지가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월마트의 존 레이니(John Rainey) 재무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5월 중순에 미 정부가 중국과의 협상으로 상호관세를 145%에서 30%로 인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며, “월마트는 그동안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인상된 관세가 적용된 제품이 본격적으로 매장에 입고되는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는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입의존도 높은 공산품 중심으로 가격 인상 압박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약 3분의 1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며, 이는 다양한 신선식품과 일부 공산품을 포함된다. 그러나 나머지 3분의 2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특히 공산품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신선식품 가운데에서도 바나나, 아보카도, 커피 등 코스타리카, 페루, 콜롬비아 등에서 들여오는 주요 품목들은 이미 가격 인상이 이뤄진 상태이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는 장난감과 같은 공산품에 30%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마트는 관세 인상분을 어느 정도까지 자사와 공급업체가 분담할지, 또 구체적으로 얼마나 가격을 인상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전반의 흐름은 이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미국 유통사 타겟(Target), 코스트코(Costco) 등 다른 대형 유통사들도 월마트의 뒤를 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특히 공산품 매출 비중이 높은 타겟의 경우, 인상 폭이 다른 유통사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홈디포(Home Depot)는 당분간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홈디포의 리처드 맥페일(Richard McPhail) 재무담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홈디포는 수년간 공급 국가를 다변화해 왔으며, 향후 1년 안에 미국 외의 단일 국가가 전체 공급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가격 안정 배경을 설명했다.
미 제조사∙중소기업도 가격 인상 예고
관세 인상 여파가 미국 유통업계를 넘어 제조업에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최대 완구업체 마텔(Mattel)은5월 초 일부 장난감에 대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며,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Xbox)를 제조하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역시 콘솔 본체와 컨트롤러 등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가전 유통업계도 가격 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전 유통사에 근무 중인 A씨는 “유통사, 가전 공급업체, 총판 간에 가격 인상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5월 말부터 인상된 가격이 공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상된 관세분을 어떤 방식으로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에서 미국 중소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상당수의 업체가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응답 기업들은 관세로 인해 발생한 비용 증가가 소비자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정부, 90일간 중국 상호관세 30% 로 조정
월마트가 가격 인상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시는 것은 옳지 않다”며 “그 부담은 중국과 월마트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시절부터 “인상된 관세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조업체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입 가격이 오르고, 결국 유통업체와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관세 정책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커졌고, 미·중 간 무역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양국은 해법 마련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갖고, 상호 부과 중이던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낮추기로 했으며, 중국 역시 미국 제품에 적용하던 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불안정성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통상 관계자는 “지난 2~3월 중국산 펜타닐에 대한 문제로 도입된 20% 관세와 기존 10% 보편 관세를 합쳐, 30%의 관세가 부과된다”며, “추가관세 125% 중 91%는 철회하고, 24%는 90일간 유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90일 유예 기간 이후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관세 정책의 향방에 따라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협상단>
[자료: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의 소셜 네트워크 갈무리]
시사점
관세 인상으로 인한 영향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미국 유통업계와 제조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5월 16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7.3%로 전월(6.5%)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심리지수는 50.8로 전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미시간대 조안 슈(Joanne Shu) 디렉터는 “5월 들어 소비자심리지수의 낙폭은 둔화됐지만,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들이 여전히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컨설팅사에 근무 중인 B씨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와 관련해 미 유통가에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고 확보부터 장기 전략 수립까지 어느 하나 쉽게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6월은 유통업계에서 8~9월에 시작되는 ‘백투스쿨 시즌’을 대비한 바잉이 이뤄지는 시기로, 많은 기업들이 90일간 유예된 30% 관세가 종료되기 전까지 재고를 조기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사들은 예년보다 빠르게 발주를 시작한 상태다. B씨는 “최근 극동 아시아-북미간 물동량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물류 비용과 창고 비용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며 “현재 유통사들은 물류비용과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 가능성이 높은 제품만 필요한 만큼 주문하는 보수적인 구매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무역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은 미국 내 수요와 유통 환경, 정책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료: CNBC, Bloomberg, Wall Street Journal, National Retail Federation, Federal Reserve Bank of Boston,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KOTRA 뉴욕무역과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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