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색소 8종 단계적 금지 예정

2025년 4월 22일, 미국 식품의약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in, FDA)은 석유 기반 식용 색소 8종을 2026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주도하는 “Make America Healthy Again (MAHA)” 캠페인 아래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2025년 1월 15일, FDA는 식품 및 의약품에 식용색소 적색 3호(FD&C Red No. 3)의 사용 승인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보다 더 전인 2023년 10월, 캘리포니아주는 식품 등에서 적색 3호의 사용을 금지해왔고, 미국 내 다른 10개 주에서도 금지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제조업체는 2027년 1월 15일까지, 의약품 제조업체는 2028년 1월 18일까지 제품에서 해당 색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 규정은 다른 국가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식품과 의약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2025년 4월 FDA가 발표한 추가 지침에 따르면, 적색 3호의 사용 중단 시점을 기존 발표 일자보다 앞당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FDA는 또한 향후 몇 달 이내에 ’Citrus Red No. 2‘와 ’Orange B‘ 두 가지 합성 식품 착색제에 대한 허가 취소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신, 천연 식용 색소로 대체 가능한 칼슘 인산염(calcium phosphate), 갈디에리아 추출물 블루(Galdieria extract blue), 가데니아 블루(gardenia blue), 나비콩 꽃 추출물(butterfly pea flower extract) 등의 성분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2026년 말까지 나머지 6가지 인공 색소 (FD&C Green No. 3, FD&C Red No. 40, FD&C Yellow No. 5, FD&C Yellow No. 6, FD&C Blue No. 1, FD&C Blue No. 2)에 대한 단계적 사용 금지 조치를 위해 식품업계와 협력할 예정이다.

금지 예정으로 발표된 식용 색소 8종

2025년 3월 기준, 미국에서 금지될 예정인 식용 색소는 총 8가지로, 다양한 가공식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색소들은 음료나 과자뿐만 아니라, 와사비, 파이 크러스트, 스시용 생강, 피클 등에도 포함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Red No. 40는 미국 내 약 3만9천개의 제품에 첨가돼 있다. 그 뒤를 이어 Yellow No. 5와 Blue No. 1도 다량 사용되고 있다.

<미국 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 염료>

[자료: WSJ]

<미국 내 금지될 예정인 식용 색소 리스트>

[자료: FDA]

미국 식품 기업의 대응

WSJ에 따르면, 미국 식음료 제품 10개 중 1개 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인공 색소를 쓰고 있으며, 이 중 약 40% 이상이 세 가지 이상의 색소를 사용하고 있다. 인기 과자인 팝타르트(Pop-Tarts)와 도리토스(Doritos)도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미국 식품 기업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25년 4월 기준, 미국 식품 기업인 펩시코(PepsiCo)는 전체 자사 제품의 60% 이상에서 인공 색소를 제거했으며, 2025년 말까지 Lay’s, Tostitos 등 주요 브랜드 제품에서 인공 색소를 완전히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켈라노바(Kellanova, 구 Kellogg)는 Nutri-Grain 블루베리 시리얼 바에서 Red No. 40과 Blue No. 1을 제거하고, 채소 주스를 이용한 천연 색소로 대체했다. 유니레버(Unilever)는 팝시클(Popsicles) 아이스크림에 사용되는 Red40, Blue1 색소 대신 스피루리나 추출물(Spirulina extract), 강황 추출물(Turmeric oleoresin), 채소 주스 등을 활용해 인공 색소를 대체하고 있다.

<팝시클 아이스크림의 인공 색소 대체>

[자료: WSJ]

시사점

세계 최대 염료 제조업체 중 하나인 센시언트 테크놀로지스(Sensient Technologies)의 CEO인 폴 매닝(Paul Manning)은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신제품은 인공 색소 대신 천연 색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기존 미국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식품의 상당수에는 여전히 인공 색소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인공 색소가 FDA의 엄격한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대량 생산과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 색소는 열, 빛, 산도 변화에 민감하여 안정성이 떨어지고 조달을 위해 복잡한 공급망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외부 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가격적 측면에서도 천연 색소의 가격이 인공 색소 대비 약 10배 더 비싸다. 시장조사기관 MarketWatch에 따르면, 이에 따른 식품 제조원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한 가구당 연간 $5,000~$9,00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근 식품업체들은 파란 색상 구현을 위해 나비콩 꽃 추출물(butterfly pea flower extract)과 스피루리나(spirulina)를, 초록 색상을 만들기 위해 엽록소(chlorophyll)와 말차(matcha)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기업은 건강과 친환경적 요소를 지향하는 변화에 발맞춰,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천연 색소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료 확보 및 공급망 안정화, 관련 원료 발굴 및 개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향후 미국 식품 및 의약품 관련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WSJ, FDA, MarketWatch, Sensient Technologies, Unilever, KOTRA 시카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