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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벤츠는 놓치고 폭스바겐은 뛰었다… 독일 EREV 경쟁의 서막
  • 트렌드
  • 독일
  •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조현구
  • 2025-04-11
  • 출처 : KOTRA

폭스바겐의 전략 변화와 독일 완성차 업계의 분기점

EREV 기술 확산 속 한국 부품기업의 유럽 진출 기회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래의 구동 기술에 대해 단일 해법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옵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고객이 휘발유, 디젤, 전기, 또는 앞으로는 e-연료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술 중립성’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현재 한 가지 주요 트렌드를 놓치고 있다. 바로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이 결합된 ‘레인지 익스텐더’, EREV(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급성장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2024년 독일 브랜드들은 처음으로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들에 1위를 내줬다. 중국 스타트업 리오토(Li Auto)는 자사의 레인지 익스텐더 기술 덕분에 2024년에만 49만3000대의 고급 SUV를 판매했고, 반면에 BMW는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메르세데스와 아우디는 각각 29만6000대, 25만4000대를 판매해 더욱 뒤처졌다. 중국 외에도 일본에서는 마쯔다가 EREV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들이 북미 시장을 위한 EREV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EREV 기술은 아시아와 북미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존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달리, 레인지 익스텐더 차량은 항상 전기모터로 주행하며, 연료나 전기를 선택해 구동하지 않는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할 때, 소형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방식으로 10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중국에서 레인지 익스텐더를 차량에 추가하는 비용은 평균 약 385유로 수준이다. 동일한 주행거리를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나 순수 전기차로 달성하려면, 소비자들은 두 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현대, 마쯔다, 포드, 스텔란티스 등도 시장 진입 준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레인지 익스텐더 차량이 유럽에서도 생각보다 경쟁력이 클 수 있다. 총비용 측면에서, 이미 일부 EREV 모델은 내연기관 및 순수 전기차보다 저렴하다. 여기에는 차량 구매 가격, 운용 비용, 세금, 관세 등이 포함된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이지만, 레인지 익스텐더는 법적 해석상 순수 내연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어, 규제 우회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각국 규제당국의 해석에 따라 분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제도적 정비 여부가 향후 확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 마쯔다, 포드, 오펠 모회사 스텔란티스는 모두 EREV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마쯔다는 이미 자사의 MX-30 모델을 레인지 익스텐더 버전으로 유럽에 출시했다. 독일 제조사 중에서는 폭스바겐만 유일하게 시장에 본격 진입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폭스바겐 CEO 올리버 블루메는 연례 실적 발표 자리에서 “2026년부터 ERE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레트로 픽업 브랜드 스카우트(Scout)도 이 구동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메르세데스와 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

 

한편, 메르세데스와 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들은 전기 주행거리가 100km 이상인 PHEV 라인업을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고자 한다. 아직 유럽 내에서 EREV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조사들의 전략에는 모순적인 흐름도 감지된다. 폭스바겐은 2033년부터 유럽 내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내부적으로는 일부 인기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을 2035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록(T-Roc), 티구안(Tiguan), 골프(Golf) 등의 모델이 그 대상이며, 이들 차량은 추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ataforce가 최근 발표한 독일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의 전기차 비중 변화 자료에 따르면, BMW는 최근 4년간 가장 빠른 전기차 전환 속도를 보이며 2024년 전기차 비중 21.8% 기록, 포르쉐와 거의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반면, 폭스바겐은 2023년을 정점으로 2024년 전기차 비중이 12.2%로 하락해 전환 동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포르쉐는 전환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세는 정체됐고, 메르세데스는 2023년 이후 상승세가 완만해지면서 14.2%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독일 주요 완성차 5개사의 전기차 비중이 전반적으로 정체되는 흐름 속에서도, 브랜드별 전환 전략과 속도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0~2024년 독일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차 비중 변화>

* 주: Porsche (포르쉐), BMW, Audi (아우디), Volkswagen (폭스바겐)

[자료: Handelsblatt (2025.04.)]

 

이는 곧, 폭스바겐이 기술 중립성이라는 명분 아래 레인지 익스텐더와 내연기관 연장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며, 전기차 전환을 보다 유연하게 접근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전기차 전환의 속도와 실효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유럽 내에서 레인지 익스텐더 기술이 다시 부상할 여지는 충분하다. 과거 독일도 레인지 익스텐더 기술의 선구자 중 하나였다. 2009년 오펠은 제네바 모터쇼에서 내연 발전기를 탑재한 전기차를 최초로 공개했으며, 이후 오펠 암페라(Opel Ampera)로 출시돼 약 500km 주행거리를 제공했다. BMW도 소형 전기차 i3에 레인지 익스텐더 버전을 도입했지만, 당시에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EREV 기술은 비용, 주행거리, 인프라 부담 면에서 소비자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럽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가 여전히 더딘 상황에서, 장거리 주행 시 충전소 확보가 어려운 지방 지역 소비자들에게는 EREV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타협안이 될 수 있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는, 정치적 환경뿐 아니라 업계의 전략적 결단에 달려 있다. 현재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독일 주요 기술기관들은 EREV 구동 최적화 알고리즘과 배터리 소형화 기술을 공동 연구 중이며, 일부 부품 전문 중견기업들은 발전기 모듈 및 전력 관리 장치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시사점

 

중국을 중심으로 레인지 익스텐더(EREV)기술이 급속히 확산되며 글로벌 시장의 전기 구동 방식이 다원화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는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폭스바겐이 2026년부터 EREV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은, EREV 전용 부품 및 모듈에 특화된 기업에 독일 및 유럽 자동차 밸류체인 진입의 전략적 시점이 될 수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의 둔화와 충전 인프라의 불균형 속에서, 레인지 익스텐더는 유럽 내에서 실용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대안으로 재조명받고 있으며, 향후 법적 분류와 환경 규제의 유연성에 따라 독일 내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EREV에 필요한 경량화 부품, 고효율 발전 모듈, 전력변환장치 및 열관리 기술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기술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독일 완성차 업체의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독일 내 기술기관들이 관련 연구를 확대하고 있는 현 시점은 기술 교류의 적기로 판단되며, 일부 국내 부품사는 이를 계기로 유럽 내 R&D센터나 공동 개발법인 설립을 고려할 만하다.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A 사에 근무하는 기술자 B 씨는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특성상, EREV와 같은 과도기적 기술이 다시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라며, “부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유럽 규제 프레임에 맞춘 설계를 준비하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나, 레인지 익스텐더는 순수 내연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어 규제 우회적 제품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규제 전환기 속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틈새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어, 유럽 주요 부품사들과의 협업이나 OEM 대상 공급 계약을 선제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 Handelsbaltt, 독일 자동차경영센터(CAM), Autozeitung, Automobilwoche, Europäische Kommission, 전문가 인터뷰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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