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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쌀 관세제도와 국제무역 논란, 쟁점은 무엇인가?
- 통상·규제
- 일본
- 도쿄무역관 하세가와요시유키
- 2025-03-26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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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정부의 '700% 관세' 언급의 배경 및 진위여부 확인
일본의 쌀 수입 제도(Minimum Access)와 관세 부과 방식
국제 무역환경 변화 속 일본 농업정책의 향방
"Egregious" 표현이 동원된 미국 신정부의 일본의 쌀 관세 비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이번에는 일본의 쌀 관세가 도마에 올랐다. 3월 11일 미국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 대변인은 무역 상대국이 미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일본의 쌀을 언급하며, 일본의 쌀 관세가 700%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가 일본의 쌀 관세를 "매우 끔찍한(egregious) 수준"이라고 발언한 것이 일본 내에서도 큰 파장이 일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부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동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일본의 쌀 관세를 문제 삼아 일본산 자동차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자국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 레빗 대변인의 쌀 관세 발언에는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쌀 관세 제도와 수입 현황
일본은 쌀 수입에 대해 일정 물량을 무관세로 들여오는 'Minimum Access(약칭 MA, 최소접근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를 유지하며 자국 농가를 보호해왔으나, 무역 자유화 흐름에 따라 1995년부터 매년 77만 톤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이 물량을 초과하는 수입분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관세는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종가세' 방식이지만, 일본의 쌀 관세는 무게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 쌀에는 1kg당 341엔의 관세가 부과된다.
<일본 쌀 수입 제도의 구조>
*주: 마크업(Mark-up)이란 국가의 수매가격과 수매가격의 차액을 의미. 과거 일반 쌀의 마크업 평균치를 연도별로 계산해보면, 2015년은 43원, 2023년은 87원으로 지난 8년 간 상승했으나, 2024년에는 240원까지 대폭 상승.
[자료: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일본은 1993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쌀 시장 부분 개방을 수용한 이후, MA 제도를 도입해 쌀 수입을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이 수입한 무관세 쌀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국가는 미국으로, 총 35만 톤이 수입됐다. 미국은 일본의 MA 체제에서 가장 큰 쌀 수출국으로, 연평균 30만~40만 톤을 수출하고 있다. MA로 수입된 쌀은 주로 가공용과 사료용으로 사용되며, 최대 10만 톤이 주식용 쌀 도매업체를 통해 판매된다. 최근 몇 년간 입찰에서 미매각 사례가 잦았으나, 2024년산은 2017년 이후 7년 만에 완판됐다. 특히 2024년 11월과 12월 입찰에서 사상 처음으로 마크업 상한선인 292엔에 도달한 것은 최근의 일본 내 쌀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
<미니멈 액세스 쌀 수출국 및 판매처(용도)>
[자료:농림수산성 자료를 바탕으로 KOTRA 도쿄무역관 작성]
2024년 1월 말 기준, 일본 정부에 제출된 외국산 쌀의 민간 수입 신청량은 총 991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민간 무역을 통한 연간 쌀 수입량이 500톤 미만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민간 수입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형 상사인 가네마쓰는 2025년까지 1만 톤의 외국산 쌀을 수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외식업계의 수요 증가와 높은 관세를 지불하고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산 중립종 '칼로스'의 매입가격은 운송비를 포함해 1kg당 약 150엔이며, 관세를 포함하면 약 500엔 수준이다. 이는 현재 국내산 쌀 가격(1kg당 900엔 전후)보다 저렴해 수입 쌀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네마쓰 외에도 마루베니, 이토추상사 등 타 기업들도 추가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쌀값 상승이 지속되면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수입 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본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쌀 수입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향후 정책 방향에 혼란이 예상된다.
700% 관세 오해의 배경과 실제 관세율
일본의 쌀 수입 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700%에 달한다는 관세율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본의 쌀 관세는 1kg당 341엔의 종량세 방식으로 부과되지만,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당시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를 종가세 방식으로 환산하여 국제사회에 설명했다. 당시 국제 쌀 가격을 1kg당 44엔으로 가정하고 341엔을 종가세 방식으로 환산한 결과, 778%(=341 ÷ 43.8 × 100)라는 수치가 도출됐다. 이 수치가 현재까지 일본 쌀 관세율에 대한 논의에서 중심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후 실질적인 국내외 가격 차이를 고려해 2013년 기준 관세율을 280%로 수정했으며 2024년 12월 말 기준, 쌀의 국제 시세를 반영한 관세율을 단순 계산하면 약 411%(추정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불투명한 '상호 관세', 일본의 쌀 관세 재검토 불가피한가
일본은 공산품의 경우 일부 화학 제품을 제외하고 대미(對美) 관세를 거의 철폐했다. 농산물 또한 약 90%가 이미 관세가 철폐됐거나 ‘특혜관세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쌀과 유제품 등은 성역으로 보호되며 높은 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세율을 적용하는 ‘상호 관세’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낮은 관세로 시장을 개방하는 반면, 상대국이 높은 관세로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승용차에는 2.5%, 트럭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히 상대국의 관세율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의 영향을 포함해 상호 관세의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한, 소비세 역시 관세로 간주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EU를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일본 정부 역시 이 정책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수석 고문은 '한 국가, 한 세율' 원칙을 제시하며, 상대국의 평균 관세율, 비관세 장벽, 소비세 등을 고려해 국가별 인상 폭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4월 2일 상호 관세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보호 정책으로 논란을 피해왔던 일본의 쌀 관세 역시 이번에는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
예상되는 관세(안)
각국에 미치는 영향
[1] 동일한 제품에 동일한 관세율
중국, 인도, 터키 등 신흥국을 상정. 그러나 미국과 신흥국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관계가 크지 않아 해당 국가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
[2] 관세 차액을 다른 제품에 추가 과세
일본, 농업 분야 관세가 남아있으며,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 추가 부과 우려
[3] 상대국 평균 관세율에 따른 추가 과세
전체 품목의 단순 평균 실행세율은 미국이 3.3%으로 일본(3.9%)과 EU(5.1%), 중국(7.5%)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 터키(16.8%), 인도(18.1%) 등 세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 미국보다 세율이 높은 국가도 많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확대 우려
[자료: 노무라종합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경제신문이 작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실행됨
2월 4일
중국산 제품에 10%
3월 4일
멕시코, 캐나다에 25%,
중국 추가 10% 추가 관세 부과
3월 12일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
향후 일정
4월 2일
모든국가를 대상 '상호 관세'
자동차 25% 관세
검토 중
EU에 25% 이상
농산물, 의약품, 반도체에 과세
구리, 목재 제품 조사
[자료: 각종 보도를 바탕으로 도쿄무역관에서 작성]
<미국이 지적하는 일본의 무역장벽의 일례>
자동차
독자적인 안전 기준, 시험 및 통신 시스템 주파수 할당, EV 충전기 독자적 사양 기준
스마트폰
거대 IT기업의 스마트폰 분야 독점을 막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스마트폰 신법)' * 애플과 구글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
클라우드
'정부 정보시스템용 보안평가제도(ISMAP)'의 복잡성
돼지고기
수입품에 단계적 관세 부과를 통해 저가품과의 경쟁 방지 제도
쇠고기
BSE(소해면상뇌병증) 리스크 관련 엄격한 기준
농업
쌀, 밀 등 수입 제한
식품첨가물
수확 후 농약 표시 의무화 추진 * 미국 식품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
의약품
약가 인하로 미국 제약기업에 불이익
우편
일본우편의 통관절차 상 우대
[자료: 일본경제신문]
일본의 쌀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농지의 규모화, 생산성 향상, 수출 확대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라바타 가츠키 일본국제학원대학 교수는 “현재는 생산 여력이 남아 있지만, 10년 후에는 위험할 수 있다. 생산비 절감과 농지의 대규모화 등 생산 기반 강화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으며, 야시로 나오히로 쇼와여자대학교 특임교수는 “현재 쌀 가격 폭등과 수입 확대의 원인은 실질적인 감산 정책으로 인해 가격이 인위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늘려 국내 소비를 초과하는 부분을 수출로 돌려야 한다. 해외에서 일본 음식(和食, 와쇼쿠) 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수출 확대는 농촌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사점
트럼프 행정부가 'egregious(매우 끔찍한)'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일본의 쌀 관세를 강하게 비판한 가운데, 700%라는 관세율 지적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일본 내에서는 이에 대한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노이 이쿠오 다카치호대학 교수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중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사실관계를 즉시 바로잡았다. 사실과 다르다면 단호하게 부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관세를 둘러싼 협상이 지속될 것이므로,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지 않도록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일본 정부에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감각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진위와 목적을 면밀히 분석한 후, 상호 간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협상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료: The Japan Times, 자민당, 농림수산성, 닛케이 신문, 요미우리 신문, 산케이 신문 등 KOTRA 도쿄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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