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키덜트 시장 개요

말레이시아 장난감 및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2023년 말레이시아의 장난감 및 게임 시장 규모는 약 53억 링깃(약 12억20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이는 동남아시아 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성장세는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첫째, 중산층 확대와 가처분 소득 증가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중산층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가와 취미생활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장난감 및 게임 산업도 함께 성장하는 추세다.

둘째, 성인을 겨냥한 ‘키덜트(Kidult)’ 문화의 확산이 두드러진다. 키덜트 소비층은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을 선호하며, 피규어, 프라모델, 보드게임 등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한정판 피규어나 인기 캐릭터 제품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셋째,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다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장난감 및 게임류 판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대형 쇼핑몰에서는 체험형 매장을 확대하며 소비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블라인드 박스와 같은 제품은 구매 경험이 중요한 만큼,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홍보 효과가 크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 A 씨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피규어나 블라인드 박스 개봉 영상이 유행하면서 관련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사이 고급 피규어나 한정판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라고 전했다.

블라인드 박스 인기 요인

말레이시아 장난감 시장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제품은 블라인드 박스다. 블라인드 박스는 구매할 때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박스로, 개봉 과정에서의 기대감과 수집 요소가 결합된 상품이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전반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SNS 및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큰 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되고 있다. 블라인드 박스의 인기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Popmart의 블라인드박스 제품>

[자료: Popmart 홈페이지]

1) 서프라이즈 요소와 반복 구매 유도

블라인드 박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랜덤으로 제품이 구성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개봉하는 순간의 기대감과 긴장감을 즐긴다. 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구매하려는 심리가 작용해, 자연스럽게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팝마트(Pop Mart)의 '라부부(Labubu)' 시리즈는 기본 피규어 외에도 극소량만 생산되는 ‘시크릿 피규어’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뽑기 위해 소비자들은 동일한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하기도 한다.

2) 한정판과 희소성, 그리고 높은 재판매 가치

블라인드 박스 제품 중 일부는 극소량만 생산되거나, 특정 시즌에만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출시 초기에 제품을 확보하려 하고, 특정 제품이 절판된 이후에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특히, 한정판 시리즈는 수집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핵심 요소다. “Molly” 시리즈는 팝마트의 대표적인 한정판 블라인드 박스로, 특정 이벤트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만 판매되는 제품이다. 이러한 희소성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중고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유지하게 만든다.

3)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의 강력한 영향력

SNS에서 블라인드 박스 개봉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특히 틱톡(TikTok),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말레이시아의 한 유명 유튜버는 “블라인드 박스를 개봉하는 영상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직접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특정 시리즈의 경우 개봉 영상 조회수가 수십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라고 말했다.

<SNS에 팝마트 캐릭터 라부부를 소개한 블랙핑크 리사>

[자료: 블랙핑크 리사 인스타그램] 

가수 블랙핑크의 리사가 팝마트의 대표 캐릭터 ‘라부부(Labubu)’를 SNS에 공개한 이후, 말레이시아에서도 해당 제품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블라인드 박스의 인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4) 감성적인 만족감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블라인드 박스 개봉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블라인드 박스의 대표적인 고객층인 MZ세대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를 중요하게 여긴다. 가격 부담이 적으면서도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블라인드 박스는 이러한 소비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말레이시아의 인기 블라인드 박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블라인드 박스 브랜드는 중국의 팝마트(Pop Mart)다. 2024년 8월, 팝마트는 말레이시아에 쿠알라룸푸르 번화가의 중심에 있는 파빌리온몰에 첫 공식 매장을 개점하며 현지 진출을 본격화했다. 주력 제품인 ‘라부부(Labubu)’, ‘네자(Ne Zha)’ 시리즈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주력 제품 외에도 '루루피그(Lulu Pig)'라는 제품 시리즈도 여러 인플루언서가 개봉 영상을 SNS 플랫폼 샤오홍슈에 올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샤오홍슈의 블라인드박스 개봉기>

[자료: 今日上上签(말레이시아 인플루언서) 샤오홍슈]

52TOYS, MINISO 등의 중국 브랜드도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52TOYS는 2024년까지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 10개 이상의 매장을 추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브랜드 반다이(Bandai)의 가샤폰(Gashapon) 시리즈도 말레이시아 내 주요 쇼핑몰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서는 서양 브랜드보다 아시아 브랜드 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문화적 친숙함과 가격 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기업을 위한 시사점

말레이시아 블라인드 박스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현지에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은 다음의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먼저 현지화 전략으로 말레이시아 소비자 특성을 반영한 디자인과 캐릭터 개발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는 한류가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어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제품이 유리할 수 있으며,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와 협업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블라인드 박스는 개봉 영상 콘텐츠와 결합하기 좋아 SNS에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현지 SNS에도 인플루언서들이 블라인드 박스 개봉 영상 콘텐츠를 올린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 번째로 블라인드박스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체험형 마케팅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블라인드박스 구매 전 흔들어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를 유추하는데, 블라인드박스 소비에는 이런 유추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블라인드박스는 시리즈 전체를 구입하는 컬렉터들도 많으므로 한정판과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를 출시하는 마케팅도 매력적이다. 말레이시아 키덜트 시장에 우리 기업의 특색 있는 제품의 진열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자료: Popmart 홈페이지, Tradedataresearch, Research and markets, euromonitor, marketing interactive, little step asia, cognitive market research, channel news Asia, 샤오홍슈,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