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제 분석 - 긍정적인 요인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남아공 경제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쳤던 전력 공급*은 2024년 3월 말 이후로 순환단전(Load-Shedding)이 시행되지 않으면서 안정되었다. 2023년까지 심각한 전력 부족은 경제 활동을 방해했고 많은 기업들이 비싼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거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운영 비용 증가라는 피해를 입었으나, 다행히 2024년에는 국영전력기업 Eskom의 경영 개선과 대통령 및 전력부 장관의 강력한 정치적 지원으로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력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고 향후 유지보수 및 발전소 가동률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으며, 2025년 초 현재 다시 조금씩 순환단전이 시행되고 있다.

 * 연도별 누적 정전 시간: 2021년 48일 → 2022년 157일 → 2023년 289일

2024년 5월 치러진 총선으로 기존 여당과 제1야당 외 여러 정당이 연합하여 구성된 국민통합정부(GNU)가 출범하면서 남아공 경제 정책과 실행 방향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GNU는 헌법 수호, 경제 회복, 노동자 권리 보호, 사회적 보호, 형평성 개선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경제 개혁과 서비스 개선, 고용 창출을 통해 남아공 경제를 재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고공행진했던 물가도 남아공 중앙은행의 목표치 3~6%대 중에서도 3%에 가까운 낮은 수준까지 수렴하며 안정되었다. 이에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세 차례 연속 각각 0.25%p씩 인하해 지난 6개월간 0.75%p가 인하되어 현재 7.5%이다. 2025년 소비자 물가지수 평균 전망치는 4~4.2%로, 목표치 중간보다 하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남아공 기준금리 추이>

[자료: Tradingeconomics]

2024년 경제 분석 - 부정적인 요인

남아공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인프라 문제와 낮은 생산성 등 구조적 제약으로 회복 속도가 더디다. 고용 상황도 일시적으로 회복되는 듯했으나, 노동력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다시 실업률이 높아져 2024년 4분기 기준으로 31.9%를 기록했다. 특히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60.8%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소득 불평등과 빈곤율도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사회적 지원 요구가 지속되고 있고 국가 재정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다른 큰 문제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운송 및 물류 인프라 악화이다. 국영물류기업 Transnet의 부실 운영과 절도 및 고의적 파괴 등 범죄 행위로 인해 운송 물류 시스템이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 수출 능력이 제한되면서 광업과 제조 부문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행히 2024년 전체 광업 생산량은 전년 대비 0.4% 증가했고 운송량도 소폭 증가하는 등 반등하고 있지만 회복세가 더딘 상태이다.

2025년 경제 성장률 전망

세계은행은 2024년 남아공의 에너지 및 물류 부문 개선에 따라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3%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구조적 제약 완화, 낮아진 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등이 GDP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2025년 2% 이상 성장도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정적인 정치적 전환이 있었으나 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할 만큼 충분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경고했다.

IMF는 2024년 남아공의 실질 GDP 성장률을 0.8%로 추정하며, 2025년에는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성장률 회복의 이유로는 전력 공급 개선, 통화정책 완화(금리 인하 가능성), 총선 이후 투자 및 소비자 신뢰 회복을 꼽았다. 다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남아공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적자는 중기적으로 완화될 전망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부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정부는 기존보다 더욱 강력한 재정 건전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미국과의 경쟁

현재 남아공의 토지 개혁 정책과 미국의 원조 중단 조치에서 비롯된 남아공 라마포사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의 토지수용법*이 백인 농민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행정명령을 통해 남아공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라마포사 대통령은 토지 개혁이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이며, 특정 인종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공정한 토지 분배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행동이 법률에 대한 오해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미 남아공과 미국의 관계는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원조 중단 결정에 대해 남아공은 강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트럼프는 백인 농민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특별 이민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남아공 정부는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응답하지 않고 있다. G20 외교장관 회의에 미국 국무장관이 불참했으며, G20 재무장관 회의에도 미국 재무장관의 참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 남아공의 토지수용법: 2024년 제정된 이 법은 정부가 공공의 목적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함. 논란이 되는 보상 없는 수용 조항은 특정한 경우에 한하며, 최종 결정은 법원이 내림. 이 법은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자발적 매매’ 모델을 대체하며, 시장 가격 외에도 토지의 역사적 배경, 현재 사용 용도 등을 고려해 공정한 보상을 책정하도록 하는 것. 국제 극우 세력은 이를 짐바브웨식 토지 몰수로 왜곡하지만 남아공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모든 수용 조치를 법적 심사 절차를 거쳐 시행함.

미국의 원조 중단뿐만 아니라 남아공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는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혜택까지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GOA를 통해 남아공은 미국 시장에 와인, 감귤류, 콩, 사탕수수, 육류 등 다양한 농산물과 광물 자원, 자동차 및 부품 등 많은 상품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는데 이 혜택이 철회되면 남아공 농업과 식품, 광업,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GOA는 2025년 9월까지 유효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부가가치세(VAT)를 징수하는 국가들의 경우, 역으로 미국에서도 해당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품목에 같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이 미국 포함 모든 수입품에 부가가치세를 15% 부과하고 있는바, 미국도 남아공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남아공 VAT과 똑같은 15%*관세를 추가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 남아공 정부는 2025년 VAT을 17%로 인상할 계획 중에 있음.

<남아공의 對미국 수출 추이>

[자료: AGOA info]

한편 남아공 정부는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은 남아공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혔다. 또한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 역시 남아공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남아공과 EU가 과거의 갈등을 뒤로하고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U와 남아공은 오랜 기간 미뤄졌던 정상회담을 3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시사점

2024년 남아공 경제는 전력 공급 안정과 물가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업 문제와 물류 인프라 문제, 그리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라는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2025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었지만 성장 동력이 충분하지 않아 빈곤과 불평등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AGOA 철회 및 추가 관세 부과로 이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및 EU와의 협력 확대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미국으로부터 받는 원조나 수출 감소를 전부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향후 투자 유치, 인프라 개선, 외교적 대응이 2025년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자료:  WorldBank, IMF, Reuters, Bloomberg, AFP통신, Business Day, KOTR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