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 질환으로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화분증)의 계절이 찾아왔다. 일본 환경성의 전국 역학조사(2020년 발표)에 의하면,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2019년 기준으로 일본 국민의 42.5%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겪는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식물은 주로 삼나무, 편백, 돼지풀, 환삼덩굴 등 7개 종류가 있으며, 이들로부터 나온 꽃가루는 주로 봄과 가을에 흩날린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감기와 달리 재채기가 끊임없이 나오거나 눈 가려움증, 물처럼 투명한 콧물이 나오는 등 비염 증상이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 기상 협회의 꽃가루 비산 예측에 따르면, 꽃가루 확산은 매년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해 4월 상순까지 계속되는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꽃가루 비산량이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시코쿠 지방, 간사이 지방은 비산량이 2024년 대비 2배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해, 일본 내 꽃가루 알레르기 대책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꽃가루 비산 상황(2025.2.19 기준)>

[자료: 일본기상협회, KOTRA오사카무역관 작성]

꽃가루 알레르기는 기업과 개인의 업무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인재·광고 회사 MYNAVI의 조사(2025년 2월 발표)에 의하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민하는 직장인의 약 70%가 '컴퓨터를 사용한 업무에 집중할 수 없고, 눈의 가려움 때문에 화면을 계속 바라보는 것이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꽃가루 알레르기는 직원의 업무 생산성을 크게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도 공기청정기 설치 등 꽃가루 알레르기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해 비염 치료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본 내에서 비염 치료제(의약품)의 출시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 전문기관 후지경제에 따르면, 일본 내 비염 치료제는 내복약과 점비약으로 나뉘는데, 내복약과 점비약을 합한 2023년 시장 규모(제조사 판매 금액 기준)는 전년 대비 9.7% 증가한 271억5000만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꽃가루 비산량에 따라 수요가 크게 달라지지만,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시민들의 외출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꽃가루 비염 치료제 시장 규모도 함께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염 치료제 시장규모 추이>

(단위: 백만 엔)

[자료: 후지경제]

한편, 이와 같은 의약품 외에도 다양한 꽃가루 알레르기 대책 제품이 개발,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공기청정기, 마스크, 꽃가루 대책용 안경, 꽃가루 혼입 방지 방충망, 이불 청소기, 꽃가루 블록 스프레이 등이 있다. 최근에는 3월~4월에 걸친 나들이 기간 소비자를 타겟팅한 차량용 대책 제품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용 애프터파츠 부품 전문 체인점 A사 관계자는 KOTRA 오사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3월부터 5월에 걸쳐 차체에 부착한 꽃가루나 미세먼지, 황사 등을 씻어내는 카 샴푸나, 차량용 공기 청정기의 매출이 증가한다"라고 답변했다.

<일본 내 유통되는 꽃가루 알레르기 대책 제품 예시>

[자료: Monoqlo, Getnavi, 기업 홈페이지]

바이어 인터뷰

<생활잡화 수입상사 A사 인터뷰>

[자료: KOTRA 오사카무역관 인터뷰]

시사점

2025년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꽃가루가 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도 있는바, 이에 대비하는 용품의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꽃가루 비산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꽃가루 대책 제품 시장 규모도 해에 따라 달라지나, 일본의 꽃가루 알레르기를 겪는 국민의 비율은 매년 증가해 최근에는 40%를 넘어섰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련 시장 규모는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기업도 예컨대 꽃가루 비산량이 많은 날은 재택근무를 권장하거나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 꽃가루 대책에 적극적이다. 임직원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점 외에도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정부에서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건강경영 우량기업으로 선정되면 종업원이나 구직자, 고객,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평가가 올라가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경영 우량법인'으로 선정되면 '건강경영 우량법인' 로고마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지자체 등 공공사업 입찰 시 가점을 받거나 금융기관 대출이자율 우대를 받을 수 있는 등의 인센티브가 있다.

<건강경영 우량법인 인증제도 로고>

[자료: 경제산업성]

현재 일본 시중에서 유통되는 꽃가루 대책 제품은 청소용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등에 집중돼 있지만, 발상을 전환해 사람이 아닌 자동차 청소 등 분야에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의 세차 용품(일명 K-Wash)의 높은 품질이 일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나들이객이 많은 봄과 가을에 차에 꽃가루가 묻지 않게 하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 등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기업의 제품과 꽃가루 대책 아이디어를 접목하면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고객을 발굴하고 확보하거나,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생각지도 못한 수출 아이템을 개발할 수도 있다. 이처럼 꽃가루 알레르기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질병이지만, 일본의 꽃가루 알레르기 시장을 주목하면 수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자료: 일본기상협회, 후지경제, 경제산업성, Monoqlo, Getnavi, 기업 홈페이지, KOTRA오사카무역관 인터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