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로커 시장은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로커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 보관 기능에서 나아가 택배 수령·발송, 공유 서비스, 관광객 편의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스마트 로커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시장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로커 시장의 변화와 스마트 로커 확산

일본 로커 시장은 전통적으로 동전 투입식 아날로그 코인 로커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 로커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덴츠(Dentsu)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 전역에 약 140만 대의 코인 로커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비대면 서비스 선호가 높아지면서 스마트 로커 도입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스마트 로커는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이용 가능 여부 확인, 사전 예약, 비대면 결제, QR 코드 인증 등을 통해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발전해 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IoT와 AI 기술이 접목된 고도화 모델도 출시돼, 물류, 유통, 관광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수요가 확산하는 추세다.

일본 스마트 로커 시장 성장 배경

스마트 로커 시장의 주요 성장 요인으로는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이 있다.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택배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DHL에 따르면,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약 10.29% 성장이 예측된다. 이에 따라 부재중 배송 문제, 택배 기사 부족 현상 등이 지속되면서 스마트 로커를 활용한 새로운 물류 시스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 배송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스마트 로커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본 내 택배 물류 시장에서 스마트 로커 활용 비중이 점진적으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광 산업 확대도 스마트 로커 시장 성장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24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90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47.1% 증가했다. 관광객들이 대형 수화물이나 쇼핑 물품 등을 임시로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역, 공항, 관광지 인근에 설치되는 스마트 로커가 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핸즈프리 관광(Hands-Free Travel)' 정책을 통해 공항, 주요 역, 관광 명소 등에 스마트 로커 설치를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흐름이 당분간 단기적으로나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3~2024년 일본 방문 해외 관광객 수 추이>

(단위: 백만 명)

[자료: 일본 관광청, KOTRA 나고야무역관 정리]

일본 내 캐시리스 결제 확산도 스마트 로커 시장 성장의 촉진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3년 일본 내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39.3%로 지속 상승 중이며, 정부는 이를 2025년까지 40%, 장기적으로 80%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 로커가 캐시리스 기반 결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러한 결제 환경 변화가 스마트 로커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0~2023년 일본 비현금 결제 수단별 사용액 및 결제 비율 추이>

(단위: 1조 엔, %)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KOTRA 나고야무역관 정리]

일본 내 스마트 로커 시장의 주요 기업 동향

<일본 주요 스마트 로커 기업 리스트>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나고야무역관 정리]

주요 스마트 로커 도입 사례

JR동일본은 2023년부터 다기능 스마트 로커 '멀티큐브(Multi-Cube)'를 역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멀티큐브는 택배 수령·발송, 짐 보관, 사전 예약 등을 하나로 통합한 서비스로, 수도권 중심으로 3년 내 1000대 이상 설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JR동일본의 스마트 로커 '멀티큐브'>

[자료: JR동일본 홈페이지]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도 2023년 10월 자체 스마트 로커 '파미로카(ファミロッカー)'를 도입했으며, 도쿄와 가나가와 등 650개 점포에 설치했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직접 택배를 24시간 수령·발송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추가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점 방문 이유가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패밀리마트의 스마트 로커 '파미로카'>

[자료: 패밀리마트 홈페이지]

더불어 오사카 메트로는 2024년 12월부터 ‘KoKoHub by Osaka Metro’라는 스마트 로커 기반 호텔 짐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지하철역 내 스마트 로커에 짐을 맡기면, 같은 날 저녁까지 지정 호텔로 배송되는 방식이며, 오사카 시내 약 160개 호텔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 메트로의 스마트 로커>

[자료: 오사카 메트로 홈페이지]

위와 같은 사례는 스마트 로커가 단순 보관을 넘어 관광·물류·운송·유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된 복합 서비스로 발전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짐 배송 서비스는 기존 택배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맞춤형 수요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스마트 로커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역, 편의점, 주거지, 오피스, 관광지 등 다양한 생활 거점을 중심으로 스마트 로커 설치가 확대되고 있어, 스마트 로커가 지역 내 물류 허브이자 생활 밀착형 서비스 플랫폼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스마트 로커를 활용한 물류 허브 서비스 사례>

[자료: 산케이신문, KOTRA 나고야무역관 정리]

시사점

일본 스마트 로커 시장이 전자상거래, 관광, 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맞물려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의 전략적 접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에 맞는 현지형 서비스 개발이 중요하며, 일본 결제 시스템과의 호환성,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요건 충족 등이 주요 과제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 물류, 유통, 교통 인프라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일본 내 규제와 문화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시장 진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맞춰 차별화된 기술력과 현지 맞춤형 전략을 마련한다면, 일본 스마트 로커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로커 제조사 A사의 제품 조달 담당자는 KOTRA 나고야무역관과의 유선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내에서 IT 기술을 접목한 로커 생산 관련 문의가 예년보다 증가하고 있으며, 당사도 그에 발맞추어 IT 업계와의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특히 해외(한국) 기업이라도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요소가 있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일본 관광청, 산케이신문, 닛케이신문,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나고야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