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 전시회는 현지 시간으로 10월 28일부터 3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코니센터 서관(Moscone West)에서 개최됐다. 2011년 개최 이후 올해 14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는 실리콘밸리 내 빅테크 기업과 현지 유력 벤처캐피탈(VC)에서도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스타트업과의 협업, 투자 기회 발굴을 위해 참여하는 미국 내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다. 올해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는 구글클라우드(Google Cloud), J.P모건(J.P.Morgan), 비자(VISA), 휴렛팩커드(HP), 아필라(AFEELA) 등 여러 기업 및 기관에서 주요 후원자로 참여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4 개요>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정리]

올해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서 진행된 살펴보면 AI와 관련해 AI 애플리케이션, 진화, 영향력, AI 거버넌스 등에 대한 이야기, 스타트업과 관련해 스타트업의 확장, 자금 조달 및 운영 전략 관련 이야기, 소비자 관련해 소비자 기술(consumer technology), 소셜네트워크, 전자상거래 등에 대한 이야기, 데이터 및 인프라(Infrastructure) 등이 주요 키워드로 부각됐다.

콘퍼런스, 유명 인사들이 들려주는 업계 동향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서는 콘퍼런스를 통해 저명한 인사들을 강연자로 초청해 업계 동향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볼 기회를 제공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가 연사로 오른 무대였다. 그는 인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와 라우터 제조업체인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을 창업한 바 있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건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를 설립하고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가 투자한 여러 기업 중에서도 외부 투자가로는 최초로 OpenAI에 투자했던 점이 화제가 됐던 바가 있다.  

이날 그는 AI의 미래에 대한 주제로 그의 견해를 이야기했다. 그는 AI의 혁신적 잠재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AI가 대부분의 인간 노동력의 필요성을 없애고 2%에서 어쩌면 5%이상의 상당한 GDP 성장과 함께 '엄청난 풍요(great abundance)'를 창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국가에서 무기화 가능성 등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하며 책임 있는 개발에 대해서도 함께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의 강연>

[자료: TechCrunch]

다른 유명 인사로 영화 나비효과, 친구와 연인사이, 잡스 등 작품 활동으로 유명한 배우 애쉬튼 커쳐(Ashton Kutcher)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 연사로 등장했다. 그는 사운드 벤처스(Sound Ventures)라는 벤처캐피탈(VC) 공동 설립한 투자자로 등장해 2015년부터 스타트업 및 벤처 업계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투자자로서의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 무대에 사운드 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동업자 가이 오세리(Guy Oseary)과 에피 에프스타인(Effie Epstein)과 함께 자리했다.

그는 최근 'AI의 대모'로 불리는 스탠퍼드대 교수 페이페이 리(Fei-Fei Li)가 설립한 월드랩스(World Labs)에 투자하는 등 AI에 베팅하고 있음을 밝히며, 회사에서는 AI 기술을 새로운 물리적 폼 팩터 또는 새로운 OS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애플의 전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니 아이브(Jony Ive)와 OpenAI의 샘 알트만(Sam Altman)과 협력해 구축 중인 새로운 AI 디바이스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이자 투자자로 활동하는 애쉬튼 커쳐의 강연>

[자료: TechCrunch]

이 밖에도 오버서브스크라이브드 벤처스(Oversubscribed Ventures)를 설립한 배우이자 셀럽인 사라 포스터와 에린 포스터 자매를 비롯해 제너럴 모터스 CEO인 메리 배라(Mary Barra), 슬릭(Slack), NASA, 세콰이어 캐피탈, 500 글로벌 등 유명 VC와 액셀러레이터 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기관의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연사로 참가하며 그들의 경험을 토대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타트업 배틀필드, 유망 스파트업들의 피칭 경연대회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꽃이자, 백미로 알려진 스타트업 배틀필드(Startup Battlefield)는 전 세계의 스타트업 중 200개의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해 진행하는 피칭 경연대회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2007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300개 이상의 기업에서 참가했고, 작년 8월까지 약 200번의 엑시트(주식상장 혹은 인수합병)와 총 290억 달러의 펀딩(funding)을 기록했다. 스타트업 배틀필드에 참가했던 대표 기업으로 웹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 기업인 드롭박스(Dropbox), 피트니스 스마트워치 기업 핏빗(Fitbit), 클라우드 보안회사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등이 있다.

올해도 스타트업 배틀필드에는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참가했으며, 2022년부터 시작한 참가 기업 중 상위 200개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을 올해도 유지했다. 올해의 한국기업 중 상위 200개 기업에 선정된 기업은 반프가 유일했다. 작년도 상위 200 기업에 한국기업이 총 4개 선정된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였지만, 반프는 타이어 상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노면 상태 실시간 평가를 통해 운전자 안전과 연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타이어 솔루션을 소개하며 스타트업 배틀필드에서 상위 200개 기업 선정 방식이 된 이래, 한국 기업 최초로 Top 20 기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올리며 한국기업의 선전을 보여줬다.

<스타트업 배틀필드, Top 20에 선정된 반프>

[자료: TechCrunch]

Top 20 기업에 주어진 현장 피칭을 통해 선택된 올해의 최종 5개 기업은 Salva Health, GeCKo Materials, Luna, MabLab, Stitch3D였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4 스타트업 배틀필드 결승전 진출 Top 5 스타트업 리스트>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정리]

2024년도 우승을 위한 결승전에서 치열한 피칭 경연 끝에 최종 우승은 Salva Health에서 차지했고, 우승의 명예와 함께 상금 10만 달러도 함께 획득했다. 이 기업은 유방암 조기 진단 시 치료 가능성이 높지만 많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는 유방 촬영 및 기타 진단 도구를 사용할 수 없는 시골 인구가 많아 선진국 대비 더 높은 비율로 사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AI 기반의 휴대용 유방암 진단 장치를 만들었다.

<스타트업 배틀필드 2024 결승전 현장>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체 촬영]

작년도 우승 기업이 Health Tech 분야에서 차지한 것에 이어 올해 우승 기업도 Health Tech 분야에서 나오면서 Health Tech 분야에서 유망한 기업 발굴을 위한 관심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전시회 현장 모습

모스코니센터 서관 2층 전체는 전시장(Expo)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임직원들이 각자 저마다의 혁신적 기술과 회사를 열성적으로 알렸다.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에 선정된 기업들은 저마다 Space, Hardware, Robotics & IoT, Healthtech & Biotech, Sustainability, Mobility & Logistics, SaaS, Enterprise & Productivity 등과 같이 분야별로 분류돼 전시장 곳곳에서 각자의 작은 테이블 하나에 간판, 그리고 준비해 온 배너 한 개 정도 추가해 세워놓고 간소하고 기업을 홍보하는 모습은 다른 전시회와는 테크크런치 전시회의 특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작년과 동일하게 모스코니센터의 서관(West)만을 사용한 올해의 전시회는 1만3000명의 참관객 수를 기록했던 작년에 비해서 올해 참관객 수는 1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번 현장에서 행사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고, 참가기업들은 자신의 회사와 기술 선보이며, 투자자 또는 다른 기업들과 교류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4 전시장 모습>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체 촬영]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기업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4의 한국관 운영은 KOTRA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이 공동 주관했으며, 작년과 달라진 점으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과 단국대학교(단국대)가 통합한국관으로 참여하면서 작년 15개사였던 규모가 24개사(KOTRA 및 KITRI 15, 경과원 5, 단국대 4개사)로 많이 증가했다. 이는 올해 테크크런치에 단독 국가관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산업 분야별로 살펴보면, AI, Blockchain, Hardware, Mobility, SaaS, Sustainability, Digital Health, Cybersecurity 등 분야의 기업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앱테스트에이아이, 코클, 다비오 3개사는 작년에 이어 연속해서 한국관에 참가했다. 올해 통합 한국관 부스는 전시회장 입구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며, 참관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통로의 양쪽을 모두 한국 기업들로 채워지며 마치 한국기업 존(Zone)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4 한국관 참가기업 리스트>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4 한국관 모습>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체 촬영]

올해 테크크런치 전시회에서는 한국관 이외에도 한국기업들이 단독으로 또는 단체로 참가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해 처음 테크크런치 주최 측에서 도입한 스케일업(ScaleUp) 방식(전시회 3일이 아닌 단 하루만 부스 참가)으로 참여한 기업들 중에 한국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작년도 배틀필드200기업에 선정됐던 클리카(Clika)와 Align AI라는 브랜드명을 앞세워 처음으로 참가한 콕스웨이브였다. 한편으로 창업진흥원(KISED)에서는 Upsight, Shadow, 비네이처바이로랩, 보이노시스, Dr.Friend, OneCup, tlooto, Speed Floor 등 8개의 한국기업이 참가한 K-Startup이라는 이름으로 부스를 마련해 전시회에 참가했다.

다른 국가관의 참가 규모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우크라이나, 벨기에 등 국가들과 중앙 유라시아(Central Eurasia)의 국가들의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을 중심으로 총 9개국 통합 국가관으로 실크로드(Silkroad)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다. 국가관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파키스탄 기업들이 모였던 Tech destination Pakistan에서도 단체로 참가를 했다. 각각의 참가 규모는 실크로드 24개, 파키스탄 13개, 우크라이나 12개, 일본 10개, 벨기에 8개사였다. 일본, 우크라이나, 벨기에, 파키스탄, 실크로드 중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에서는 작년에 이어서 연속해 테크크런치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각 국가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였다.

<실크로드(중앙 유라시아 통합국가관),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일본 국가관의 모습>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체 촬영]

쇼케이스 무대에서 한국관 참가기업의 라이브 피치 세션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전시회는 보통 다른 전시회와 달리 이벤트의 중심에 피칭이 있다. 전시회장 한쪽에 설치된 쇼케이스 무대(Showcase Stage)에서는 피칭 이벤트가 이 무대에서 열렸다. 한국관은 국가관 참가국 중 유일하게 쇼케이스 무대를 3번을 배정받아 무대에서 라이브 피치(Live Pitch) 세션을 진행했다. 한국관 참가기업 중 18개 기업이 28일과 29일 양일에 걸쳐 한 번에 6개 기업씩 총 3차례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라이브 피치를 진행했다. 기업들은 자체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과 기업 소개를 현장의 청중에게 기업당 약 4분 피치를 통해 드러내는 기회를 가졌다.

피치를 진행한 한국 기업들은 짧은 시간 안에 시장에 존재하는 문제, 기업의 해결책, 다른 기업과의 차별성 등 내용을 포함해 기업별로 현지 파트너십을 찾거나 투자자를 구하는 등 기업에서 추구하는 것을 청중에게 전달했다. 이 무대를 위해 사전에 참가기업들은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 매칭한 현지 전문가들에게 피치덱 구성, 전략수립 사전 온라인 컨설팅 지원을 받았다.

<쇼케이스 무대에서 진행된 한국관 참가기업 라이브 피치 세션 현장>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체 촬영]

전시장의 쇼케이스 무대에서는 한국관의 라이브 피치 세션 외에도 3일 동안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 기업들의 Pitch와 일본관, 벨기에 등 국가관에서 라이브 피치가 연이어 진행돼 현장 참관객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네트워킹 리셉션

테크크런치 전시회 기간에 행사장 주변 곳곳에서 여러 이벤트가 열린다. 전시회장 밖에서도 비즈니스 기회 확대와 글로벌 파트너십 형성을 위해서는 여러 네트워킹 이벤트도 함께 챙겨야 한다. 테크크런치 주최 측에서 Side Events라고 직접 안내한 20여 개 이상이었으며, 그 외에도 happy hour, mixer, network, meetup 등의 단어들이 들어가는 여러 네트워킹 이벤트가 전시회가 열리기 전 주말부터 진행됐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KITRI,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단국대와 협력해 한국관 참가기업을 위한 네트워킹 리셉션을 개최해 현지 글로벌 기업, 투자가 등과 한국관 참가기업 간 비즈니스 만남과 연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국관 네트워킹 리셉션 현장>

[자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체 촬영]

시사점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테크크런치 전시회장에서 만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VC의 파트너 A 씨에게 투자자로서 테크크런치에 참가한 여러 기업 중에서 어떤 점을 중점으로 보게 되는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 A 씨는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업이 얼마나 나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것인지, Go To Market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현존하는 마켓의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차별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아무래도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라고 답했다.

2024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한국관에는 총 24개 기업이 참가해 테크크런치 전시회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전시회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투자자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고 그들의 피드백 받아 미국 및 글로벌 시장진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내년에도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가해 기업이 이룬 성과를 공유하고, 차별화된 강점을 잘 드러내고, 현지 파트너와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미국 및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길 희망한다.

자료: TechCrunch,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