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정규진 변호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및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구성된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예로부터 동서 교역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실크로드 시대에는 국제 무역과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나, 20세기 들어 소련의 지배 아래에서 그 국제적 위상은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프로젝트, 글로벌 에너지 수급 문제 등 다양한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본 기고문에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적 배경과 최근 국제 정세 속에서 이들 국가의 위상 변화 및 유망 산업을 살펴보고,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배경

중앙아시아는 대륙의 중심에 위치해 오랜 세월 동안 동서양의 문명과 무역을 연결하는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몽골 제국의 확장 등으로 인해 이 지역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았다. 특히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 중국, 유럽을 연결하는 무역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국제 무역과 문화 교류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The Great Game으로 불리는 러시아와 영국의 대결 속에서 중앙아시아는 제국주의적 경쟁의 희생양이 되었고, 이후 소련의 지배를 받으며 경제적, 정치적으로 종속된 상태로 남게 되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독립을 맞이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정성 속에서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2. 최근 국제 정세와 중앙아시아의 변화

최근의 국제 정세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함에 따라 전통적인 에너지 및 무역 경로가 차단되었고, 이로 인해 중앙아시아는 새로운 대체 경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 유럽을 잇는 중요한 육로로 부상하면서 무역 허브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 특히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자원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중앙아시아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3. 중국의 일대일로와 중앙아시아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은 유럽과 중동으로의 무역 경로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를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카자흐스탄과의 교통 인프라 개선을 통해 이 지역을 육상 물류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와 교역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으나, 동시에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경계심도 유지하고 있다.

4. 다자주의와 외교적 중립의 중요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중립적인 외교 정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러시아, 중국 및 서방 국가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외교적 입지를 확립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러시아와의 전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방 국가들과의 경제적,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러한 다자주의적 외교 전략은 중앙아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5. 중앙아시아의 주요/유망 산업

중앙아시아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에너지 산업에 의존해 왔으나, 최근에는 농업, 정보통신기술(ICT), 관광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발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1) 에너지 산업

중앙아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풍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 두 나라는 국제 에너지 수급 문제에서 Key Player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발전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로 생각된다.

(2) 농업 및 식품 산업

중앙아시아의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농업 자원을 바탕으로 한 농업 및 식품 산업도 주목할 만하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곡물, 면화, 과일 등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의 스마트 농업 기술을 활용한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특히 식량 안보와 식품 가공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3) 디지털 경제 및 ICT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정보통신 인프라와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은 ICT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중앙아시아의 디지털 경제 성장에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전자정부 시스템, 스마트시티 구축,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6.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

중앙아시아의 주요 산업 분야는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농업, 디지털 경제,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1) 에너지 협력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통해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으며,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 농업 및 식품 협력

중앙아시아의 농업 자원과 한국의 스마트 농업 기술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농업 생산성 향상과 식품 가공 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3) 디지털 경제 및 ICT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ICT 인프라 구축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전자정부 시스템, 핀테크 등 다양한 디지털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국제 정세 속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외교적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으며, 주요 산업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농업, 디지털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의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과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및 산업 분야에서 정부의 영향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의 공식 초청을 받아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하여 국가 간 협력을 모색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투자와 협력이 이루어져 경제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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