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민영화된 연금 및 공공 서비스 모델

칠레는 연금, 건강보험, 수도, 전기, 가스 등 주요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민영화를 통해 독특한 공공 서비스 관리 모델을 구축한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국가다. 연금 시스템의 경우, 칠레는 분배형 또는 혼합형 시스템 대신 개인 복지 자금 관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연금 기금 관리사(Administradoras de Fondos de Pensiones, AFP)에 의해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1980년 칠레의 연금 개혁 이후 도입되어, 근로자들의 연금 기금 관리를 대기업 집단에 맡기고 AFP가 설립되었다.

건강 시스템은 혼합형으로, 국민 건강 보험 기금(Fondo Nacional de Salud, FONASA)와 건강 예비 연금 기관(ISAPRE)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물과 전기와 같은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와 같은 주로 공공 중심 모델을 채택한 다른 나라들과 대조된다.

칠레의 재구성: 민영화와 보조 국가 개념

칠레는 1980년 새 헌법 승인 이후 연금, 건강, 공공 서비스 등에서 민영화와 구조 개혁을 진행하였다. 이는 시카고 학파의 영향을 받은 '보조 국가'(Subsidiary State) 개념을 바탕으로 하며, 자유 시장 경제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주창한 학자들로 구성된 '시카고 보이즈'가 주도하였다.

'보조 국가' 개념은 국가가 개인이나 민간 부문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영역에만 개입한다는 원칙을 따르며, 이로 인해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군사 정권 하에서 기업 민영화, 세금 감축,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이 시행되었고, 이는 칠레 경제를 신자유주의 원칙에 맞춰 크게 변화시켰다.

칠레의 연금 시스템 개요

칠레의 연금 시스템은 과거에 노동자와 기업의 기여금으로 운영된 '연금 관리 기구’(Cajas de Previsión)에서 개인 자본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현재는 각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기여하며, 연금 자산은 연금 기금 관리사(AFP)에 의해 관리된다. AFP는 이 자산을 다양한 금융 활동에 투자하여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한다.

2008년, '제 20.255호 법(Ley 20.255)'는 '연대 연금 제도’(Sistema de Pensiones Solidarias)를 도입하였으며, 이는 개인 자본화 시스템의 보완으로 국가가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다. 이 변화는 높은 기대 수명과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등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 칠레의 현행 연금 기금 관리사 >

[출처: La Tercera, 2021]

현재 칠레에는 7개의 AFP가 있으며, 이들은 수수료, 서비스, 전국적 네트워크, 그리고 자산 수익률에 따라 구분된다. 근로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AFP를 선택할 수 있으며, 처음 가입하는 근로자는 수수료가 가장 낮은 AFP에 24개월 동안 가입해야 한다.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연금 시스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현재 근로자는 급여의 10%를 AFP 계좌에 의무적으로 기여하며, 개혁안은 기여금을 6%로 증액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2%는 개인 계좌에, 4%는 기존 연금 개선과 여성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입 관리와 자산 투자 관리를 분리하고, 연간 10%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입찰을 통해 비용과 수수료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칠레의 건강 보험 시스템과 한국의 국민건강보험(NHI) 사례 비교

칠레의 건강 보험 시스템은 혼합형 모델로, 국민건강보험기금(FONASA)과 건강보험기관(ISAPRE)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ISAPRE는 가입자의 건강 보험 기여금을 관리하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민간 부문의 참여를 증대시키며, 국가의 의료 부담을 경감하는 역할을 한다. 칠레의 보건감독청에 따르면, 현재 모든 근로자는 법적으로 총 급여의 7%를 건강 보험에 납부해야 한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NHI)은 인구의 90%를 보장하는 보편적 모델로, 접근성과 보장,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통합 시스템은 약 250개의 민간 보험을 대체하고, 공공 및 민간 제공자를 단일 국가 보험으로 통합하여 효과적인 관리를 이루었다.

반면, 칠레는 의무적이지 않으며 보편적 건강 보험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혼합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두 나라의 건강 분야에 대한 GDP 지출 비율은 유사했으나(칠레 8.8%, 한국 9.1%), 칠레는 공평성과 효율성 면에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칠레의 보건 정책 전문가Juan Carlos Said는 한국의 모델이 칠레에 유용한 사례가 될 수 있으며, 모든 기여금과 자원을 통합하는 국가 보험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칠레의 현 시스템이 공공 및 민간 부문 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통합된 국가 건강 보험 시스템이 공평성과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칠레의 공공 서비스 민영화

칠레는 1990년대에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한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국가로, 이후 멕시코와 아르헨티나가 이를 따랐다. 이 조치는 경쟁을 촉진하고 기본 서비스를 개선하며,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했다.

상수도 서비스

칠레의 상수도 및 위생 서비스는 주로 민간 관리 하에 있으며, 주요 운영 기업으로는 Aguas del Altiplano, Aguas Magallanes, 그리고 Aguas Chañar (일본 Marubeni 소속), Aguas Antofagasta (콜롬비아 Grupo EPM 소속), Essbio (캐나다 연기금 소속), Aguas Andinas (Agbar 소속), Essal (Aguas Andinas 그룹 소속), Aguas Patagonia가 있다. 상수도 시장에 진입하려면 상수도 운영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는 상수도 감독청의 심사와 승인 절차를 거친다.

< 칠레의 주요 공공 서비스 기업 –상수도 >

전력 서비스

전력 시장에서는 발전, 송전, 배전이 모두 민간 기업에 의해 운영된다. 전력 시장에서는 발전, 송전, 배전이 모두 민간 기업에 의해 운영된다. 주요 발전 기업으로는 칠레 자본이 포함된 Colbún과 Chilquinta 외에, 다국적 기업인 AES Chile, Enel, Engie가 있으며, 송전은 Transelec과 Red Eléctrica Chile가, 배전은 Enel Distribución과 Chilquinta가 담당한다. 이들 기업은 공정 경쟁을 촉진하고 독점을 방지하며,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된다.

< 칠레의 주요 공공 서비스 기업 - 전력 >

가스 서비스

가스 배급은 천연가스(GN)와 액화석유가스(GLP)로 나뉘며, 주요 기업으로는 칠레 자본이 포함된 Metrogas, Lipigas, GasValpo, GasSur, Intergas가 있다. 이들 기업은 가스 서비스법에 따라 규제되며 통제된 자유 요금제 하에 운영된다.

일본의 마루베니 주식회사(Marubeni Corporation)는 1990년대 중반부터 칠레의 상수도 및 하수도 서비스에 참여하여 북부 지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콜롬비아의 Grupo EPM은 2000년대 초반부터 Aguas Antofagasta를 통해 칠레 북부의 물 공급 및 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외국 기업의 참여는 칠레 공공 서비스 체계에 국제적 투자와 전문성을 제공하며, 민영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칠레의 주요 공공 서비스 기업 - 가스 >

칠레의 민간 위탁 고속도로: 공공-민간 협력 모델

칠레의 교통 인프라 개발에서 민간 위탁 방식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사업부가 주도하는 공공-민간 협력(PPP) 모델은 'BOT'(Build, Operate, Transfer) 방식을 통해 민간 부문이 자금, 기술, 경험을 제공하고, 국가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인프라 투자를 극대화하는 구조이다.

이 모델을 통해 칠레의 주요 고속도로는 민간 기업이 운영 및 유지 관리를 책임지게 되었으며, 이는 국가의 경제 성장과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중앙 고속도로(Autopista Central), 코스타네라 노르테(Costanera Norte), 베스푸시오 노르테 익스프레스(Vespucio Norte Express), 베스푸시오 수르(Vespucio Sur)의 운영과 유지 관리는 각각 독립된 법인 형태의 민간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기 맡은 고속도로의 전반적인 관리와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시사점

칠레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기반으로 연금 제도, 의료 서비스, 그리고 필수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민간 부문의 참여를 촉진하며 독특한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자원 관리의 효율성과 기술 혁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공공 서비스의 접근성에 대한 형평성과 시장 독점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강화의 필요성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 칠레가 직면할 주요 과제는 민간 부문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서비스의 형평성을 보장하고 공공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칠레의 경험은 다른 국가들, 특히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비교할 때, 민영화된 공공 서비스 체계의 발전과 개선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출처: BiblioChile, 칠레 공공정책 연구센터(CIPER), 칠레 에너지 위원회(Comisión Nacional de Energía), 칠레 인허가 총국(Dirección General de Concesiones), 칠레 발전회사(Generadoras de Chile), InvestChile, 칠레 상수도 및 하수도 감독청(SISS), 사회보장부 차관실(Subsecretaria de Previsión Social), 칠레 연금 감독청(Superintendencia de Pensiones), 칠레 보건 감독청(Superintendencia de Salud), 공공 정책 연구소(Espacio Público), KOTRA 산티아고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