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향의 정보를 저장, 처리,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로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미 지역에서도 경제 성장과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면서 데이터 대량 저장 및 처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데이터센터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남미의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투자는 2027년까지 총 9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7.13%로 전망된다.

칠레 데이터센터 정책 동향 및 시장 현황

칠레는 남미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 중 하나다.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2023년 ‘국가 데이터센터 플랜(Plan Nacional de Data Centers)’ 정책을 발표하는 등 과학기술지식혁신부와 협력해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국가 핵심 과제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칠레에서는 23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고, 앞으로 28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투자예상액은 총 25억 달러다. 칠레 정부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 공공부문, 시민 사회 및 지역 사회와 협력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칠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추진단계별 투자>

(단위: US$ 백만)

<자료: BNAmericas, 2024>

칠레 정부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기관인 인베스트칠레(InvestChile)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칠레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약 1억3100만 달러로 평가됐다. 앞으로 연간 성장률 23.34%를 기록하며 2028년까지 약 4억7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IT시장 규모>

(단위: US$ 백만, %)

[자료: 인베스트칠레 보고서, 2024]

칠레의 주요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는 주로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발파라이소(Valparaíso), 비냐 델 마르(Viña del Mar), 콘셉시온(Concepción), 테무코(Temuco)와 같은 칠레 주요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칠레 주요 데이터센터 인프라 공급업체는 구글, 아마존,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MS), 에퀴닉스(Equinix)이며 이외에도 다수의 관련 외국 기업들이 칠레에 진출해 있다. 

<칠레 데이터센터 현황>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및 현지언론, KOTRA 산티아고 무역관 재구성]

과학기술지식혁신부는 여러 지역 간의 균형적인 발전과 지방 분권을 위해 칠레 중부뿐만 아니라 북부와 남부 지역에도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다른 지역에도 데이터센터 유치 기회를 제공해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환경보호 및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두는 정책 기조에 기반해 정부는 데이터센터 산업에도 친환경 에너지를 도입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사례

데이터센터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기업 중 하나인 클라로(Claro)는 친환경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다.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으며, LEED 인증(지속가능한 건물 인증) 또한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동센서를 사용한 스마트 LED 조명 시스템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였으며,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냉각수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에어컨 시스템,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이 긴 리튬 배터리 사용으로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을 동시에 이룩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데이터센터 허브로서의 잠재력

칠레는 남미 지역의 다른 국가들보다 국토의 연결성이 높아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지식혁신부 아이센 에체베리(Aisén Etcheverry) 장관은 칠레가 데이터센터 허브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결성과 광섬유 케이블, 클라우드 서비스, 초고속 인터넷, 5G 네트워크, 선순환 생태계 구축, 명확한 규칙과 규제, 대규모 부지 확보 용이성, 그리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높은 전문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칠레 인구는 약 2000만 명 정도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소비자 규모가 작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구글, 아마존, MS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칠레를 선택하는 이유로 칠레가 라틴아메리카 시장 진출에 최적의 지리적 위치에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칠레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남극 등 세 대륙에 둘러싸여 있어 북미와 아시아 태평양을 연결하는 해저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칠레는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미국,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 여러 국가와 연결돼 있다. 칠레는 FOA(Fibra Optica Austral, 남부 해저 광케이블 이니셔티브)와 FON(Fibra Optica Nacional, 국가 광케이블 이니셔티브)을 통해 12개 해안 도시를 연결하는 총 3500km의 해저 광케이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칠레 및 인근국 주변 해저 광케이블 분포>

 [자료: 인베스트칠레 보고서, 2024]

대(對)칠레 데이터센터 해외직접투자 증가

인베스트칠레 보고서에 따르면, 칠레의 안정적인 국내 정치 환경, 34개국과의 FTA 체결, 특히 최근 미국과 체결한 이중과세 방지 협정이 칠레의 디지털 산업에 대한 해외투자와 해외기업의 칠레 진출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부가가치세(VAT) 환급, 연구개발(R&D) 세금 인센티브 등 각종 세금 관련 인센티브 프로그램, 관련 자본재 수입에 대한 VAT 면제, 정부 공동 펀딩 지원 프로그램, 해외기업 지사 설립 지원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24년에도 구글, 클라로와 같은 기존 진출 기업의 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아마존웹서비스(AWS), 화웨이, 스칼라(Scala) 등 다국적기업의 신규 프로젝트 20건이 이미 개발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만큼 칠레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해외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투자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콜리어스(Colliers)사는 신기술의 통합과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활용,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광섬유 네트워크 증가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오라클사는 기존 산티아고 데이터센터를 보완하기 위해 발파라이소(Valparaíso) 지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남미 국가들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에퀴닉스사는 2022년에 칠레의 엔텔(Entel) 데이터센터 3개와 페루의 데이터센터 1개를 7억 달러 이상에 인수했으며, 추가로 5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구성요소 관련 수출 품목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장비와 인프라 산업 또한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주요 산업은 IT 인프라, 전력 및 냉각 시스템, 보안 솔루션, 건설 및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서비스다. 그중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데이터 처리장치의 칠레 수입 현황은 아래와 같다. 한편, 주요 수출국은 미국(32.1%), 중국(28.6%), 멕시코(26.6%) 순이며, 한국의 수출 비중은 0.01%로 34위다.

<처리장치 수입현황>

(단위: US$ 백만)

[자료: Checkpoint] 

데이터센터 관련 장비 관세율 및 인증 수입 규제

한국산 제품의 경우 한-칠 FTA 체결로 관련 제품 수입 관세는 0%이며, 식품이나 화장품 등과는 다르게 수입을 위한 별도의 인증 규제는 없다. 다만, 수입 이후 칠레 국내에서 장비를 설치하거나 운영할 때 적용되는 규정들은 별도로 존재한다.

전문가 인터뷰 및 시사점

데이터센터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칠레 기업 시리온 테크놀로지(Cirion Technology Chile)의 파블로 가르시아(Pablo Garcia) 지역총괄 매니저는 KOTRA 산티아고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산업이 향후 몇 년간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며, 칠레의 지리적 이점, 특히 다른 대륙과의 연결성이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르시아 매니저는 "데이터센터 기업의 주요 고객은 주로 대량의 정보를 처리해야만 하는 정부기관들과 은행인데, 데이터센터 설립 허가 문제로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등 설립 허가 획득에 아직은 애로사항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칠레는 정부의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정책과 역내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IT인프라 덕분에 남미 지역 디지털 산업의 허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나아가, 풍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청정에너지 사용의 점진적인 확대로 친환경 디지털 전환 트렌드의 선두 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린수소 생산에 강점이 있는 국가로서 기존 데이터센터를 그린수소 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 효율이 높은 신재생 에너지 활용 장비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데이터산업 자체뿐만 아니라 칠레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정책 또한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료: BNAmericas, InvestChile, Research&Markets , Datacenterdynamics, Checkpoint, 과학기술지식혁신부, 현지 언론, KOTRA 산티아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