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태풍이나 지진, 호우, 홍수, 토사 재해, 폭설 등 자연재해가 빈번한 나라다.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 2017년 7월에는 규슈 북부에서 호우 피해, 2024년 1월에는 노토 반도 지진이 발생했다. 최근 폭염이나 계절에 맞지 않는 태풍 등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재해에 대비해 행정기관은 재해대책기본법에 따라 식량을 비축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시설 등에 비상용 물자의 비축을 요구하는 등 대책을 취하고 있다.

음료는 물론 쌀, 건빵 등의 식품은 장기 보존이 가능해 방재식이나 재해식, 비상식량으로 불리고 있다. 통상 상온에서 36개월 이상 보존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지자체에서는 5년마다 보관 중인 비상식량을 바꾸고 있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3번째의 교체 수요가 다가오는 2026년이 다음 교체 시기이다. 방재식품의 평시 비축 중요성이 제고되고 전국적으로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2026년도 방재식품 시장은 319억900만 엔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방재식품 시장의 시장 규모 추이>

(단위: 백만 엔)

*주: 연도는 4월부터 차년도 3월말 기준, 2021년 이후는 예측치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식품 이외 분야에서도 방재용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일상에서도 비상시에도 도움이 되는 페이즈 프리(Phase Free) 제품들이다. 2019년 6월부터 페이즈프리협회가 인증 접수를 시작하며 4년 반 만에 107개 사가 인증을 획득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재해시 비상용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토요타 자동차 프리우스 PHEV, 방재시에도 안전하게 착용 가능한 슬리퍼와 캠핑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태양광 발전 랜턴 등이 있다.

<대표적인 방재용품 예시>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방재용품이 모든 가정에 비축되어 있는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가전 메이커 파나소닉이 2023년 7월 실시한 방재 의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1%가 ‘방재 대책이 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파나소닉은 방재용품으로서 지진 시에도 넘어지지 않는 텔레비전이나 정전 시에도 일정 시간 보냉 가능한 기능을 갖춘 냉장고를 개발하는 등 기존의 제품에 +α의 기능을 더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방재용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빈발하는 자연재해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식의 증가도 있지만, 평상시 생활에서도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제품이 증가한 것도 요인 중 하나다. 가정에 방재용품을 비축해 두는 것은 그동안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보급률이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소에 사용하는 제품이 재해시에도 도움이 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해보자는 의식이 퍼져가고 있다. 페이즈프리협회는 페이즈 프리 제품이 현재의 100배, 총 1만여 종이 있다면 재해 피해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요양시설, 재해대책 계획 수립 시 정부로부터 설비 투자 비용 보조

요양시설 등은 개호보험법에 따라 비상 재해대책 계획 수립과 대피훈련 실시가 의무화되어 있다. 2021년부터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4월부터 완전 의무화된 요양시설에서의 BCP(Business Continuity Plan),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도입 배경에는 자연재해 증가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나 코로나 등 감염증이 발생할 경우 그때마다 많은 요양시설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운영이 어려워져 이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가령 요양시설에 통상 직원 수가 20명인 경우 비상시 총 직원의 30%가 결근할 가능성을 고려해 그만큼의 대체 직원을 확보하는 계획을 미리 세우는 등 사업계속계획(BCP)이 필요하다.

BCP를 만들어 국가의 인정을 받음으로써 요양시설은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세제 혜택 관련 ‘중소기업 방재·감재 투자 촉진 세제’가 있으며, 인정을 받으면 설비 투자에 대한 20%의 특별 상각이 마련된다. 100만 엔 이상의 기기류(자가 발전 설비, 정수 설비, 양수 펌프 등), 20만 엔 이상의 기구 비품(서모그래피 장치 등), 60만 엔 이상의 건물 부속 설비(자가 발전 설비, 변압기, 배전 설비, 저수 탱크 등) 등의 방재 설비가 지원 대상이 된다.

다양한 장소에 간편히 설치 가능한 시각장애인 보행 테이프, COCO TAPE

2024년 5월 5일 판매 개시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테이프 ‘COCO TAPE’는 많은 시각장애인과 보행 훈련사의 협력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도로나 철도역 등 공공시설에는 점자블록이 보급되어 있지만, 건물 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폭 48mm의 염화비닐제 실내 전용 테이프 COCO TAPE의 상품명은 ‘오늘도 여기(COCO)에서부터 어디로 갈까?’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테이프는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고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만큼 부착할 수 있어 시각장애인의 자율적인 이동을 도울 수 있다. 재해시 피난 장소나 사무실, 이벤트 현장, 상업시설에도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고, 유도용 테이프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기업 개발 담당자는 KOTRA 오사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실이나 건물 내에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희망해도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사 테이프는 비용이 저렴하며 재해시 피난처나 기존 실내시설에도 간단하게 설치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자료: KOTRA 오사카 무역관 정리]

시사점

국토교통성은 규모 8~9로 예상되는 난카이 트로프 거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70~80%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방재용품에 투자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으나, 일반 생활용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방재용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석이조 제품은 소비 시장에서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한국 기업이 기존 제품에 '방재'라는 부가가치를 더한 제품을 개발한다면 일본 진출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한 방재용품 시장에는 제품뿐만 아니라 재해시 유용한 IT제품(안부 확인, 방재 정보 제공, 날씨 안내 어플리케이션 등)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국토교통성, 각 기업 웹사이트, KOTRA 오사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