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제레미 헌트(Jeremy Hunt) 영국 재무장관은 봄 예산안(Spring Budget)을 발표하며 영국정부의 신년 경제 계획을 공개했다. 영국은 매년 봄과 가을 한 차례씩 성명을 발표해 정부의 주요 경제계획 등을 밝힌다. 금번 2024/25 봄 예산안을 통해 영국의 올 한 해 재정계획과 경제전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 동향

봄 예산 성명에 따르면 영국의 2024년 1월 인플레이션은 4.0%로 여전히 정부 목표치인 2%의 2배에 달하지만 ’24년 2분기에 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전 가을 성명(autumn statement 2023)에서 예측한 것보다 일 년 가까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금번 봄 예산안의 세금 정책은 이를 지지하는 방향일 것임을 언급했다. 또한, 예산책임청(OBR, 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은 국가 경제가 2024년에 0.8% 성장하고, 2025년과 2026년에는 성장률이 각각 1.9%와 2.0%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예산책임청(OBR) 경제 전망 주요 지표>

[자료: 2024/25 봄 예산안(Spring Budget 2024)]

주요 세제 변화

① 세금 감면

- 국민보험료(NIC, National Insurance Contributions) 인하: ’24년 4월 6일부터 피고용인과 자영업자의 국민보험 기본 세율을 2% 인하한다. 국민보험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으로 국민연금, 공공의료 등에 사용되는 세금이다. 해당 인하는 연간 100억 파운드 규모의 세금 인하에 해당하며, 평균적인 소득수준을 가진 피고용인에게 연간 450파운드 수준(자영업자에게는 350파운드 수준)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가을 성명에서의 국민보험 감면*과 결합하면 연간 900파운드의 세금 감소로 이어진다.

*주: 2023 가을 성명에서 영국정부는 ’24년 1월 6일부터 피고용인에 대한 소득세 및 국민보험 부담금의 합산세율을 32%에서 30%로 2%p 낮춘 바 있음

- 고소득자 자녀수당(High Income Child Benefit Charge) 세금부과 기준 인상: ’24년 4월부터 자녀수당에 대해 과세되는 소득기준이 연 50,000 파운드에서 60,000 파운드로 상향 조정된다. 즉, 소득수준이 60,000 파운드를 넘는 고소득자부터 자녀수당에 과세되며, 80,000 파운드가 넘으면 모든 자녀수당이 세금으로 회수된다. 자녀수당은 16세 미만 또는 적절한 교육과정을 밟고 있을 경우 20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받을 수 있다. 고소득자의 경우는 본인 또는 배우자/파트너의 개인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 자녀수당을 받는 경우, 이에 대해 세금을 지급해야 한다.

-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Capital Gain Tax) 인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 상위 세율이 28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인하된다.

- 유류세(Fuel Duty) 및 주류세(Alcohol Duty) 동결 연장: 2022년 3월 도입된 유류세 인하가 ’24년 3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12개월 추가 연장되었다. 주류세는 ’24년 8월부터 3% 인상 예정이었지만 2025년 2월까지 동결·연장되었다.

② 세금 인상

- 휴가용 주택(Furnished Holiday Lets) 세금 혜택 및 다주택자 인지세 혜택(Multiple Dwellings Relief) 폐지: 2025년 4월부터 휴가용 주택에 대한 세금 혜택이 종료된다. 또한, 2024년 6월 1일부터 단일 거래에서 둘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위한 인지세 혜택이 폐지된다.

- 비거주자 세제 체계(Non-Dom Regime) 폐지: 2025년 4월 6일부터 비거주자에 대한 소득세 '송금 기준'이 폐지되고, '거주 기반 제도'로 대체된다. 새로운 제도에 따라 영국에서 4년 이상 납세 거주자였던 사람은 현재 거주지 상태에 관계없이 해외 및 국내 소득에 대해 영국 세금을 납부하게 되며, 신규 도착자에 대해서는 4년 감면이 적용된다(지난 10년 동안 비과세 거주자였던 경우).

*주: 납세 거주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①과세연도에 영국에서 183일 이상 거주했거나, ②유일한 집이 91일 이상 연속으로 영국에 있고, 과세연도의 최소 30일 동안 영국을 방문 또는 머물렀거나, ③영국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과세연도 365일 중 하루라도 근무일이 이에 포함되는 경우 해당된다.

  - 전자담배/담배 세금(Vaping/Tobacco Duty) 도입·인상 및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세금 인상: 2026년 10월부터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이 도입된다. 이와 동시에 흡연자로 하여금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일회성 세금 인상이 담배에 대해 이루어진다. 또한, 이코노미 클래스 이외 항공권에 대한 항공 여객 세금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 인상된다.

- 석유 및 가스산업 횡재세(Energy Profits Levy) 부과 연장: 북해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부과되는 횡재세의 종료 시점이 1년 연장되어 2029년 3월 31일에 종료 예정이다.

이외에도 이번 봄 예산안을 통해 영국정부의 다양한 세금 관련 혜택/폐지가 발표되었으며, 의료 및 주택 등 공공부문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계획과 공공지출 개혁 방안 등도 발표되었다.

기업을 위한 추가 지원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도 발표되었다. 금번 봄 예산안에 따라 2024년 4월 1일부터 부가가치세(VAT) 등록 기준이 인상된다. 사업체의 연간 과세 대상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기 전까지 부가가치세 등록 의무가 없는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이 기준이 기존 85,000 파운드에서 90,000 파운드로 인상된다. 또한, 코로나 시기에 소규모 사업장을 상대로 시행된 정부 대출 시스템인 Growth Guarantee Scheme을 2026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창조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격을 충족한 영국의 영화 스튜디오에 대해 10년간 40%의 비즈니스 요금(Business Rate) 감면, 관광 및 오케스트라 순회공연 생산에 45%(비순회(non-touring production)의 경우 40%)의 영구적인 세제 혜택 등이 주어진다.

산업 육성 지원

영국정부는 2024/25 봄 예산안을 통해 우선 성장부문(priority growth sector)에 대한 지원계획을 밝혔다. 대표적인 산업은 첨단제조, 녹색산업, 디지털 기술 및 AI, 생명과학이며, 지난 가을 성명 등에서 발표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첨단제조 관련, 자동차, 항공, 생명과학 및 청정 에너지와 같은 전략적 제조 부문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2023년 가을 성명서에서 발표한 45억 파운드 자금 지원 패키지의 지속 추진을 발표했다. 특히, Made Smarter 채택 확대와 같은 스마트 공장 지원 및 첨단 제조, 녹색 및 생명과학 부문에서 13개의 고부가가치 견습 표준을 제공하는 적격 제공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5천만 파운드 규모의 견습 성장 부문 파일럿 계획 확인 등이 포함됐다.

또한, 녹색산업과 관련하여 영국정부는 영국 전역의 저탄소 제조 공급망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 산업 성장 촉진(GIGA)에 최대 1억 2천만 파운드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의 재생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역시 명확히 했다. 특히, 원자력과 관련 힝클리 포인트 C와 사이즈웰 C 외에도 정부는 추가 대규모 원자로 프로젝트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1억 6000만 파운드를 두 곳의 원자력 시설에 투자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 외에도 퍼블릭 컴퓨팅에 15억 파운드 이상의 투자 계획에 대한 세부사항 제공 계획, 중소기업의 AI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740만 파운드 규모의 AI 기술 향상 기금 파일럿 발표, AI 관련 앨런 튜링 연구소를 위한 추가 자금 지원 등을 발표했다.

시사점

영국의 봄 예산안은 한 해 정부의 경제 및 재정계획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 발표이다. 영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 기업들은 해당 발표내용을 확인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확인해 기업 운영에 참고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료원: 영국정부 홈페이지(GOV.UK) 및 현지 언론 등 KOTRA 런던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