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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병행수입은 상표권의 침해인가 ?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3-12-05
  • 출처 : KOTRA

병행수입은 상표권의 침해인가 ?

 

- 모스크바 법무법인 현 최아담 변호사 -

 

2022년 러-우 사태로 인해 다수의 서방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함에 따라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일정 상품들에 대해 병행수입을 허용해왔다. 병행수입이란, 독점 판매권을 가진 정식 딜러가 아닌 제3자가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에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지식재산권의 권리소진과도 관련이 있다.


권리소진의 원칙(The principle of exhaustion)이란, 상표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 행사로 인해 제작된 물품이 합법적으로 시장에 처음 유통된 경우, 그 상품에 대한 권리는 소진된 것으로 보아 해당 지식재산권자가 이에 대하여 재차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의미하며, 최초판매이론(The first sale doctrine)이라고도 한다. 즉 지식재산권자가 권리 행사를 통해 정당한 보상을 얻은 이상, 그 이후의 상품 유통 단계까지 금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권리소진 제도는 지식재산권 소진의 적용 범위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된다.


 국내에서만 소진을 인정하는 국내 소진(National exhaustion),

 유럽연합, 유라시아 연합처럼 특정 국가별 연합국 내에서만 소진을 인정하는 지역 소진(Regional exhaustion), 그리고

 어느 국가에서 판매되든 상관없이 소진을 인정하는 국제 소진(International exhaustion).


상표권과 관련하여 국제 소진을 인정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는 이 중 국내소진과 지역소진을 원칙적으로 인정해 왔다. 러시아 연방 민법 제1487조에 따르면 상표권자가 직접 또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얻어 ‘러시아 연방 영토 내’ 유통된 물품에 관한 상표를 타인이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여 국내소진을 명시하고 있으며,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대한 조약(2014.05.29. 체결, 2015.01.01. 시행.이하 'EAEU 조약')에서는 권리소진 적용범위를 ‘유라시아 회원국 영토 내’ 유통된 물품에 표시된 상표로 제한하고 있다.[1] 즉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관세동맹 밖의 국가로부터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요하며, 그렇지 않고 수입하여 판매 시에는 상표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러-우 사태로 인해 서방 국가로부터 수출통제가 가해지면서 러시아 내로의 주요 제품 수입이 어려워지자,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병행수입을 합법화하기 시작하면서 의약품, 전자기기, 가전제품, 의류, 자동차 및 부품 등에서 병행수입을 통해 허용 가능한 품목을 구체적으로 지정하였다(국제소진 긍정)[2]. 이러한 품목은 지난 1년 반 동안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왔으며, 20237월에는 배터리 및 축전지인 Duracell과 Panasonic, 의류 브랜드 Tommy Hilfiger 및 Giorgio Armani, 안경 브랜드 Dolce & Gabbana, Hugo, Christian Dior 등이 병행수입 품목에 포함되었다.[3]

 


병행수입 관련 판례 동향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까지 러시아 상사법원은 대부분의 경우 병행수입을 불법으로 인정하며 국제소진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왔으나, 산업통상부의 결정 이후 병행수입을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 Safeko vs. Koreatrade (승소)


우리나라 A(화장품)의 디스트리뷰터인 Safeko(원고, 러시아 법인)가 Koreatrade(피고, 러시아 법인)를 상대로 A사의 상표사용 중지 및 보상청구를 제기한 사안에 대하여 법원은 1) 원고의 해당 상표등록 시점인 2021년 이전부터 이미 지난 8년 간 최소 13곳의 다양한 수입업체에 의해 러시아에 유통됨으로써 상표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 2) 원고의 가품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수입 물품이 한국자이화장품 공장에서 생산된 정품임을 확인하는 한국자이화장품 작성 공증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한 점, 3) 해당 수입 물품은 산업통상부령이 지정한 병행수입 품목에 포함된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4]


2) Janssen Cosmetics (승소) vs. In Beauty LLC


한편,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인 Janssen Cosmetics(원고, 독일 법인)가 러시아 기업인 피고를 상대로 상표사용 중지를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가 공급업체와 체결한 제품공급계약서, 적합 증명서 등의 서류를 근거로 해당 물품 수입의 합법성을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피고와 거래한 공급업체와 원고 간에 상표 사용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 관계가 없고, Janssen Cosmetics 상표는 산업통상부령에 따라 병행수입 제외 품목으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상표권자인 원고의 상표사용 허락을 받아야 하는 바, 허락을 받지 않은 피고의 행위는 상표권 침해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5]

 

3) OÜ Sonaks EST (승소) vs. Alta


각종 기계, 전동공구, 모터 및 엔진 등을 판매하는 OÜ Sonaks EST(에스토니아법인)가 Alta(러시아법인)를 상대로 얀덱스마켓(러시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market.yandex.ru.) 사이트 내CHAMPION 상표의 무단사용에 대한 보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는 러시아 산업통상부령 제1532호에 따라 외국 상표 사용 시 상표권자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1) 상표권자의 동의, 해당 물품이 정품인 점 등 권리소진에 따라 상표를 적법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고, 2) 피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공급업체로부터 물품을 매수하였다는 사실만 있을 뿐, 상품을 합법적으로 유통한 사실에 대한 증거는 없으며, 3) 피고와 거래한 공급업체는 상표권자가 아닌 점을 토대로 에스토니아 법인의 손을 들어주었다.[6]

 


시사점


국제적으로도 병행수입은 가품이 아닌 정품 수입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는 병행수입 도입 이전에도 러시아 법원에서 강조해 온 원칙이다.[7] 따라서 정품 여부와 관련하여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 러시아 법원은 병행수입업자에게 해당 물품이 가품이 아니라는 점, 합법적으로 상표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병행수입 품목을 토대로, 다툼의 대상이 되는 상품이 병행수입 제외 품목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국내소진 원칙에 따라 상표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며, 허가 없이 수입 시에는 상표권 침해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러시아에 진출하고자 하는, 또는 기진출한 우리 기업의 우려와 달리 러시아 법원의 경우 자국을 둘러싼 대내외적 정세와는 별개로 법적 관점에서 사안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러시아에 상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경우 수출 상품이 러시아 산업통상부령의 병행수입 품목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상표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 권고된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1] EAEU 조약 별첨 26 제5장 제16조

[2] 2022.04.19자 러시아 연방 산업통상부령 제1532호

[3] 2023.07.21자 러시아 연방 산업통상부령 제2701호(2023년 11월 4일부터 시행)

[4] 모스크바시 상사법원 2023.08.01. 선고 А40-293709/2022 판결

[5] 제9상사항소법원 2022.04.15. 선고 09АП-15570/2022 판결, 지식재산권법원 2022.10.19. 선고 C01-1299/2022 판결

[6] 모스크바 주 상사법원 2022.11.29. 선고 А41-51820/2022 판결, 제10상사항소법원 2023.01.31. 선고 10АП-25843/2022 판결, 지식재산권법원 2023.04.27. 선고 C01-530/2023 판결

[7] 2018.02.13.자 러시아 연방 헌법재판소 결정 제8-П호, 2019.04.23.자 러시아 연방 대법원 총회 결의 제10호 제75항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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