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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22달러 이상 거래 시 현금사용 금지 전격 발표
  • 경제·무역
  • 쿠바
  • 아바나무역관 윤예찬
  • 2023-09-15
  • 출처 : KOTRA

민간기업 확대에 따라 투명성 강화 및 세수 확대 목표

실질적으로는 인플레에 대응하지 못한 화폐공급이 문제

쿠바 중앙은행은 지난 82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폭등하는 인플레이션과 민간기업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른 비공식 경제 활성화를 통제하기 위해 기업의 ATM 사용 금지 및 기업 간 현금거래를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84일부터 발효되는 해당 규정에 따르면 국영·민간기업 무관하게 기업 간 현금거래는 5000페소로 제한되며 경제운영 주체들에 미치는 영향 및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향후 6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인플레 및 암환율 급등 억제, 세금 재원 확보 위해 디지털 결제 전격적으로 도입


해당 조치는 45%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암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페소화 평가 절하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쿠바 중앙은행은 20211 기존 내국인·외국인 간 이중화폐를 폐지한 이후 해마다 4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 실질적인 대응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급등하는 물가수준에 대응할 만한 지폐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전국적으로 ATM기에 현찰이 고갈되는 상황까지 왔다. 쿠바 중앙은행의 알베르토 퀴노네스(Alberto Quiñones Betancourt) 부총재도 "은행 지점에서 공급할 수 있는 것보다 현금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고 사실상 현금 부족 상황이 심각함을 시인했다.

 

현금 부족이 이 정도로 절박한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들이 제시되고 있다가장 우선적으로는 우선 연 40%를 넘는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신규 고액권을 발행하지 않음에 따라 기존 현금의 구매력이 급속히 낮아지게 됐다. 현재 가장 고액권이 1000페소로,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암 환율을 기준으로 5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마저도 실질 거래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현금거래가 20페소나 50페소(300) 지폐 뭉치를 들고 이루어지고 있다. 3000페소 정도에 거래되는 달걀 한 판을 위해 60~150장의 지폐 뭉치가 필요한 셈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의 심각함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고액권 발행을 미루는 사례는 있으나 이번 쿠바 상황은 또다른 문제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콜롬비아 칼리의 Javeriana University의 쿠바 경제전문가인 파벨 비달 알레한드로(Pavel Vidal Alejandro) 교수는 현재 악화일로인 경제 상황으로 인해 쿠바 정부가 더 이상 신규 지폐를 찍어낼 종이(면섬유)와 잉크마저 구하기 힘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사람들이 ATM 기계로 현찰 인출을 위해 몰림에 따라 과부하로 고장이 잦아지나 이를 수리할 부품이나 인력이 없어 방치되고 있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아바나 시내 521ATM 29%150개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바나 시내 ATM 앞에 현찰 인출을 위해 줄을 선 시민들>

[자료: 14ymedio]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2001년 아르헨티나의 달러화 은행 자산 동결조치인 코랄리토(Corralito)에 비교하기도 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치솟는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대비 페소화 간 1:1 고정환율을 유지하다 보니 페소를 버리고 달러로 갈아타려는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했고 결국 은행의 달러화 인출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몇달 후 달러 인출이 재개됐을 때에는 이미 환율은 1:4로 바뀌어 페소화 보유자들은 실질적으로 75%의 자산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예금자산의 인출 동결이라는 공통점은 있으나 이번 쿠바 조치는 국내 화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와 같지만 다르다 할 수 있다.

 

<2001년 아르헨티나 코랄리토(Corralito) 당시 은행에 줄을 선 시민들>

[자료: Diario Noticias de Álava]


쿠바 중앙은행은 이번 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디지털 금융거래 기록을 통해 세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민간기업이 사실상 100% 현금 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과세 투명성을 높여 조세 저항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레오나르도 로드리게스(Leonardo Rodriguez) 씨는 로이터 통신과 아바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쿠바인들은) 세금 제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수년 동안 길거리에서 사업을 해왔다"며 대부분 불법적으로 또는 변두리에서 사업을 운영해 온 쿠바인들에게 갑자기 매출 신고, 소득 신고를 하라는 것은 1959년 혁명 공산주의에서만 살아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거대한 문화 충격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


정부 정책에 민간 중소기업 현금 모으기로 반응, 암환율은 한달 사이에 15% 폭락

 

해당 조치가 발표되자 쿠바 경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우선 기업들의 현금모으기(Hoarding)가 발생했다. 아바나에서 건설사업을 하는 율리에타 에르난데스(Yulieta Hernandez)에 따르면 한 때 전자결제가 가능했던 많은 업체조차도 정책의 취지와는 반대로 향후 지폐를 사용할 수 없게 될까 봐 당장은 현금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ATM이나 은행을 통한 현금인출이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페소 현금이 부족해 달러를 구매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최근 몇 달간 급등했던 암 환율이 1달 만에 15%가량 급속히 하락했다. 20231월 달러 대비 172페소로 시작한 암 환율은 814250까지 45%가 상승했으나 그 이후 급격히 하락해 20일이 지난 95일 기준 215까지 하락했다. 고삐 풀린 암 환율을 잡고자 했던 쿠바 정부의 의도에는 부합하나 이는 쿠바의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식량 수입을 가로막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쿠바의 식량 공급은 해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정부가 수입을 통해 해결할 능력이 부재하다 보니 대부분 민간 중소기업이 비공식 암시장에서 구매한 달러를 통해 수입물품 대금을 지불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비공식 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접근이 필수적인데, 페소화 현찰이 부족해짐에 따라 달러를 구매할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품 수입이 막히게 되면 취약계층부터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달러/유로 암 환율 추이>

[자료: eltoque]


예금 인출 제한으로 예금에 대해 할인, 현금과의 괴리 발생


마지막으로 예금에 대한 인출이 제한됨에 따라 현금보다 할인돼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기존 달러/유로의 암 환율을 고지하던 eltoque 사이트에서는 현금 1페소가 예금 1.10~1.18페소로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암 환율은 8월 중순까지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현금 부족 상황이 심화되면서 830일 이후 처음으로 고지되기 시작했다. 쿠바에는 이미 달러의 경우 인출이 불가능한 달러예금(MLC: Moneda Libramente Convertible)과 달러 현찰 간에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 갭은 약 7~10%에 이르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예금의 자유로운 인출이 막혀있는 한 현금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현 상황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현금과 예금 간 교환비율>

[자료: eltoque]


전망 


경제 전반이 극도의 스트레스 아래에 있는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을 급속히 줄이는 조치에 대해 많은 민간 중소기업은 성공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은행예금에 대한 신뢰가 붕괴한 상황에서 디지털 거래로의 전환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 은행의 신규 정책에 따른 대규모 예금 예치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부재, 인터넷, POS 등 디지털 결제를 위한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 및 극히 제한적인 정부의 투자 여력이 중요한 사유로 꼽힌다.

 

자동화설비 전문 중소기업 AlaSoluciones의 설립자인 요수에 데 오카 아리아스는 이번 정책이 "쿠바의 현실과 완전히 단절됐다"며 기업들은 결국 수익 과소보고, 외화 대금결제로의 전환 등을 통해 이번 정책 또한 기존 수많은 경제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사각지대(loophole)에 있는 활동이 실질적인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eltoque, Diario Noticias de Álava, 14ymedio, Reuter, Miami Herald, Havana Times, Banco Central de Cuba 등 KOTRA 아바나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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