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인증 취득기준 강화 배경

튀르키예는 국교가 없는 세속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할랄 인증 취득을 강제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의 95% 이상이 무슬림이고 할랄 인증이 있으면 위생적이고 안전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튀르키예에서는 할랄 제품이 보다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많은 튀르키예 수출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할랄 인증을 취득하고 있다.

<튀르키예 젊은 소비자들의 할랄 인증에 대한 인식과 제품 선호의 상관관계>

[자료: 에르지예스 대학, ‘할랄 인증에 대한 인식과 식품 선택의 상관관계; 2020’ 논문 일부 발췌]

현재까지는 튀르키예에 공식적인 할랄 인증 관련한 법과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내외의 다양한 기관, 협회 등을 통해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튀르키예 시장 내에 보다 수월하게 할랄 제품으로 유통될 수 있었으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허위 할랄 인증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지난 2022년 6월 4일 튀르키예 정부는 할랄 인증을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튀르키예 내 유통 시 튀르키예 할랄 인증기관(HAK, Halal Akreditasyon Kurumu)이 공인한 기관에서 발행한 할랄 인증만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관보 제31856호). 적용 분야는 식품, 화장품, 관광업, 케이터링 서비스 등이다. 해당 법령은 1년의 유예기간을 가졌으며 올해 6월 4일부터 본격 발효된다.

할랄 인증의 중요성

튀르키예는 8400만 명의 탄탄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튀르키예 내 할랄제품의 경쟁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튀르키예 시장 내 최대 식품회사인 율케르 이침(Ülker içim) 및 수퍼프레쉬(Superfresh)의 경우 자사 제품 중 마가린을 제외한 모든 유제품, 통조림, 냉동식품 등 주요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았다. 튀르키예 인스턴트 커피 시장 내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네슬레(Nestle)와 스낵 브랜드 닥터 오트커(Dr. Oetker) 또한 역내 유통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받았다. 튀르키예 할랄 화장품 브랜드인 파마시(Farmasi)는 일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가 에탄올, 글리세린 등의 성분이 포함돼 할랄 인증이 어렵다는 점을 공략해 할랄 제품임을 적극 강조했고, 그 결과 튀르키예 화장품 시장 내 브랜드 점유율 2위를 차지, 총 26개국에서 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탄탄한 내수시장 외에도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도 갖고 있다. 이에, 튀르키예는 인근 주변 무슬림 국가의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 및 교두보로서도 매우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 또한 글로벌 할랄 시장 내 튀르키예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 주도로 이스탄불에 이슬람협력기구(OIC) 국가 간의 할랄 표준 통일과 조화를 이루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이슬람 국가 표준 및 계측연구소(SMIIC)를 설립했다. 매년 할랄 관련 세계 최대 전시회인 ‘OIC 할랄 엑스포’도 개최하고 있다. 2023년 11월에는 제10회 OIC 할랄 엑스포가 이스탄불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튀르키예 공인 인증기관

2023년 3월까지 공인된 인증기관은 32개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연관이 높은 식품과 화장품 관련 인증기관은 식품 24개, 화장품 1개이다. 식품의 경우 현지와 해외 인증기관에서 진행이 가능하나 화장품은 유일하게 튀르키예 표준기관(TSE)에서만 인증이 가능하다.

<튀르키예 공인 기관 목록(식품 및 화장품)>

[자료: 튀르키예 할랄인증기관(HAK)]

일반적으로 할랄 인증 발급 요청은 해당 상품 제조업체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인증 절차는 ‘접수 → 서류 검토 → 실사 → 최종 심사 → 인증서 교부’이며 인증에는 3개월 정도 걸리나 세부 인증 절차와 기간 등은 신청 기업의 현황과 제품 유형, 신청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관에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로 튀르키예 표준기관(TSE)과 Szutest 및 다수의 기관은 영문 홈페이지도 지원하고 있다. 튀르키예 할랄 인증기관(HAK) 인터뷰 결과, 현지 할랄 인증은 기본적으로 SMIIC 기준으로 진행되며, 제도 시행 이후 당분간 할랄 인증 절차상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할랄 인증 취득기준 강화에 따른 예상 문제점

법령 발효가 1달 조금 더 남은 상황에서 아직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인증의 유효성 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할랄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생산시설의 위생과 재료 수급 과정, 제조공정 등을 모두 서류로 제출하고 실사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TSE 기준 최소 500만 원)이 많이 소요된다. 아울러 지금은 법령 발효 초기 단계로 공인기관에 인증 신청이 몰리고 있어 인증 취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에 취득한 할랄 인증이 무효화되면 더 이상 제품의 포장에 할랄 로고를 표기할 수 없게 된다. 새로 생산하는 제품은 로고를 삭제하면 되지만, 이미 할랄 로고가 표시돼 생산됐으나 6월 4일 이후 하역 예정인 제품의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튀르키예 할랄 인증기관(HAK)에 따르면, 아직 기존 인증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에 있다는 답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튀르키예 농림부 식품 검역부서 담당자를 통해 추가 답변을 받았는데, 비공인 기관에서 발행한 할랄 인증을 보유 시에는 스티커 등으로 할랄 마크를 가리고 통관을 할 경우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을 받았다.

<튀르키예 할랄 인증기간 서면 인터뷰 주요 내용>

시사점

이번 법령 발효로 튀르키예의 할랄 인증 기준은 매우 엄격해졌으나, 할랄 인증이 필수는 아니다. 할랄 인증을 위한 높은 비용, 서류 및 실사 준비를 위한 번거로움, 지속적인 갱신 필요성 등은 우리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할랄 인증 필요 여부를 사전에 면밀히 따져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8400만 명의 튀르키예 내수시장과 함께 전 세계 인구의 1/4, 2024년 시장규모 전망 3조2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글로벌 할랄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들은 튀르키예 시장을 발판으로 한 인근 시장 진출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튀르키예 할랄 인증기관(HAK), 튀르키예 표준 기관(TSE), 튀르키예 농림부, 튀르키예 식품음료산업협회연합(TGDF), 현지 언론(AA, ilk Sayfa), Euromonitor, GIMDES(할랄인증연구협회), AKBULUT, DAŞTAN, CAN, SİPAHİOĞLU「GENÇ TÜKETİCİLERİN HELAL SERTİFİKASI KONUSUNDA FARKINDALIĞI VE BUNUN GIDA TERCİHİ ÜZERİNE ETKİLERİ: KAYSERİ İLİ ÖRNEĞİ」 에르지예스 대학; 2020, 한국무역협회,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