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나라, 러시아에서 뜨는 K-드라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러시아 등 영화 및 드라마 콘텐츠 플랫폼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인들 중에는 아직도 남한(유쥐나야 카레야)과 북한(시베르나야 카레야)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으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더 글로리’는 물론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아이돌이 출연하는 한국 드라마가 무엇인지까지 꿰차고 있는 사람도 있다.

러시아 VOD 시장

러시아 VoD(Video On Demand)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총 2억297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32% 증가한 수치이다. OTT(Over The Top) 시장도 7억6230만 달러로 전년대비 13% 가량 증가했다. 러-우 사태 이후 Netflix, MEGOGO(우크라이나 VoD/OTT 서비스) 등이 러시아 시장을 떠난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유의미한 수치이다.

<2021~2022년 러시아 VoD/OTT 시장 매출 규모>

(단위: RUB 십억, US$ 백만)

주: 2021년 평균환율(1달러=73.67루블) 및 2022년 평균환율(1달러=68.35루블) 적용

[자료: TMT Consulting, Statista]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와 한국 TV시리즈

러시아 유명 VOD 플랫폼 ivi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가장 즐기는 콘텐츠는 TV시리즈로 2022년 기준 러시아인의 약 55%가 TV시리즈를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30%가 해외 TV시리즈를, 약 25%가 국내 TV 시리즈를 즐겨 본다고 한다. TV시리즈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는 영화로 전체의 약 38%의 비율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리얼리티쇼 등이다. ivi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러시아에서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할리우드 영화, 탐정물, 인기 코미디 같은 유형이었지만 최근 터키 TV시리즈나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언론 RBC도 러시아 온라인 영화 플랫폼들이 한국과 터키 프로덕션의 영화와 TV시리즈 공급을 늘렸다며 러시아 VOD 플랫폼들이 일제히 한국 드라마 콘텐츠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RBC에 따르면, ivi는 2022년 2분기 기준 한국 콘텐츠가 지난해 대비 1.4배 늘어난 약 260개, 또다른 메이저 기업들인 Okko는 2022년에 지난해 대비 38% 늘어난 246개, Kinopoisk는 25% 가량 늘어난 198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4월 현재 기준으로는 Kinopoisk가 406개로 한국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다음으로 Wink가 205개의 콘텐츠를 공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터키, 인도, 한국 콘텐츠가 아직은 러시아에서 틈새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한국 콘텐츠는 이 중에서 유일하게 주요 VoD 내 10위권 안에 들곤 한다.

<러시아 VoD 플랫폼의 한국 콘텐츠>

[자료: VoD's Official Websites, 2023년 4월 기준]

ivi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러시아인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가장 좋아하는지, 평소 무엇을 보는지 질문 받았을 때 시청자들의 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콘텐츠로 약 2% 정도가 한국 드라마를 꼽았다. ivi의 이반 그리닌(Ivan Grinin) Chief Content Officer는 2%가 그리 큰 수치가 아니지만 2년 전에는 0%였기 때문에 크게 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한국 드라마가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2년 러시아 내 외국 콘텐츠 선호도>

[자료: ivi]

K-드라마 선호 층과 시청 패턴

iv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집단은 평균 소득 수준의 18~34세 사이 젊은 기혼 여성들로서 응답자들은 주중에는 하루 여가 시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5시간 정도를, 주말에는 여가 시간의 32%에 해당하는 2.5시간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대답했다. 가장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 장르는 미스터리가 53%, 로맨스가 32%로 가장 많았다.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는 유튜브가 95%로 가장 많고 Pirate 사이트가 79%,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71%, VOD 플랫폼이 68%로 뒤를 이어 아직은 유료 콘텐츠 플랫폼이 시장에서 지배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드라마 시청자 분석>

[자료: ivi]

러시아 내 K-드라마의 인기

현지 언론 틴코프 저널(Tinkoff journal)은 러시아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며 대중이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로 훌륭한 스타일과 메이크업, 도자기 같은 피부를 자랑하는 매력적인 배우들의 출연과 드라마의 다양한 스토리 라인을 꼽았다. 아울러 종종 유명 K-POP 아이돌이 배우로 출연하는 것도 K-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들었다. 본격적인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오징어 게임’ 이 나온 이후로, ‘오징어 게임’ 이후 러시아 내 많은 플랫폼들이 더욱 다양한 한국 드라마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자 경쟁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모은 드라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소년심판’, ‘갯마을 차차차’, ‘빈센조’ 등이 있다. 

러시아인 스베틀라나씨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외우기 어렵지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하며, 아냐씨는 “한국인들이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을 안다”고 칭찬했다.

<러시아 VOD플랫폼 ‘Kinopoisk’의 ‘더 글로리’와 ‘길복순’>

[자료: Kinopoisk]

K-콘텐츠의 또 다른 축인 K-POP에 대한 인기는 이보다 더 오래되고 선명하다. 러시아 젊은이들 중에 BTS와 블랙핑크는 이미 유명 아이콘이다. 모스크바 시내에 위치한 ‘고리키’ 공원 앞에서는 이따금 K-POP 가수의 안무를 따라하면서 춤추는 러시아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거나 K-POP을 따라 부르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러시아인들도 부쩍 늘었다.

<블랙핑크와 BTS>

[자료: RBC]

러시아 메이저 현지 언론사 RBC는 지난해 K-POP에 대해 집중 조명하며, K-POP 인기 비결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1992년 한국의 보이 밴드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으로 시작된 한국의 K-POP 역사는 싸이와 빅뱅, 블랙핑크, BTS와 같은 세계적인 그룹을 탄생하게 했으며 한국 드라마와 함께 한국의 콘텐츠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아시아를 훨씬 넘어 급속히 확산하는 이른바 ‘한류’로 묘사된다’(자료: RBC 2022.8.17.) 이어 RBC는 ‘K-POP의 강력한 비트와 보컬, 랩 파트는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노래를 기억할 수 있게 하며 다양한 음악 장르, 안무, 패션 및 메이크업을 결합하고 무대 밖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정기적인 팬미팅 활동, 팬들에게 맞춘 콘텐츠 기획과 음악 및 그룹 멤버 구성’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국 아티스트들이 매년 국제 무대에서 점점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들이 가져오는 경제효과는 2019년 기준 123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시사점

한국 콘텐츠에 내재된 감성 코드와 표현 방법은 예술 선진국 러시아에서도 그 빛을 발해 한국 드라마나 음악에 대한 인기가 ‘K-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다. K-콘텐츠에 힘입은 러시아내 한류 효과는 화장품, 식품 등 한국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K-브랜드 상품 광고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모스크바 대형 쇼핑몰 내 한국 식당과 한국 화장품 전문점>

[자료: KOTRA 모스크바 무역관]

이에 한국 콘텐츠 그 자체로 러시아 진출을 고려해 볼 수 있고 관련 상품 광고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등 직접 및 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향후로 기대된다.

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ivi, Kinopoisk, RBC, KOTRA 모스크바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