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단발성 일자리를 찾는 '스팟 워커', 코로나19 이후 급증

최근 일본에서 인터넷 상에서 시간단위의 일을 찾는 스팟워커(Spot Worker)가 늘어나고 있다. 스팟워커는 단발성, 단시간, 단기간성을 특징으로 하는 '계속적인 고용관계"가 없이 일하는 방식을 뜻한다. 스팟워커는 아르바이트나 기간제 고용보다 짧은 주기로 다양한 업종의 일을 찾는 것이 특징이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 스팟워크 중개플랫폼 4개사의 개인회원 가입자 수는 2022년 8월 기준 760만 명에 달하였으며, 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일본 4대 스팟워크 중개 플랫폼 개인회원 수 합계 추이>  

주: Timee, Sharefull, Tsunagu Group, Wakrak등 일본의 4대 스팟워크 중개기업 중개사의 개인회원 수 합계

[자료: 닛케이신문]

원격근무 확산, 고용불안, 기업의 일손부족, ICT 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스팟워커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 전망

이러한 스팟워커 시장이 탄생한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기간 속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틈새시간을 이용한 부업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사·노무 전문 연구기관 퍼솔 종합연구소에서 일본 전국 20~59세 취업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실시 현황 보고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재택근무 시행률은 2022년 2월 기준 전국 평균 28.5%, 수도권 도쿄 지역에 한해서는 62.5%로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재택근무 비율이 줄어들지 않고 현상유지 또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의 재택근무 실시현황(정규직 기준)>

[자료: 퍼솔 종합연구소]

두 번째는 첫 번째 이유와는 대조적으로 코로나19 속 휴업이나 근로시간이 줄어든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남은 시간에 좀 더 일을 하려는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표와 같이 일본 기업의 원격근무 제도는 기업 규모가 크고 고용형태가 안정적일수록 시행률이 높았으나 음식업이나 식품도소매, 건설업종 등에서는 타격이 심하였다. 코로나19 타격으로 건설경기가 줄어들거나 일본 정부의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음식점 영업단축 장려 정책으로 피해를 본 근로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코로나19 관련 도산 누적 발생건수는 4,342건으로 이 중 음식점이 643건, 건설업 550건, 식품 도매 223건, 식품 소매 171건 등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도산 누적발생건수 추이>

(단위: 건수)

주: 법적정리 4,036건(파산 3,823건, 회사갱생법 2건, 민사재생법 137건, 특별청산 73건), 사업정지 306건

[자료: 제국 데이터 뱅크]

세 번째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기업과 점포들이 '필요할 때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인건비 최적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구인배율(일자리 수 / 구직자 수)이 높은 유통업, 서비스업, 음식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본 내 물류·음식점·서비스 업종에서는 안그래도 일할 사람이 없는데 힘든 일로 정규고용이나 장기간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게 쉬운 일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간극을 수시간 ~ 하루짜리 초단기 고용자인 스팟워커가 채워주고 있다. 

<일본의 업종별 구인배율(전체 평균, 음식점, 서비스직, 건설업, 물류유통 등)>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일반직업소개 개황(2022년 8월 분)]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등 과제도 남아있어

한편, 단기간에 급성장한 스팟워커 시장에도 과제는 있다.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2019년 노동조건통지서(한국의 근로계약서)의 전자발급이 시행된 이후, 스팟워크 중개업자는 2022년 초를 기준으로 50개사를 넘는다고 한다. 스팟워커 중개업자는 허가도 불필요하고 인재업계 이외의 진입도 많아 일본 정부도 안전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시장의 실태 파악이 쉽지 않고 그러는 사이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지급하거나 구인공고와 다른 업무를 실제로 맡기는 등 노동법을 어긴 업체도 사례도 등장하였다. 이에 스팟워크 중개 플랫폼들은 구인공고 게재 기준 강화, 근로자의 개인인증시스템 실시, 스팟워커 대상 애로사항 상담 창구도 마련하는 등 플랫폼 내 노동법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도 새로운 근로형태 확산에 따라 이들에 대한 통계와 사회보장 안전망 제공을 위한 정책 연구에 들어갔다. 후생노동성은 2021년 4월 6일 개최된 온라인 고용중개업자에 대한 연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고용 매칭서비스 내 노동법 위반 발생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매칭 플랫폼에 대한 추가적인 행정지도, 감독의 필요하다. 향후 우량 고용주 및 플랫폼에 대한 인증제도 실시 및 인센티브 제공 제도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시사점

피터 드러커가 ‘천재적인 통찰력’이라고 극찬한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는 그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2001년)>에는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무소속 상태로 벼룩의 삶을 살아야 한다. 좋든 싫든 거부할 수 없는 추세다.' 라는 말을 남겼다. 저자는 1980년대 자본주의 변화 과정을 겪으면서 20세기 대기업(코끼리)의 고용 문화에서 벗어나 혼자(벼룩) 힘으로 살아가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예언하였는데, 40년이 지난 지금 사회는 그의 말대로 1인 기업, 프리랜서, 스팟 워커 등 다양한 근무 형태가 등장하며 직업과 업종이 세분화되고 복잡해졌다. 

한국에서도 보스컨컨설팅그룹(BCG) 코리아가 2022년 6월 한국 통계청 조사를 기준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 2600만 명 중 1000만 명이 긱 워커(스팟워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근무형태 보편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 매칭 플랫폼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이들의 근로기준법 상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한국의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우리의 선행사례로써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일본이 될 것이다. 향후 한국의 인구구조는 일본과 유사한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는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근로자와 기업을 효율적으로 중개하고 인적자원의 유동성을 높이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법과 정책, 제도를 통해 이들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을 모색하고 기업은 이들의 노동권과 기본권을 보장해 서로가 지속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일본의 A 노무사 사무소는 후쿠오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근무형태는 빠른 속도로 세분화, 다양화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기존의 노동법과 상충되거나 보호하지 못하는 영역이 발견되면서 기업-근로자간 주요 노무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긱이코노미'로 불리는 새로운 시장의 활성화는 관련 법과 제도의 수정이 현실에 따라갈 수 있을지에 달려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한국의 정책당국과 국내 관련 플랫폼 기업은 미래 구상을 위해 일본 정부의 스팟워커에 대한 정책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제국데이터뱅크, 퍼슬종합연구소, 닛케이신문, KOTRA 후쿠오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