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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계약서 허위 서명의 대가
  • 외부전문가 기고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22-02-11
  • 출처 : KOTRA

이평복 BKC고문 (https://cafe.naver.com/kotradalian)

 

 

 

한중 경제교류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중국에 장기 체류하면서 한국기업에 “현지 채용” 형태로 취업하는 한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중국 경내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중국 노동법률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지만, 실무상으로는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중국은 이민을 받아주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설사 중국인과 결혼하더라도 현지 기업에 입사하려면, 우선 취업허가증을 취득한 후에야 비로소 합법 취업이 가능하다.

 

최근에 한국공장에서 노동소송이 걸렸다며 자문을 요청받은 바 있다. 중국 부인이 있는 젊은 한국인을 7개월간 노동계약 체결 없이 고용했는데 중국회사로 전직하면서 거액의 배상금 청구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직원 고용 시에는 반드시 한 달 안에 서면 노동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한 달 초과 시에는 1년 한도 내에 매달 임금을 2배로 지급해야 한다. 즉, 정상 임금 외에 1배 임금을 노동자에 배상해야 한다. 월급이 한국 돈으로 350만 원 정도라 총 6개월치 임금 2천여만 원에 달하는 소송을 당한 것이다.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에 계약 없이 고용했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외국인은 취업증 수속 시, 형식적으로 간이 노동계약서를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입사 시 정식 노동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관청에 제출한 간이 노동계약서를 입수하여 법정에 제출하면 가볍게 승소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회사는 간이 노동계약서에 인사과 직원이 허위 서명을 하여 제출했다고 한다. 이 직원이 다른 지방에 근무 중이라, 서명을 받는 데에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입사 시점에라도 정식 노동계약서를 체결해 놓아야 하는데, 상대가 한국사람이다 보니 방심하고 그냥 넘어갔다가 탈이 난 것이다. 이 한국업체는 일을 쉽게 처리하려다가 분쟁발생시 '구명줄'이 될 수 있는 서면 증거를 스스로 훼손해 버린 것이다. 

 

몇 달 지난 후, 한국기업에 전화를 걸어보니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시도했으나, 그 직원의 중국 부인이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결국 전액 배상하고 말았다고 한다. 판결문에 적힌 한국인의 성명이 낯설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중국에 와서 현지기업에 채용된 후 근무 경험담을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내가 내심 찬사를 아끼지 않던 청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한국청년은 중국에서 소송을 하면, 그 판결문이 공개된다는 것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최고인민법원 판결문 공개 사이트에 들어가 성명만 치면 그 사람이 어떤 소송을 했는지, 소송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금방 알 수가 있다. 나중에 다른 회사로 전직을 하려면 인사부서에서 과거 소송 여부를 검증할 테고, 어느 기업이라도 소송 이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꺼리게 마련이다. 미래의 커리어 발전 가능성이 그 배상금 몇 푼으로 인해 영향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청년은 아는지 모르는지...

 

얼마 전에는 한국 업체에서 장기 근무 중인 한국인 직원으로부터 메일을 한 통 받았다. 노동계약없이 장기 근무 중인데, 갑자기 대표가 노동계약서를 내밀며 서명하라고 하여 당황스럽다며, 이런 경우 본인도 2배 임금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되느냐는 내용이었다.

 

누구든지 자신의 법적 권리가 침해당한다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서면 계약 없는 고용기간에 대한 2배 임금 배상청구권은 전 세계에 유일무이한 중국 특유의 제도이다. 수많은 농촌 출신 농민공들이 도시로 나와 건설 현장 등에서 산재를 당하고도 고용사실을 입증하는 노동계약이 없어 배상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빈발하자, 이를 근절하기 위해 2008년 시행된 노동계약법에 신설된 특단의 징벌성 법 조항이다.

 

그런 특별한 배경이 있는 법규를 끌어다가, 외국 땅에서 우리 한국인이 한국기업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상기 메일 송부자에게 내용을 설명해 주었더니, 본인이 잠시 잘못 판단했다고 정중하게 회신을 보내주었다.

 

중국에서 컨설팅을 시작하던 초기에 노동법의 멘토 역할을 해주던 상해 노동전문가와 나눈 대화가 문득 생각이 난다.

 

"선생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소송은 하지 않습니까?"

"나는 노동자는 상대하지 않습니다. 밉던 곱던 라오반(사장)은 밥을 주던 사람인데, 그를 상대로 소송하는 노동자는 근본적으로 싫어합니다."

 

개도 자기에게 밥 주는 주인은 물지 않는 법이다. 설사 마음에 안드는 주인이라도 떠날 때 멱살잡고 밥그릇 걷어차고 가지는 말아야 한다. 하물며, 외국 땅에서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절실한 같은 동포끼리는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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