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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례로 보는 현지 법률 이해의 중요성
  • 외부전문가 기고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20-11-05
  • 출처 : KOTRA

 이평복 BKC 고문 



 

중국 진출 한국기업을 상대로 노동상담을 제공한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상담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상담요청의 타이밍으로 보자면, (1) 문제 발생의 초기에 문의 (2) 이미 문제가 발생하고 수습이 어려운 상태에 이른 후 문의로 크게 대별해 볼 수 있다. (1)과 같은 경우는 여러 대응 방안의 제시가 가능하지만, (2)의 경우는 물을 쏟아 놓고 어떻게 주워 담으면 되겠냐는 식이니, 상담자의 마음도 덩달아 답답해지기 마련이다. 


벌써, 시간이 꽤 흐른 오래전 일이다. 한국에서도 제법 네임밸류가 있는 소비재 생산공장의 총경리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한국 주재원은 총경리 혼자고 인사 총무업무는 중국인 경리가 담당한다고 한다. 상담을 해보니 생산량 격감으로 외주로 전환함에 따라 3개월 전부터 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장이 오래되어 직원들의 상당수는 근속연수가 십여 년이 넘는단다. 


휴업 선포 후 첫 달은 기본급을 주었지만, 둘째 달부터는 사회보험만 계속 납부하고 최저임금조차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 결과, 4백여 명의 직원이 집단으로 사표를 내고 노동중재를 신청하여, “연체 임금 + 퇴직금(중국: 경제보상금)”을 청구했다며, 회사의 수습책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필자는 깜짝 놀라, 어떻게 "휴업" 기간에 임금을 안 주어도 된다고 생각했냐고 반문했다.

"저희 공장 관리담당 중국 간부가 노동을 하지 않으니,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니, 노동법률상에 휴업 선포 첫 달은 정상 임금 지급, 둘째 달부터는 최저임금의 70%-80%(지방별 상이)를 기본생활비조로 지급토록 규정되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

"그런 법률이 있었나요? 중국인 간부는 노동국과 상의했다고 하던데요?"

"노동국은 노동법률을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곳인가요?"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한국인 관리자의 현지 법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한 법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을 종종 발견한다. 중국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상천외의 법규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노동계약 체결 없이 고용하면, 페널티로 따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가 1년만 계약 체결을 질질 끌면, 1년치 연봉을 불로소득으로 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에 와서도 법은 법이고,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큰코 다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외국직원을 관리하는 한국법인의 주재원으로서, 부임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법적 리스크가 높은 중요한 법률을 확실하게 파악해 놓고, 또 한편으로는 고문변호사 또는 외부 자문루트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부에서 올라오는 중요한 정보는 별도 루트로 크로스체킹이 필요하다. 중국직원들도 자국 법률의 해석에는 아마추어에 불과하고, 또 이익관계 충돌 시, 고의로 정보를 왜곡하여 보고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다시, 상기 안건으로 돌아가 보자. 이 회사는 기업의 존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대한 임금 관련 사안을, 중국직원의 보고에만 의존하여, 의사 결정을 내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것이다. 중국은 자발 퇴직 시는 퇴직금이 불요하다. 그런데, 회사의 위법행위가 있을 시, 이를 서면으로 지적한 사직서를 제출한 후, 노동소송 제기 시, 회사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계약법제38조).  이미 공장의 앞날이 어두운 것을 알아차린 노동자들이 휴업 시 임금지급 중단을 빌미로, 집단으로 사직원을 내고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니, 그 결과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총경리와 대화를 나누어 보니, 회사는 누적된 경영악화로 수백명의 퇴직금을 일시에 지급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미지급한 기본생활비를 지급하면, 어떻게든 집단 노동소송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중국 협력변호사에 물어보니, 지금 와서 설사 2달치 최저임금을 보충 지급한다고 해도, 이미 노동중재를 신청하는 시점에 임금체불행위가 "고정화"된 것이니, 노동계약법 제38조에 따른 위법행위는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총경리의 얼굴이 새하예졌다. 잘못하면, 본인이 한국의 오너를 대신하여 인질로 잡힐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필자와 상담을 통해 명확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런 난감한 시점에 본사 오너가 직접 현지로 올리도 만무하고, 모든 상황의 중차대한 처리책임은 월급쟁이인 총경리에게 안겨진 셈이니, 내가 총경리라도 잠이 오지 않을 일이다.


총경리는 중국간부의 보고를 과신했고, 한국의 오너도 중국법인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만 읽고 정책결정을 내린 것 이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외부 전문가를 통해, 관련 법규를 확실히 확인하고 사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협의해 보았다면, 그처럼 진퇴양난의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텐데, 만일 집단 소송진행 중에, 노동자들이 법원을 통해, 출국금지조치를 취하면, 총경리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가?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곡예사의 줄타기와도 같다. 법률과 정책의 돌연한 변경, 시장의 변화, 법적 분쟁 등.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잘못 수집된 정보,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근거하여, 내려지는 결정은 집단이나 개인에게 만회불능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화교권의 최대 갑부이자 경영의 귀재인 리자싱(李嘉)조차도 “변호사의 의견이 없으면, 나는 계약서에 감히 서명을 할 수 없고, 변호사가 없이는 나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전문가 자문의 중요성을 역설하지 않았던가.


낯선 법제도하의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하루하루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건너는 것과 다름없다. 고문변호사를 둘 정도의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외부 전문가의 자문루트라도 확보해 놓아야 지뢰를 밟을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 이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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