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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중국 기업 취업에도 ‘지기지피’가 필요
  • 현장·인터뷰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16-06-15
  • 출처 : KOTRA

 

중국 기업 취업에도 ‘지기지피’가 필요

 

이평복 IBS컨설팅 고문

 

 

 

요즘에 한국의 경기불황이 극심해지면서 조선이나 자동차, 전자, 항공기조종 등 전 업종에서 중국 등 외국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필자에게까지 중국 취업과 관련된 안타까운 사연들이 내도하고 있다.

 

20대 중반, 필자는 사회생활의 첫 개시를 사우디에 진출한 한국 건설회사에서 시작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외국회사에 취업한 적은 없지만, 외국에서 다양한 인생의 풍상을 겪은 사람으로서 이제 막 청운의 꿈을 품고 외국 땅에 가서 현지 취업으로 새로운 인생을 열고자 하는 분들께 한 말씀 남기고 싶다.

 

우선 필자는 20대 중반, 중동에서의 1년간 짧은 경험을 통해 외국 땅에서 자기나라 기업의 울타리가 아닌, 현지 기업 취업을 통해 인생을 헤쳐나가는 것은 얼마나 힘들고, 힘없는 나라의 백성들은 외국 땅에서 얼마나 설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간접 체험했다.

 

필자는 당시 사우디의 한국 건설회사에 취업한 파키스탄, 필리핀 등지에서 온 근로자들이 한국인 직원들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것도 목도했다. 외국 땅에서도 자국기업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필자가 잠시 관리담당으로 몇 개월 근무했던 북예멘의 호데이다 공사장은 여름이 되면, 50도까지 올라간다. 거기서는 에리트리아(지금의 이디오피아) 등지에서 내란을 피해 건너온 갈색 피부의 아프리카인들이 포함된 수십 명의 일꾼을 고용하고 있는데, 하루에 광천수 한 병도 안주고 부려먹으니 자기들끼리 비닐에 담긴 더러운 물을 사먹다가 참다 못해 하루는 파업이 터졌다.

 

수십 명이 사무실 캠프밖에 쪼그리고 앉아, 자기들에게도 하루에 물 한 병씩만 달라며 작업을 거부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부리는 입장에 있는 내 눈에는 불쌍한 생각보다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또 다른 요구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절대 들어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폈고, 현장 소장도 그냥 무시해버리라는 명령을 내려 단호한 태도를 취하니, 몇 시간 만에 사태는 수습됐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일자리를 찾아 사무실에 몰려드는 판이니, 노동법이니 인권이니 따질 것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광천수 한 병에 얼마라고, 마치 로마시대의 귀족과 하인같은 봉건적 관념으로 그들을 대했나, 아무리 국적과 신분이 다르다고 해도 너무 냉혹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게 바로 국제무대의 냉정한 현실이다. 나라에 힘이 없는 민족은 외국 땅에서 푸대접을 받아도 어디 가서 호소할 곳이 없다.

 

필자는 지금 중국 파트너와 협력관계로 일을 하고 있다. 과장하자면 내일이라도 일이 없으면 보따리 싸가지고 들어가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7년간 중국에서 한 우물을 파서 (자화자찬을 하자면)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하프 프로페셔널한 수준까지 올라와 필자를 갑자기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필요에 의해서 중국에서 일거리 확보에는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중국 땅에 있는 중국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법률의 보호막도 없는 상태에서 프리랜서로 고용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계약서를 쓰지만, 필요가 없어진 외국인을 내보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또 ‘손바닥 뒤짚기’처럼 간단하다. 우리는 칼 끝을 잡고 있는 셈이니, 딱히 빼어들 방패도 없다. 법률은 외국인까지 너그럽게 보호해주지 않는다.

 

(1) 중국의 노동법률은 기본적으로 계약직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 즉, 한국식의 고용보장 같은 개념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외국인 취업 등과 연계돼 있어 천 년 만 년을 중국에 근무해도 무고정기한 계약 체결은 불허된다. 결국 몇 년 단위의 계약직 형태이므로, 계약기간이 만기가 되면 엿장수 마음대로 고용 종료가 가능하다(퇴직금은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에서 한국식 관행에 근거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몽상에 불과하다(필자는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자주 받는다).   

 

(2) 설사 계약기간을 장기간으로 약정한다 해도 필요가 없어질 경우, 계약 만기까지 내버려둘리 만무하다. 계약 도중에 임금을 대폭 감봉하는 방식으로 제 발로 떠나게 하든지, 그래도 버티면 노동법률의 '직무부적임' 조항을 걸어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금을 주고 손쉽게 내보낼 수 있다.

 

물론, 소송을 하면 승산은 있겠지만 그것은 자국 직원에게나 적용되는 다른 나라 얘기고, 상대가 노동 중재 → 1심 → 2심까지 1년 넘게 질질 끈다면 외국인이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3단계마다 별도로 계산되는 변호사비를 투입해 설령 1년 뒤에 승소한다 해도 상대가 판결문을 집행하지 않으면, 또 변호사를 고용해 강제 집행절차를 밟아야 한다(중국인들도 이 때문에 퇴직 시 소송위협은 많이 하지만, 금액이 크고 유리한 입장에 서지 않으면, 또 회사가 강하게 나가면 대부분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고 만다).

 

또한, 상대는 취업비자를 말소시킬 것이기 때문에 한국인은 여행비자로 바꾸어 비싼 항공료, 체재비를 내고 들락거려야 한다. 또, 소송 중이면 상대가 퇴직증명서도 발급을 안 해줄 것이고, 소송 진행 중이라는 평판이 나돌면 중국 내 다른 기업에 재취업 길은 사실상 봉쇄된다.

 

(3) 계약서에 약정되는 임금은 중국 기업의 관행상 고정급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두 배를 주겠다고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이 걸려있는 성과급이나 상여금이 큰 비율로 포함돼 있을 것이다.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더 이상 그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깎여져 나갈 것이다. 한국인은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중국 기업의 시각으로 보면 그것은 노동계약 및 임금관리규정에 정해진 약정대로 하는 것에 불과하다.

 

(4) 중국어와 사내 꽌시(关系)의 장벽이 높다. 사내에서 무슨 일을 해도 여러 동료와 부서의 협력이 필요하다. 글로벌기업처럼 영어가 공용어인 직장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국 기업에는 영어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고, 더욱이 통역을 끼고 소통하면 감정의 교류나 꽌시가 생겨날리 만무하다. 물론, 고급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는 언어가 특별히 중요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직장에서 소통과 꽌시를 통한 각종 자원을 동원하는 기회가 결여된다면 자신의 능력 발휘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외국에 나와서 나를 지킬 최후의 보루는 내가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수밖에 없다. 그 밖에 노동법률이니 계약서니 한국영사관이니 변호사니 하는 것은 결국 믿지 못할 신기루에 불과하다.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고 외국 땅에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다가는 자칫 그 다음 취업에 투입될 귀중한 시간과 자원만을 빼앗기고 끝날 수 있다.

 

손자는 말했다. "자기를 알고 상대를 알면(知己知彼) 백 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百不殆)."

우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중국 기업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 다음에는 자신을 초빙하려는 중국 기업이 어떤 평판을 가진 기업인지 먼저 취업한 한국인 또는 외국인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기업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의 고용 룰을 지키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고, 반면 수준 이하의 곳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제시하는 연봉이나 계약기간이 아니라, '지기지피'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취업하려는 나라의 기본적인 노동법률과 고용관행 정도는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에는 친절하게 한국어로 수많은 해설을 해놓았지만, 정작 학습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물론, 기술자들이 대부분이니 기대 자체가 무리이긴 하다).

 

결국 외국 땅에서 외국기업에 취업하려면 '프로페셔널리즘'이 전제가 돼야 한다.  중국 기업도 기술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군계일학(群)의 노력으로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한다면 누가 감히 내보내려 하겠는가? 그렇게 하려면, 한국 기업에 근무할 때보다 2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수밖에 없다. 물론 힘들겠지만, 그것이야말로 계약기간 만기가 되면 회사와 당당하게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외국 영토에서 외국기업에 취업할 때는 한국의 노동법이나 인권 같은 것은 서랍 속에 넣어두고, 마치 프랑스 외인부대에 용병으로 들어간다는 정신으로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는 일에 전력투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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