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회가 던지는 질문에 디자인으로 답하다

- 심미적 기능을 넘어 사회적 기능을 하는 디자인 -

 

 

 

□ 네덜란드 디자인 산업 개요

 

 ○ 네덜란드 디자인은 1980년대 이후 그래픽 디자인을 필두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

  - 가구, 조명 등 인테리어 제품, 브랜드 디자인, 사인포스팅,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특히 유명함.

 

 ○ 디자인 산업의 연간수출액은 5억 유로로 추정되며, 이는 네덜란드 총 연간 수출액의 1.7% 비중을 차지함.

  - 주 수출국은 독일, 벨기에, 영국임.

 

 ○ 더치 디자인의 세계적 부상에는 탄탄한 교육 시스템, 신진 디자이너 양성을 위한 정부 지원, 제품 개발과 디자인의 일체화된 운영 등이 뒷받침됐음.

  - 델프트 대학교 산업디자인․엔지니어링학과(QS 세계대학랭킹 2015년 Engineering & Technology 부문 16위),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디자인부문 19위)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음.

  - 1988년에 설립된 BKVB(the Fund for Visual Arts, Design and Architecture) 펀드 등의 각종 정부 지원 프로그램들 통해 신진 디자이너들이 졸업 후 바로 디자인 창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함.

  - 제품 개발 시 초기단계부터 디자이너들이 참여함으로써 혁신을 주도함.

  - 필립스의 경우, 전 세계 12개의 오피스에서 450여 명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음.

 

 ○ 특히, 2011년 네덜란드 경제부에서 선정한 네덜란드의 경쟁력을 키워줄 9개의 핵심부문에 창의 산업(Creative Industries)이 포함되면서 디자인 산업의 중요성이 더 부각됨.

  - 네덜란드 창의 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7조1000억 유로로, 이는 네덜란드 경제의 1.9%의 비중을 차지함.

  - 창의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등록된 총 17만2000여 명 가운데 디자인 산업 종사자는 5만8000여 명임.

 

□ 소셜 디자인의 부상

 

 ○ 사회적 사안을 디자인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소셜 디자인’ 콘셉트가 자리를 잡음에 따라 최근 네덜란드 내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디자인들이 주목받고 있음.

  -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의 초점을 제품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과 사회로 확장시키는 추세로,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들의 수 증가

  - 고령화, 환경 등 전반적인 사회 이슈에서부터 최근 유럽으로의 난민 유입 등 정치적인 사안을 디자인의 관점으로 풀어냄.

 

 ○ 디자인아카데미 아인트호벤, What Design Can Do 컨퍼런스, Doen 재단 등 네덜란드 내 소셜디자인을 주제로 하는 디자인 프로젝트 및 기관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

  -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은 ‘소셜 디자인’ 석사 과정을 개설해 소셜 디자이너들을 양성함.

  - Doen Foundation에서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 그린 디자인을 비롯한 소셜 디자인에 종사하는 개인 및 기관을 선정해 재정적으로 지원함.

  - What design can do 재단 역시 매년 컨퍼런스를 개최해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함.

 

 ○ 소셜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정부기관, 사회지도자, 기업 등과 협력해 디자이너들의 프로젝트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함.

 

 ○ 네덜란드 내에서 소셜 디자인이 논의되고 적용된 사례들을 아래에서 소개하고자 함.

 

□ 사례 1: 아인트호벤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 Eindhoven)

 

 ○ 올해로 14회째인 더치 디자인 위크는 약 2500명의 디자이너들이 출품하고, 약 27만5000명이 방문하는 등 명실상부한 네덜란드의 디자인 행사로 자리 잡음.

 

 ○ 상품을 초월한 디자인이라는 콘셉트를 처음으로 내세워 여타 디자인 이벤트와의 차별화에 성공함.

  -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안을 제공하는 소셜 디자인의 역할과 비전이 집중적으로 논의됨.

  - 최근 유럽 난민사태를 비롯한 환경, 식량문제, 고령화 등의 사회 이슈를 다룬 작품들이 대거 출품됨.

  - 디자인 위크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은 "현재 유럽의 난민 문제를 비롯한 사회문제들을 결코 등한시 할 수 없으며, 디자이너들이 현 이슈에 대해 창의적인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함.

 

 ○ Dutch Design Week 2015에서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 역할의 패러다임 전환. 그동안은 아름답고 트렌디한 사물로 영감을 주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유럽의 난민 위기 등 사회적 이슈 등을 해결하는데 창의적인 비전을 제시하게 됨.

  - Creative director Thomas Widdershoven는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미술관에 전시할 만한 작품들을 디자인하던 학생들이, 지금은 세계의 위기를 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고 밝힘.

 

□ 사례 2: 인터렉티브 트랜스미디어 다큐멘터리 Refugee Republic

 

 ○ 이 인터렉티브 트랜스미디어 다큐멘터리(Interactive Transmedia Documentary) Refugee Republic은 네덜란드 디자인 에이전시 Submarine Channel이 시리아 국경에서 60㎞ 떨어진 북 이라크 도미즈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직접 생활하며 제작한 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고 있음.

  -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움직이는 이미지, 녹음된 사운드, 글자 등의 다양한 시각적인 자료를 통해 캠프에 살고 있는 5만8000여 명의 난민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냄.

  - 난민들이 난민캠프에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소개화면으로 시작, 캠프 지도에 나 있는 가상의 길들을 클릭하면 오디오, 사운드, 연속사진 등을 통해 난민캠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음.

 

 ○ 우리와 비슷한 일상을 영유하는 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인들로 하여금 난민을 희생자로만 그리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음.

  - Dutch Design Award 2015에서 Future와 Communication 부문에서 각각 대상 수상

 

자료원: Submarine Channel 웹페이지

 

□ 사례 3: 온라인 웹캠 아동 성범죄 검거 프로젝트 ‘Sweetie’

 

 ○ 이 프로젝트는 온라인 웹캠 아동 성범죄(Webcam Child Sex Tourism, WCST)에 대한 일반인들의 경각심과 세계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국제아동지원기구 Terre des Hommes와 네덜란드 광고대행사 Lemz에서 제작함.

  - UN과 FBI에 따르면, 온라인상으로 아동의 성을 착취하는 사람은 연간 75만 명으로 추정되나 실제로 검거된 사람은 6명에 불과했음. 이는 비록 법률상 금지돼 있더라도 아동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경찰이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구조로, 범인 검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

  - 이에 Lemz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Sweetie라는 가상의 10세 필리핀 소녀를 만들어 냄.

 

자료원: Terre des hommes 웹페이지

 

 ○ Sweetie의 활약상

  - 온라인 웹캠 아동 성범죄가 이루어지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Sweetie를 화면에 내세우고 대화창을 개설

  - Terre des hommes 회원들이 Sweetie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오는 남성들과 대화를 진행하며 프로필 수집

  - 그 결과 두 달 반 만에 약 71개국에서 약 2만 명의 범죄자들이 Sweetie에 접근함.

  - 그 중 음란행위를 요구한 약 1000명의 프로필을 국제형사경찰기구에 넘김.

  - Sweetie가 색출해낸 범인들이 호주, 폴란드 외 7개국에서 체포돼 형사처벌을 받음.

  - 온라인 웹캠 아동 성범죄가 UN 인권위원회의 해결안건으로 상정됨.

 

 ○ Terre des Hommes는 네덜란드 유투브 채널 및 각종 미디어에 Sweetie 제작 과정 및 범인 프로필 수집 과정을 포함, 세계인의 관심을 촉구하는 영상을 공개함.

  - 이 영상은 전 세계 4만 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어냄.

  - 이 영상으로 Dutch Design Award(DDA) 비롯한 각종 디자인 대상을 비롯해 2014년 칸느 광고제에서 12개의 Golden Lions외 그랑프리 포 굿(Grand Prix for Good)을 수상함.

  - CNN, BBC, Al Jazeera 등 전 세계 미디어에서 심도 있게 보도됨.

     

 ○ 아동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각국 정부와 경찰의 더욱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성과를 냄.

  - 디자인 기술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됨.

  - 2015년 Terre des hommes는 Sweetie 2.0을 통해 또 한 번 온라인 웹캠 아동 성범죄 근절에 나섬.

 

□ 사례 4: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는 소셜 디자이너들의 자세

 

 ○ Julia van Zanten

  - 요실금 환자를 위한 ‘보호 속옷(Protective Underwear)’을 디자인함.

  - 성인 기저귀 등 기존의 제품은 기능성만을 강조했을 뿐 이를 착용함으로써 요실금 환자들이 겪는 수치심과 같은 감정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있다는 데서 착안함.

  - 또한 요실금을 겪는 사람들을 환자의 범주에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일상적 생활을 영유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자 함.

  - 흡수력이 뛰어나고 일반 속옷과 촉감이 비슷한 특수 섬유를 이용해 요실금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감정적인 고통에서도 벗어나게 함.

 

 ○ Studio Dumber

  - 아이덴티티 브랜딩으로 유명한 디자인 스튜디오 Dumber는 알츠하이머 재단과 협력해 알츠하이머 환자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촉구함.

  -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서서히 시야를 잃는 것에 착안해 알츠하이머 재단의 로고를 알츠하이머를 겪는 사람들의 시야에 비치는 글자대로 디자인함.

  - 이로 인해 일반인들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겪는 불편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자들이 겪는 불편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함.

 

 ○ Inge Kuipers

  -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티타임의 여유도 고령의 관절염 환자들에게는 주전자를 들어올리는 것부터가 고역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손잡이를 없애는 대신 두 손으로 안전하게 들 수 있는 주전자를 디자인함.

  - 비단 관절염 환자뿐 아니라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 요소와 심미적 요소가 잘 결합된 소셜 디자인의 사례

 

자료원: Julia van zanten, Dumber, Inge Kuipers 웹페이지

 

□ 시사점

 

 ○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디자인이 점차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 역시 중시되는 추세

  - 이는 유행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 외에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디자인의 역할이 증대될 것임을 시사

 

 ○ 이 현상을 일시적 트렌드로 받아들일 것인지 디자인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음.

  - Anne van der Zwaag는 소셜디자인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기존의 제품 중심의 사고를 인간과 사회 중심으로 전환함에 따라 생겨난 개념이라고 주장함.

 

 ○ 한국에서도 디자인이 상업적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이슈를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된다면 사회적 이슈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

  - 이를 위해서는 교육기관을 양성하고, 재정적 지원, 제도적 여건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할 것

  - 소셜 디자인에 종사하는 개인 혹은 기관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

  - 소셜 디자이너들의 프로젝트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데 매개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 역시 중요함.

 

 ○ 소셜 디자인은 난민 문제 등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념적인 대안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례 4의 보호 속옷 및 주전자와 같이 충분히 시장성 있는 제품으로 구현될 수도 있음.

  -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소셜 디자인은 장기적으로는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경쟁이 과열된 디자인 산업에서 새로운 틈새영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

 

 

자료원: www.submarinechannel.com, http://refugeerepublic.submarinechannel.com, https://www.terredeshommes.nl/en/sweetie-face-webcam-child-sex-tourism, http://www.juliavanzanten.com/, http://studiodumbar.com/work/alzheimer-nederland, http://www.ingekuipers.nl/portfolio-view/tea-set-touch/ 및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