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상업 중심지역 진입 시, 2024년 봄부터 혼잡통행료 징수

지난 6월 27일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미국에서 최초로 2024년 봄부터 뉴욕 맨해튼 상업중심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 CBD)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승용차에는 최소 9달러에서 최대 23달러, 트럭에는 최대 82달러까지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Central Business District Tolling Program'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2021년 트럼프 정부 시절 계획됐으나 연방 정부로부터 승인이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 6월 연방고속도로국(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 FHWA)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MTA)는 혼잡통행료 징수가 시작되면 시내에 진입하는 차량 수가 감소해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극심한 교통 체증을 완화하는 한편 징수금으로 교통시스템을 개선해 맨해튼 내 유동 인구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혼잡통행료 징수 도입을 발표하는 캐시 호컬 주지사>

[자료: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MTA에 따르면 뉴욕은 미국 내 가장 혼잡한 도시로 맨해튼 시내의 평균 운행 속도가 2010년 9.2mph에서 현재 7.6mph로 17% 감소했으며 도시가 혼잡해지면서 응급상황 대처가 지연되고 공기의 질도 나빠진 상태라 언급했다. 또한 런던, 스톡홀롬, 싱가포르, 밀라노 등 세계적으로 혼잡하기로 유명한 도시들이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면서 거둔 효과를 예로 들었다. 프로그램 시행으로 해당 도시의 혼잡 시간대 차량 진입이 18~31% 감소했으며, 통행량이 감소하면서 운행 평균 속도가 상승한 바 있다.

<주요 도시별 혼잡통행료 징수 효과>

[자료: Metro Transportation Authority]

징수 금액 연간 10억 달러 예상

MTA의 Central Business District Tolling Program은 맨해튼 60번가 남쪽으로 진입하거나 60번가 아래에 위치한 대교나 지하차도를 통해 맨해튼으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MTA는 4번의 회의를 거쳐 혼잡통행료 징수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일 3번째 회의를 마쳤고 마지막 회의 때 혼잡통행료 징수 시나리오 4가지를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연간 10억 달러를 징수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징수된 금액의 80%는 지하철과 버스 시스템 개선, 10%는 롱아일랜드 열차(Long Island Rail Road), 10%는 매트로-북부 열차(Metro-North Rail Road) 시스템 개선에 쓰겠다고 밝혔다. 

MTA에 따르면 뉴욕 인근 28개의 카운티에서 근무하는 인구 1100만 명 중 150만 명이 CBD에 근무하는 인구로 이 중 14만3000명이 차량을 통해 통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혼잡통행료 징수 계획의 배경으로 이처럼 13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이 중요한 이슈로 판단됐음을 밝혔다. 고객 설문 조사 결과, 승객들은 버스 이용 시 배차간격(25%), 운행 시간(11%), 혼잡도(11%), 운행 지연(6%) 등의 개선을 바랬으며 지하철의 경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승객(18%), 주말 배차 간격(12%), 교통경찰 배치(11%), 안전(11%) 등을 개선 사항으로 꼽았다. 이에 MTA는 100년이 넘은 교통 신호체계 개선, 노후 선로 및 차량 교체 등으로 배차 간격을 줄이고 쾌적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MTA 뉴욕 교통 대표 리차드 다베이(Richard Davey)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말에 2대의 수소버스 차량 운행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모든 버스를 수소 차량으로 교체, 온실가스 배출 0%를 달성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혼잡통행료 징수 설치물 조감도> 

[자료: Metro Transportation Authority]

혼잡통행료 징수로 반발하는 시민들

혼잡통행료 징수 시 버스, 경찰차, 구급차, 장애인 등록 차량에 대해서 통행료를 감면해 주고, 개인용 승용차에 대해서는 일일 1회에만 한정해 징수된다. 그러나 택시 및 우버, 리프트와 같은 공유서비스 차량에 대해서는 경계를 통과할 때마다 통행료가 징수될 것으로 보여 관련 운전사들이 MTA 본사에서 시위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뉴저지주에서 맨해튼으로 연결되는 링컨 터널(Lincoln Tunnel)과 홀랜드 터널(Holland Tunnal)을 이용 시 통행료 14.75달러가 징수되고 있으며, 뉴욕주 내 퀸즈-미드타운 터널(Queens-Midtown Tunnel)과 휴 캐리 터널(Hugh Carey Tunnel) 이용 시 13.88달러의 통행료가 징수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혼잡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밝혀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다. 또한, 지금은 통행료가 없는 퀸즈보로 대교(Queensboro Bridge), 윌리엄스버그 대교(Williamsburg Bridge), 맨해튼 대교(Manhattan Bridge)와 브루클린 대교(Brooklyn Bridge)를 통해 건너오는 차량에 대해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할 예정이다. 뉴저지주는 해당 발표 이후 7월에 FHWA와 미 교통국을 고소했으며, 고소장에서 뉴저지 주민들의 통근 패턴과 교통 흐름의 끼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필 머피 뉴지지주지사는 고소장 제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뉴저지 주민들이 공평하게 대우받을 수 있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혼잡통행료 징수 구간 지도> 

[자료: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시사점

맨해튼은 세계 최대 금융시장이며,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도시다. 한국의 크고 작은 사업체가 진출해 있으며, 지금도 진출을 희망하는 다양한 품목의 기업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맨해튼에서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맨해튼의 이러한 변화로 인해 식자재 수급 시 비용이 상승하거나 차질이 생길까 우려되며 배달 가격 상승 및 직원 고용에 어려움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비하고 있다”라며, “시설물 설치 외에도 교통 상황 개선을 위해 자동차 전용 도로, 자전거 전용 도로 공사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디지털 매체 Vice에 따르면, 맨해튼의 혼잡 통행료 시스템을 본보기로 시애틀, LA 등 미국 내 도심 교통 혼잡을 겪는 도시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벤치 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혼잡통행료 징수 결정에 따라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내 주요 도시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시의 움직임과 결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자료: CNBC, New York Times, Bloomberg, Vice,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KOTRA 뉴욕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