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AI 산업 정책 및 전망

칠레는 인공지능(AI) 개발 및 도입 분야에서 남미 국가 중 선두 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칠레 정부는 AI 산업 글로벌 기술 협력 중심지로의 도약을 목표로 2021년 ‘국가 인공지능 정책’(Politica Nacional de Inteligencia Artificial)을 발표했고, 국립인공지능센터(CENIA, Centro Nacional de Inteligencia Artificia)를 설립해 AI 기술의 개발·도입·활용 관련 세부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AI 박사 장학금을 도입하고, 칠레 및 중남미에서 최초로 AI 박사 학위를 설립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AI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에는 칠레에서 개최된 AI 산업 고위급 포럼에서 중남미 25개 국가와 AI 거버넌스 구축 동향에 대해 공유하고 ‘윤리적 AI 추진을 위한 산티아고 선언'(Declarlación de Santiago para promover una Inteligencia Artificial ética)을 발표하는 등 역내 및 국제협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칠레 국가인공지능센터 로고>

[자료: CENIA 홈페이지, 2024]

통신기업 엔텔(Entel)의 보고서에 따르면, 칠레의 AI 등 신기술 산업은 향후 18년 동안 칠레의 총부가가치(GVA, Gross Value Added) 중 630억 달러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이 중 300억 달러는 자본 능력 향상, 210억 달러는 AI 자동화, 120억 달러는 혁신에 의해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칠레 AI 준비 수준, 남미 1위

2023년 8월 CENIA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경제위원회(ECLAC)의 지원을 받아 최초로 라틴아메리카 AI 지수를 발표해 남미 12개국의 기술 준비 수준을 평가했다. 칠레는 데이터 인프라, 고급 인적 자원, R&D, 연결성 등의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12개국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라틴아메리카 인공지능 준비 지수>

[자료: CENIA, 2023]

AI 분야 전문가이자 스타트업 TechTranslators의 창립자인 모니카 탈랜드(Monica Taland)는 칠레가 역내에서 AI 기술 발전에서 앞서가는 이유로 칠레 국립인공지능센터 설립, 데이터 및 고급 인력 양성에 필요한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과 투자 지원을 핵심 요소로 꼽았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AI 도입

최근 몇 년간 칠레에서는 다양한 산업 분야 및 기업에서 AI의 도입과 활용이 증가했다. 특히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업계 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 리테일 기업 등이 AI 활용을 주도하고 있다. 안데스 대학교 ESE 비지니스 스쿨 기업 평판 센터(Corporate Reputation Center)의 연구에 따르면 칠레 기업의 약 30%가 이미 기업 운영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AI 기술은 주로 마케팅, 영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분류, 가격 책정, 상품 프로모션, 프로세스 자동화를 위한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고 있다.

기업 평판 센터의 Pablo Halpern 이사에 따르면, 칠레의 주요 기업들은 기업 운영 최적화를 위한 솔루션을 포함하는 ‘운영관리형 AI’ 기술과 프로세스 자동화와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서비스형 AI’ 기술을 주로 도입하고 있다. AI 비서(챗봇)를 개발하는 기업인 Adereso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칠레 기업의 49%가 업무에 생성형 AI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환경부, 보건부, 농무부, 보건복지부, 교통부, 재무부 등 공공기관에서도 AI를 적극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현재 대민업무 등에 사용되고 있고 더 많은 공공 분야로 AI 챗봇 도입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AI 적용 사례

1) 의료

DART: DART는 당뇨병 망막증으로 인한 실명률을 줄이기 위한 자가 진단 앱이다. ‘Nube’라는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환자가 직접 눈동자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어 상태를 더욱 빠르게 명확하게 분석해 주고 실명 징후를 일찍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Simbiotica: Simbiotica는 AI 기술을 사용해 칠레 전역에 있는 이비인후과 의사와 환자의 연결을 지원한다. 보다 빠르고 정확한 검사 분석 기술을 통해 질병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 및 효율성을 높인다.

2) 광업

BHP: BHP는 원격 작업 관리에 빅데이터와 AI를 통합해 활용함으로써 노동량은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비용 절감, 안정성 강화, 수익 증대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3) 금융

시큐리티은행(Banco Security): 시큐리티은행은 대량 데이터 분석 및 대출, 투자 결정, 리스크 판단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생성형 AI 솔루션을 활용해 은행과 고객 간의 상호작용을 고객별로 개인화함으로써 각각의 고객에게 적합하도록 최적화된 개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4) 통신

Entel: 통신기업 Entel은 WhatsApp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AI 챗봇 'ClaudIA'를 만들어 고객의 긴급 상담 대응, 청구서 확인 서비스, 인터넷 작동 여부 체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경험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칠레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Google, IBM, Cisco, Microsoft, Huawei 등도 현지 파트너 기업 및 연구진과의 공동개발 및 협력을 통해 사업 운영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 인터뷰

Federico Santa María 대학의 비즈니스 공학과 C 교수는 KOTRA 산티아고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AI의 도입이 생산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효율성을 향상하고 있으며, 비용을 절감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칠레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여준 개방적인 경제를 가진 국가이며, AI는 칠레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칠레의 주요 산업인 구리 산업에서 AI를 활용함으로써 지하 구리 채굴 작업시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탐사 및 추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의 도입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AI를 산업에서 활용할 경우 이런 부분에 대해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사점

칠레는 역내 AI 선두 주자로서 기술 발전과 혁신을 위해 정부 차원 및 국제 협력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인공지능법’을 제정해 보다 더 ‘인간 중심적인 AI’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역내 AI 기술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이니셔티브를 주관하며 동 분야의 글로벌 협력을 끌어 나가고 있다.

칠레 정부가 AI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AI 준비 지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칠레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는 유럽, 북미 등에 비해 아직 AI 산업에 대한 해외투자가 적은 편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유치와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수한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칠레 AI 산업 분야로 진출해 연구개발 협력 등을 진행한다면 칠레 AI 산업의 성장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잠재성 높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원: 칠레국립인공지능센터, 과학 기술 혁신부, Entel, Corporate Reputation Center, Adereso,Diario financiero 외 산티아고무역관 보유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