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비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는 ‘착한 소비’-

- 동물에게 고통을 야기하지 않는 성분과 방법으로 만든 ‘비건 화장품’, 우리 기업의 기회 될까 -

2020년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은 426억 달러로 전년대비 31.3% 증가했다. 한국은 일본의 화장품 수입국 2위로 올라섰다. 일본이 우리 화장품 기업에 유망 시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일본의 한국 화장품 시장 소비층이 10~20대 젊은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고, 한국화장품 구입 시 고려요소  역시 ‘저렴한 가격’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내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국 비건 화장품이 주목받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윤리적 소비’ ‘친환경’을 키워드로 소비자에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어 일본 내 한국 화장품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비건 화장품 시장 동향과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에 대해 알아본다.

 

'착한 소비', 일본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일본 소비시장에서 ‘착한 소비’ 또는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윤리적 소비란 각각의 소비자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하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을 응원하는 형태의 소비를 의미한다. ‘탈 탄소’ 시대 환경보호에 기여하고자 하는 ‘친환경’, 무역을 통해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자생을 응원하는 ‘공정무역’ 등 다양한 키워드로 풀어쓸 수 있다.

최근 일본 정부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0)’ 달성을 목표로 내건 데 따라 각 기업이 ‘탈(脫) 탄소’ 사회 기여를 위한 친환경 컨셉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윤리’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본 소비자청이 2019년 실시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의식조사’ 조사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지도는 3년 전인 2016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친환경’ ‘공정무역’ 등에 대한 인지도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윤리적 소비와 관련된 단어 인지도 조사

(단위: %)

 

자료: 일본 소비자청

도쿄 순환선인 야마노테선 내 SDGs 홍보 캠페인(2019년 10월 ~ 2020년 1월)

자료: JR동일본

그 중에서도 동물에게 고통을 야기하지 않는 성분과 방법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인 ‘비건 화장품’이 일본 시장에서 ‘윤리적 소비’ 관점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어 우리 기업의 주목을 요한다. ‘비건 화장품’이 일본의 ‘윤리적 소비’ 트렌드와 결합하여 K-뷰티에 고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일본 비건 화장품 시장 동향

 

비건은 동물 유래 음식을 모두 먹지 않고 채소나 과일, 해초 등의 식물성 음식으로 주로 먹는 철저한 채식주의자를 가리킨다. 주로 식생활에 대한 개념이지만, 화장품 등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소비재에도 비건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 유래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제조공정에서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을 가리킨다. 밀랍이나 꿀 등 동물 유래 성분을 포함하는 경우 비건 화장품에 포함되기 어렵기 때문에, 천연 화장품 또는 유기농 화장품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과거에도 ‘유기농’ 또는 ‘동물실험 프리(Free)’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었다. LUSH, Aesop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아직까지 일본 대기업이 런칭한 비건 브랜드는 많지 않지만, 일본 화장품 업계 2위 기업인 고세(KOSE)가 2020년부터 ‘Awake’라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Awake는 동물 유래 성분 및 공정, 천연재료 사용 등을 내세워 ‘윤리적 소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를 포함해, 피부에 순한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폭넓게 겨냥하고 있다.

 

일본 주요 비건 브랜드 현황

자료: 각 사 홈페이지

비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비건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동물보호, 환경보호, 종교적 이유 등이 대표적이다. 동물보호나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고 식습관 면에서도 비건 식단을 실천하고 있는 소비자만이 비건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건 화장품의 소비층은 생각보다 넓다. 비건 화장품을 구매하는 또 다른 이유에 ‘자연’ ‘내츄럴’ 등에 대한 고려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뷰티기업 POLA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이상 연령층에서 메이크업에 대한 가치관으로 ‘자연’ ‘내츄럴’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 유래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에 비해 피부에 덜 자극적이라는 인식이 있어, 비건 식단을 실천하지 않는 소비자들 역시 비건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동물보호나 환경보호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있지만,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 역시 비건 화장품 소비를 통해 일정 범위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2019 일본 여성의 메이크업 가치관 조사

* 15~64세 일본여성 1,265명 대상 조사 (조사기간: 2019.6.29. ~ 2019.7.2.)

자료: POLA 문화연구소

비건 화장품 관련 인증 제도

비건 화장품에 대해 정형화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기관의 인증을 받을 수는 있다. NPO(Non-profit Organization) 법인인 베지 프로젝트 재팬(VegeProjectJapan)이 운영하는 비건 인증마크가 그 예시이다. 베지 프로젝트 재팬의 소정의 양식에 따라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비건 인증마크를 받을 수 있다. 인증마크를 받은 제품은 총 400개 정도로, 식품이 대부분이지만 화장품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기업은 제품에 비건 인증마크를 부착하여 비건 제품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매출 1,800억 엔(약 2조 원) 규모의 식품기업인 카고메(Kagome) 등이 일부 제품에 비건 마크를 부착하여 판매하고 있다.

 

비건 프로젝트 재팬의 비건 인증

 

현지 전문가 인터뷰 (비건 프로젝트 재팬 카와노 하루코씨)

 

 

카와노 하루코씨(VegeProjectJapan)

Q1. 비건 인증마크에 대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기업도 신청할 수 있나요?

A1. 비건 인증마크는 베지 프로젝트 재팬이 정하는 기준에 맞는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사업입니다. 식품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화장품 제품에 비건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유통되고 있거나, 유통할 예정이라면 해외기업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태국의 한 식품기업이 인증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신청서류는 일본어 또는 영어로 제출하실 수 있습니다. (단, 영어로 제출하실 경우 승인까지의 소요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Q2. 비건 인증마크를 받기까지의 소요기간과 비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A2. 서류 준비정도에 따라 소요기간은 상이합니다. 서류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전제하에 식품은 1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들어가는 성분이 복잡할 경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6개월 정도 소요될 수 있습니다. 비용에 대해서는, 비건 인증마크를 부여한 후 1년 동안은 1개 제품 당 수수료(15,000엔), 기본 성분 같은 경우 등에는 개수에 한계 없이 한 시리즈 당 3만엔(*추가)을 기본요금으로 청구하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난 후에는 비건 인증마크를 계속 사용하실지 여부를 고려하셔서 갱신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갱신하시는 경우, 등록 상품이 연 매출 200만 엔을 넘을 경우 그 매출의 1.5%를 청구하고 있습니다. 청구금액의 상한은 1개사 당 50만 엔입니다. 비건 인증마크 수수료로 발생하는 비용은 베지 프로젝트 재팬의 업무수수료 및 일본 내 비건문화 확산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Q3. 한 회사에서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제품은 동물실험을 실시하고, B 제품은 동물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경우에, B제품에 대해서만 인증을 신청할 수 있나요?

A3. 베지 프로젝트 재팬의 비건 인증마크는 제품별로 인증하고 있습니다. 해당 회사에서 비건 기준에 맞지 않는 다른 제품을 생산하고 있더라도, 비건 인증마크를 신청하는 제품에 대해서만 심사하여 인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Q4. 일본의 비건 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려주세요.

A4. 일본에서도 최근 1~2년 간 UN의 지속가능개발계획(SDGs) 홍보 캠페인이 활발하게 실시됐습니다. 지구 환경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을 배려하는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층의 관심이 높습니다. 일상에서 조금만이라도 ‘착한 소비’ 제품을 도입하자는 분위기가 조금 더 확산된다면, 비건 무브먼트도 앞으로 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사점

 

2020년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금액은 약 426억 달러로 전년대비 31.3% 증가했다. 한국은 프랑스(441억 달러, 전년대비 -20.7%)에 이어 일본의 화장품 수입국 2위로 올라섰다. 우리 화장품 기업이 일본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일본의 한국 화장품 시장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10~20대 젊은 여성에게 주로 어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몇몇 비건 화장품이 ‘고부가가치’ 이미지로 일본 시장에 자리잡고 있어 우리 기업의 관심을 요한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인 D사는 도쿄 긴자의 미츠코시 백화점과 신주쿠의 이세탄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미츠코시와 이세탄을 보유한 미츠코시이세탄 홀딩스는 일본 백화점 업계 1위 기업으로, 긴자와 신주쿠 지점은 각각 두 백화점의 대표 매장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 기업 진입에 상징성이 있다.

 

비건 화장품은 ‘윤리적 소비’ ‘친환경’ 요소로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 이외의 가치를 제안할 수 있다. 비건 라인업을 보유한 우리 기업의 진출이 일본 내 한국 화장품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KOTRA 도쿄무역관에서는 오는 6월 KOTRA의 B2B 마켓 플랫폼인 BuyKorea 내 온라인 프로모션과 B2B 화상상담을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 한국상품전’ 에 이어, 8월에는 ‘K-Lifestyle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비건 화장품 기업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참고) 일본의 한국 화장품 시장 분석   현재 일본의 한국 화장품 시장은 젊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 사용률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48.3%, 20대의 33.5%, 30대의 21.1%가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어 연령대가 낮을수록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화장품을 구입하는 이유에서는 10~30대 모두 ‘저렴한 가격’을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답했다. 20~30대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화장품을 구입할 때 ‘높은 품질’ ‘제품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반면, 한국 화장품 구입 시에는 ‘저렴한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여러 장점 중에서도 ‘저렴한 가격’이 일본 시장에서 주요하게 어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화장품 사용 경험률 조사 (10~30대 여성 6,451명 대상 조사, 2020년 실시) (단위: %) 자료: TesTee Lab   화장품 구입 시 고려요소 조사 (10~30대 여성 6,451명 대상 조사, 2020년 실시) (단위: %) 자료: TesTee Lab

자료 : 일본 소비자청, JR 동일본, POLA 문화연구소, 각 기업 홈페이지, 도쿄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