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되는 ‘젊은’ 베트남과 노년 인구의 홀로서기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 14% 미만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로 구분된다. 이를 세계은행(World Bank)의 베트남 인구 통계 자료에 대입해볼 때 베트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베트남은 2015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22년 기준 베트남 인구는 9818만7000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 인구는 895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9.12%를 차지하고 있다.

<2010~2022년 베트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추이>

(단위: %)

[자료: World Bank]

2019년 베트남 통계총국(GSO)이 진행한 베트남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9년 전체 인구의 11.51%, 2039년 14.17%, 2049년 18.34%, 2069년 21.5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조사에서 노인 인구의 27.8%가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2009년 18.3%에 비해 약 10%p 증가한 수치이다.

한편, 2020년 생명보험사 푸르덴셜 베트남(Prudential Vietnam)은 시장조사업체 칸타 베트남(Kantar Vietnam)과 협력하여 '노년기의 독립적인 삶'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2040년에 노년층이 되는 30~45세의 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해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5%는 나이가 들어도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재 베트남에서는 자녀 또는 부양의무자와 함께 거주하지 않는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고령인구의 ‘홀로서기’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여 요양 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요양 시설 지원 정책 및 현황

베트남의 “사회경제개발계획 이행을 위한 주요 과업 및 해결방안에 관한 의결(Resolution) 제01/NQ-CP호(2021.1.1.)” 및 2021년 국가 예산안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특수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위한 돌봄 모델 개발 및 노인 돌봄 실행에 대한 민간 부문 참여 장려'를 국가의 주요 과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결정 제1579/QD-TTg호(2020.10.13.)를 통해 승인된 “2030년까지의 노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는 보건부(MOH) 및 관련 부처와 협력하여 민·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요양 센터를 설립할 의무를 부과받았다.

그러나 베트남은 요양 시설 운영 지침은 물론 시설 운영에 따른 세제 혜택, 토지 관련 혜택과 같은 구체적인 우대 정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빈미 요양원장(Binh My Nursing Home) 부이안쭝(Bui Anh Trung)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표준화된 운영 모델이나 구체적인 세부 지침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간 요양 시설은 주로 외국의 운영 경험 및 모델을 참고하고 있어 시설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상세한 지침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운영 주체에 따른 요양 시설 분류

베트남의 요양 시설은 운영 주체에 따라 크게 아래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공립 요양 시설

공립 요양 시설은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국비 지원 시설로, 건설부터 운영까지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한다. 이러한 공립 요양 시설은 보통 입소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대부분의 시설 내 인프라 수준이 노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 기준만을 충족한다. 따라서 공립 요양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대체로 빈곤층, 부양의무자가 없는 노인 또는 국가 유공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2) 민간 요양 시설

민간 요양 시설은 개인 또는 단체 등의 민간 자본으로 설립해 노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형태로 운영된다. 민간 요양 시설의 운영 방식은 돌봄 서비스 및 편의시설의 수준, 이용 시간 등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3) 기타(민·관 공동 운영 시설)

호치민에는 민·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요양 시설이 있다. 해당 시설은 독신 또는 특수 돌봄이 필요한 고령의 예술인들을 위한 곳으로, 정부 지원금과 예술가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 없이 시설에서 거주할 수 있다.

<예술인 요양 시설 사진>

[자료: Dang Bo Thanh Pho Ho Chi Minh]

민간 요양 시설 현황

베트남의 민간 요양 시설은 평균적으로 100~20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의사, 간호사, 간호 보조 인력 등이 시설 내에 상주하며 이용자에 대한 신체적·심리적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은 요양 시설에서 각종 단체 활동 및 운동 외에도 야외 나들이, 전통 예술 활동 등 다양한 오락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일제 돌봄 이외에 반일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대부분 학업 또는 직장 때문에 노인 가족을 돌볼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일제 요양 시설 일과표 예시>

[자료: Duong Lao Dien Hong]

한편, 베트남의 민간 요양 시설은 대부분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현지 언론 VnEconomy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베트남에 있는 민간 요양 시설은 80여 곳으로, 이 중 하노이에 위치한 요양 시설은 20여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국 63개 성 및 직할시 중 노인 요양 시설이 있는 곳은 32개 지역에 불과하여 베트남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주요 민간 요양 시설 개요>

주: 2023년 9월 12일자 베트남중앙은행(SBV) 환율 기준 USD 1=VND 24,005

[자료: 각 요양 시설 홈페이지]

요양산업 발전의 걸림돌

1) 비교적 높은 시설 이용료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에 요양 시설이 편중돼 있다는 점 외에도 현재 베트남에서는 소득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요양 시설 이용료가 요양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있다.

요양 시설 이용료는 병실당 수용 인원, 편의시설 여부 등에 따라 매월 최저 600만 동(250달러)에서 최고 2000만 동(833달러)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도시와 가깝거나 중환자실(ICU)을 갖추는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을수록 시설 이용료는 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베트남의 퇴직 연금 수령액은 현재 1인당 월 540만 동에 불과하여 민간 요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재정적으로 부유한 노인이나 자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노인에 한정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2023년 5월 현지 언론 VnExpress가 응답자 총 1만 7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이 노인 요양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월 1000만 동 이상을 지출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응답자의 26%는 지불 능력이 없다고 응답하여 베트남에서는 아직 요양 시설 이용료가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데 있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2) 노인전문의 부족

베트남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의 평균 수명은 1989년 65.2세에서 2019년 73.6세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특별한 질병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수명인 “건강 수명”은 평균 64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베트남 인구보건개발연구소(Institute of Population, Health and Development, PHAD)에 따르면 베트남의 노인 인구 대부분이 평균 3개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러한 만성 질환에는 주로 당뇨, 고혈압, 골관절염, 파킨슨병, 치매, 뇌졸중 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노인 만성 질환은 꾸준한 모니터링과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통해 관리가 필요하여 통상적으로 요양 시설 내에는 노인의학 전문의 또는 노인 간호 전문인력이 상주한다. 이들은 만성 질환, 복용 중인 의약품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고령의 환자를 치료해야 하므로 관련 의학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나 노인 간호 관련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이 많아 상대적으로 풍부한 노인 간호 전문인력과 달리, 현재 베트남에는 노인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부족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향후 요양시설이 늘어날수록 노인전문의에 대한 수요도 같이 증가할 것이기에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시사점 및 진출전략

평균 연령이 낮아 ‘젊은’ 나라로 익히 알려진 베트남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은 일반적인 노인 요양 서비스 외에도 스마트 케어(smart care), 물리 치료 및 재활, 영양식, 호스피스(hospice) 산업 등 베트남의 다양한 ‘실버산업’ 시장 진출 기회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높은 요양 시설 이용료 및 노인 전문의 부족 등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웨어러블기기 및 원격 진료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요양 서비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거나 노인 전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한국의 실버테크(silver tech) 스타트업이라면 베트남으로의 해외 진출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의 노인 문제 해결 스타트업 HASU(좌) 및 HASU의 창업자(우)>

 주: HASU – Ngo Thuy Anh이 창업한 베트남 최초의 노인 건강 관리 애플리케이션

[자료: 페이스북, 링크드인]

다만, 현지 진출 시 노인 부양에 대한 베트남 현지의 문화적 규범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아직 타인에게 본인이 부양 의무를 지고 있는 가족 구성원을 맡기는 것에 대해 한국에 비해 심리적 거부감을 보다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비단 요양 시설 입소에 한정된 것이 아니므로 베트남의 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 진출할 경우에는 이용자의 요구사항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지 협력사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작성자: Tang Thanh Lam, 이언정

자료: 세계은행(World Bank), Dang Bo Thanh Pho Ho Chi Minh, Duong Lao Dien Hong, 각 요양 시설 홈페이지, 페이스북, 링크드인, Bao Phu Nu 등 KOTRA 하노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