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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의료기기 시장, 예방·지역의료로 무게중심 이동
  • 트렌드
  • 이탈리아
  • 밀라노무역관 유지윤
  • 2026-10-23
  • 출처 : KOTRA

9년 만의 필수의료서비스 개편, 선별검사와 진단·보조기기 활용 기반 정비

지역·재택의료 투자 확대, 제품 성능과 함께 진료 효율·서비스 역량 중요

9년 만의 필수의료서비스 개편, 의료기기 수요 변화 예고

 

이탈리아가 국민에게 보장하는 필수의료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의료기기 수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6년 9월 30일 필수의료서비스인 LEA(Livelli Essenziali di Assistenza)를 개정하는 보건부 장관령과 총리령을 관보에 공표했다. 2017년 체계를 수정·보완하는 이번 개정은 10월 30일부터 시행된다.

 

LEA는 국가보건서비스(SSN)가 전국에서 무료 또는 일정한 본인부담으로 제공하는 예방·검사·치료·재활 등의 서비스 범위와 조건을 정하는 제도다. 이번 개정에서는 약 800개 서비스·진료·치료 항목을 추가하거나 수정·대체했다. 새로운 검사와 서비스를 반영하고, 오래되거나 적절하지 않은 항목은 삭제·정비했다. 총리령은 이에 따른 연간 추가 소요액을 1억4,950만 유로로 명시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예방과 조기진단 분야에 걸쳐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 신생아 선별검사가 전국적으로 보장할 서비스 항목에 포함됐으며, 확대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 질환도 추가됐다. 유전적으로 유방암·난소암 위험이 높은 여성을 찾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과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임신부를 위한 비침습적 산전검사도 반영됐다. 치료 방향 결정에 활용되는 유전자·분자진단 항목과 보철·보조기기 관련 기준도 정비됐다.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번 개정이 가져올 공공의료의 서비스 범위와 관련 장비·소모품 시장 변화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 시행에 따른 급여 확대가 특정 제품의 신규 구매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 수요는 기존 장비 활용 여부, 지역별 예산, 의료기관의 구매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회복하는 시장, 수요 변화를 이끄는 세 가지 흐름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BMI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독일·프랑스·영국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의료기기 시장으로, 유럽 시장의 약 11.7%를 차지한다. 시장규모는 2023년 129.1억 달러에서 2024년 130.4억 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2025년에는 전년 대비 13.7% 증가한 148.3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6년에는 6.5% 성장한 157.9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탈리아 의료기기 시장규모 및 전망>

(단위: 백만 달러, %)

제품군

2021

2022

2023

2024

2025(추정)

2026(전망)

금액

금액

금액

금액

금액

금액

증감률

기타의료기기

3,048

2,804

3,175

3,142

3,520

3,745

6.4

소모품

2,603

2,403

2,794

2,887

3,158

3,359

6.4

진단영상기기

2,078

2,028

2,251

2,158

2,382

2,528

6.1

정형외과 및 보철기기

1,942

3,467

1,726

1,872

2,253

2,423

7.5

환자보조기기

2,045

1,857

1,664

1,756

2,031

2,146

5.7

치과용제품

1,711

1,195

1,301

1,222

1,484

1,587

6.9

전체

13,428

13,754

12,911

13,037

14,828

15,789

6.5

[자료: BMI ‘Italy Medical Devices Report’]

 

제품군별로는 기타 의료기기가 2025년 35.2억 달러로 전체 시장의 약 23.7%를 차지했다. 치과용 제품과 정형외과·보철기기는 각각 전년 대비 21.4%, 20.4% 성장한 것으로 추정돼 높은 회복세를 보였다. 진단영상기기도 2024년 감소에서 2025년 10.4% 증가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에는 모든 제품군의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분야별 수요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① 예방·조기진단과 정밀진단의 활용 확대

 

신생아 선별검사와 유전성 암 관리 프로그램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고위험군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기반을 넓힌다. 이러한 검사 프로그램은 장비 활용과 시약·소모품의 반복적인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사용량은 검사 대상 인구와 참여율, 지역별 서비스 제공 여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밀진단 관련 급여 항목도 확대·정비되고 있다. 조기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판단하는 유전자검사와 치료제 선택에 활용되는 분자진단 등이 대표적이다.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결정하는 검사로, 관련 체외진단 장비와 시약의 활용 기반을 넓힐 수 있다.

 

공공조달에서도 예방·진단 관련 투자가 확인된다. 국가 조달기관 Consip은 2026년 8월 약 4,800만 유로 규모의 첫 유방건강 관련 입찰을 발표했다. 기존 유방촬영장비 교체와 유방 전문센터용 진단장비·서비스의 통합 공급으로 구성됐다. 개별 장비 공급과 함께 환자의 검사·진료과정을 지원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조달하는 사례다.

 

② 지역의료시설과 가정으로 넓어지는 진료 현장

 

이탈리아의 고령화는 지역·재택의료 및 원격의료 수요 확대의 중장기 배경이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약 1,482만 명으로 추정되며, 전체 인구의 25.1%를 차지한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고령자인 셈이다. 만성질환 관리와 재활, 건강상태 확인에 대한 필요가 커지면서 병원뿐 아니라 거주지 가까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재택의료(Assistenza domiciliare)는 환자의 가정에서 제공되는 진료·간호·재활 등의 서비스를 의미하며, 원격의료(Telemedicina)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진과 환자 등이 서로 떨어진 장소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원격의료는 재택의료를 지원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가회복·복원계획(PNRR)을 통해 지역의료 거점을 확충하고 재택의료 및 원격의료 기반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정책은 관련 의료기기의 공공조달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 조달기관 Consip은 2025년 12월 '커뮤니티 헬스하우스' 허브 1,430곳과 기타 지역의료시설을 위한 의료기기 공급 사업자 선정을 발표했다. 계약은 11개 품목군으로 구성됐으며, 심전도기·초음파기기·폐활량계 등 총 2만8,600대의 공급을 대상으로 했다. 지역의료시설에서 기본적인 검사와 진단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장비 도입 사례다.


원격의료 분야에서도 관련 장비와 시스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탈리아 국가 지역보건서비스청(AGENAS)은 2026년 약 6,947만 유로 규모의 원격의료용 의료기기 입찰을 실시했다. 휴대형 초음파·폐활량계, 심전도기, 원격재활 시스템, 암 환자 원격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등이 대상이다. 이는 의료기관 밖에서도 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재활 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시설 확충과 실제 서비스 운영 수준에는 차이가 있다. AGENAS에 따르면 2025년 말 계획된 커뮤니티 헬스하우스 1,715곳 가운데 최소 한 개 서비스가 운영 중인 시설은 781곳(45.5%)이었으며, 의무서비스와 의료인력 기준을 모두 갖춘 시설은 66곳이었다. 이후 이탈리아 보건부는 2026년 6월까지 최소 1,038곳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른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PNRR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실제 장비 활용은 지역별 의료인력과 서비스 운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역·재택의료 및 원격의료 확대에 따라 의료기기의 사용 환경도 다양해지고 있다. 의료진이 지역의료시설이나 환자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장비에는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이 중요하며,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관리하는 기기와 시스템에는 의료정보 전송 및 현지 의료시스템과의 연동성이 요구된다. PNRR을 통한 의료 인프라 구축 이후에는 관련 시설의 운영 확대와 공급 장비의 활용이 유지보수, 소모품 및 후속 장비 수요로 이어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③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하고 도입 효과를 살피는 구매방식

 

이탈리아의 의료기기 공공조달에서는 장비 공급에 유지보수와 사용자 지원 등을 결합한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Consip이 2025년 7월 발표한 6억7,400만 유로 규모의 통합 당뇨관리 시스템 입찰은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 등을 대상으로 한다. 36개월간 유지보수를 포함하는 임대·서비스 방식을 도입하고, 환자별 치료비용을 기준으로 여러 해에 걸쳐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유방건강 관련 입찰에도 일반 구매 외에 유지보수를 포함한 임대 옵션이 반영됐다. 장비 가격과 함께 장기 사용비용과 지속적인 관리 역량을 고려하는 사례다.

 

혁신 의료기기의 효과와 경제성을 검토하는 의료기술평가(HTA)도 강화되고 있다. AGENAS는 2026~2028년 국가 의료기기 평가 프로그램에서 AI 의료 플랫폼과 디지털 치료제 등에 관심을 두고, 임상성과와 실제 사용자료를 활용한 평가를 추진한다. 제품의 기술적 성능과 함께 환자 관리, 의료진 업무, 의료기관 운영에 미치는 효과가 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경쟁력도 여전히 주요 요소다. AGENAS의 원격의료용 의료기기 입찰은 공고 당시 10개 품목군 가운데 5개에 가격과 품질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을, 나머지 5개에 최저가 방식을 적용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조달에서도 품목별 평가방식은 다를 수 있어, 해당 입찰의 기준에 맞춰 가격과 기술·서비스 경쟁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시사점

 

이탈리아 의료기기 시장은 예방·정밀진단 확대와 지역·재택의료 투자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수요 기회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기업은 시장규모와 함께 자사 제품이 쓰일 의료서비스와 진료현장을 살펴봐야 한다. 휴대형 진단장비, 원격 모니터링, 체외진단 장비·시약, 재활·환자보조기기 등이 관련 정책과 조달방향에 맞춰 검토할 만한 분야다.

 

제품 성능만큼 현지 진료과정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이탈리아 디지털 헬스 기업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개별 진료 단계에 집중한 서비스가 늘면서 서비스 간 단절로 환자가 진료 경로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공급에서도 진료과정과의 연계, 환자의 사용 편의성, 후속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연계와 지원을 뒷받침하려면 현지 파트너 선정이 중요하다. 판매망과 함께 공공입찰 경험,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관계, 설치·교육·유지보수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대·서비스형 조달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기기 가격뿐 아니라 소모품·유지보수·사용자 지원을 포함한 총비용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예산과 결제조건을 고려하면 민간 병원·클리닉을 통한 진출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향후에는 지역별 필수의료서비스 이행계획과 구매 공고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실제 수요와 조달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유럽 인증과 현지 등록요건, 제품별 급여조건도 미리 갖춰야 한다. 지역·재택의료 확대와 제품·서비스 통합 조달이 의료기기 구매와 활용 방식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료원: BMI ‘Italy Medical Devices Report’, Il Sole 24 Ore, 이탈리아 관보·보건부, ISS, ISTAT, AGENAS, 밀라노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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