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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떻게 업무 도구가 되고 있나
  • 트렌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 2026-02-10
  • 출처 : KOTRA

사람이 설계한 업무를 실행하는 도구로 AI 에이전트를 활용

AI 에이전트의 활용 여부는 기술의 자율성보다 기업 IT 환경과 통제 가능한 운영 구조에 달려

실리콘밸리에서 'AI 에이전트'가 주목받고 있다. AI 에이전트란 사용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환경을 인식하고, 추론하며, 외부 도구를 사용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말한다. 질문에 답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그쳤던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부여받으면 스스로 작업 단계를 구성하고 실행까지 이어간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일정 관리, 내부 업무 지원 등 반복적이면서도 일정 수준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실제로 도입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 속에서 Moltbook이 관심을 끌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를 계기로 AI 에이전트의 기술적 가능성과 함께, 실제 기업 환경에서의 활용 방식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AI 에이전트간의 상호작용이 불러온 자율성 논쟁

 

서두에 언급한 Moltbook은 미국에서 AI 에이전트 논의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Moltbook은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만이 가입해 게시글을 작성하고 댓글을 달며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인공지능 전용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기존 소셜미디어와 달리 인간은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즉, 플랫폼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화와 반응은 AI 에이전트들 간의 상호작용으로만 이뤄진다. 최근 이 플랫폼이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개입 없이도 AI 에이전트끼리 대화와 토론이 일정한 맥락을 유지하며 이어졌기 때문이다. Moltbook에서 AI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질문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전 발언을 참고하고, 주제를 확장하고, 서로의 의견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자율적 AI 에이전트’는 주로 이론이나 개념 차원에서 논의돼 왔지만, Moltbook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비교적 직관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전용 소셜미디어 ‘Moltbook’의 첫 화면>

[자료: Moltbook]

 

이로 인해 Moltbook은 곧바로 논쟁의 대상이 됐다. AI 에이전트의 상호작용이 자율적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이 자율성을 어떻게 해석하고 관리해야 할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자율성을 갖게 될수록 책임 소재와 통제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불가피하게 따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Moltbook은 AI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율성이 커질수록 인간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도 커진다는 점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AI 에이전트,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렇게 업무에 쓰이고 있다

 

Moltbook이 불러온 논쟁이 흥미로운 지점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AI 에이전트의 자율적 상호작용 자체를 곧바로 기업 업무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은 AI가 스스로 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에는 주목하면서도,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까지 AI에 맡기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IT 전략을 자문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환경에서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 자체보다, 이를 어떤 업무 범위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업들이 선택한 방향은 AI 에이전트를 독립적인 의사결정 주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설계한 업무 범위 안에서 일부 작업을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McKinsey 역시 AI 에이전트를 “목표를 부여받아 작업을 분해하고 계획·실행까지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로 정의하며, 업무 흐름 안에서의 설계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기업 업무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의 활용 개념도>

[자료: Mckinsey]

 

위의 개념도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기본 흐름을 네 단계로 보여준다. ① 사용자가 자연어로 업무를 요청하면, ② AI 에이전트 시스템이 이를 해석해 작업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눈다. 이 단계에서 관리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가 전체 흐름을 조정하고, 분석·계획·검토 등의 역할을 맡은 에이전트들이 각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다. ③ 이렇게 정리된 결과가 사용자에게 전달되고, ④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결과를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즉, AI 에이전트는 단일 응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과 실행, 검토가 이어지는 업무 과정을 단계적으로 수행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적용하려는 영역은 비교적 분명하다. 일정 관리, 자료 조사, 내부 데이터 정리, 공급업체 비교, 보고서 초안 작성 같은 일이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들이다. 이러한 업무는 판단이 전혀 필요 없는 단순 작업은 아니지만, 매번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대응의 경우, 기존 생성형 AI가 사용자 요청에 따라 답변 문구를 작성하는데 그쳤다면, AI 에이전트는 문의 분류부터 고객 이력 확인, 후속 조치 실행과 담당자 알림까지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목표 아래 연속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AI 에이전트가 이 지점을 맡아주고, 사람은 더 중요한 의사결정과 조율에 집중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실제 기업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AP는 자사의 생성형 AI ‘Joule’을 기반으로 한 Joule Agents를 재무·조달·공급망 등 핵심 업무 영역에 적용하고 있다. Joule Agents는 SAP S/4HANA, Ariba 등 기존 기업 업무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며, 공급업체 정보 수집, 조건 비교, 데이터 정리 등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보조한다. 다만 SAP는 Joule Agents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존재로 설명하지 않는다. 각 에이전트는 사전에 정의된 범위 안에서만 작동하며, 최종 의사결정과 승인 단계는 여전히 사람이 담당한다. 즉, Joule Agents는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지원하고 업무 속도를 높이는 도구에 가깝다.

 

<SAP의 AI 에이전트가 작업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개념도>

[자료: SAP]

 

업무 자동화 플랫폼 기업인 Workato 역시 비슷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Workato의 AI 에이전트는 CRM, ERP, 마케팅 툴 등 기업 내부 시스템을 연결해 사용자가 정의한 업무 흐름을 실행한다. 고객 문의가 접수되면 관련 데이터를 수집·정리하고, 필요한 후속 작업을 각 시스템에 연동해 처리한 뒤 결과를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AI 에이전트의 접근 권한과 실행 범위는 기업의 보안 정책과 권한 체계 안에서 관리된다.

 

AI 에이전트는 어떤 조건에서 업무 도구가 되는가

 

실리콘밸리에서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 도구로 활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 발전과 함께 기업 IT 환경이 이미 상당 부분 정돈됐다는 점에 기반한다. 많은 기업들이 재무, 고객관리와 같은 핵심 업무를 ERP와 CRM 등의 디지털 시스템 위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된 업무 절차와 권한, 데이터 흐름이 비교적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판단 주체로 등장하기보다, 사람이 설정한 범위 안에서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로 활용되기 쉽다. 결국 실리콘밸리에서 관찰되는 AI 에이전트 활용 방식은 기술의 자율성 자체보다, 정리된 IT 환경과 통제 가능한 운영 구조 안에서 어디까지 업무를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지금 봐야할 지점

 

이번 논의가 보여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이제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어떤 업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 개선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전면적인 자동화 수단으로 도입하기보다는 사람이 하던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자율성 그 자체가 아니라, 업무 목표와 권한, 책임이 명확히 정의된 상태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기업들 역시 AI 에이전트를 ‘도입 여부’가 아닌 ‘활용 방식’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자료: Moltbook, Reuters, Bloomberg, Wired, MIT Technology Review, ERP Advisor Group, ITPro, McKinsey, Gartner, SAP, Workato,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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