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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소멸 아닌 직무 재편…호주,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 트렌드
- 호주
- 시드니무역관 윤세웅
- 2026-02-11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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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고용 시장, 일자리 소멸이 아닌 새로운 직무 수요의 확장
AI 시대의 노동 시장 핵심 과제, ‘기술 침투도’ 격차 해소와 적응력 중심의 인재 양성
AI 고용 시장의 불안과 인식 변화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의 등장은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영역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문서 작성, 고객 응대, 간단한 의사결정 지원까지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확대되면서, 노동시장 전반에는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심리적 불안이 함께 확산되고 있다. 특히 호주의 젊은 층에서는 AI가 미래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걱정을 크게 체감하고 있고, 이 불안은 대학 전공 선택과 진로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는 직업을 찾고, 기술 기반 전공을 안전한 선택으로 여기는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다. 이에 따라 호주 교육기관 역시 변화에 대응하며 AI 석사 과정 신설, 수업·과제에서의 AI 활용 가이드 도입 등 새로운 학습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AI가 실제로 호주 노동시장에서 대량 실직을 유발할 만큼 ‘자동화’를 촉진하고 있는가이다.
<가정용 자동화 로봇>

[자료: Pexels]
AI 관련 채용 및 투자 트렌드
먼저 채용 트렌드를 보면, AI는 위협이기 이전에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분야라는 점이 드러난다. PwC의 AI 일자리 지표(AI Jobs Barometer) 2025에 따르면, 호주에서 AI 관련 역량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는 지난 10여 년간 많이 증가했으며, 특히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는 AI 역량 요구가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이미 AI가 산업 전반의 채용 기준을 변화시키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2021년 이후에는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된 모습도 관찰된다. AI 채용이 위축됐다기보다는, AI 역량이 일부 산업에서 빠르게 기본 요건으로 편입되면서 성장 곡선이 완만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단선적인 인식과 달리, 실제 채용 데이터는 AI 역량을 보유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장기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시드니 무역관에서 인터뷰한 호주 리쿠르팅 업계 관계자 K씨는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일자리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보다, 채용 과정에서 요구되는 역량의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인원 감축보다는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채용 전략을 조정하고 있고, 동일한 직무라도 AI 활용 경험 여부에 따라 평가와 보상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2-24년 호주의 AI 관련 채용 공고 추이>
(단위: 건)

[자료: PwC (AI Jobs Barometer Report 2025)]투자 측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빅테크의 투자 규모는 이미 그 금액만 봐도 압도적이다. 구글은 2025년 자본 지출(CapEx) 전망치를 약 850억 달러로 상향하며, 수요가 커지는 클라우드·AI를 위해 서버 투자와 데이터센터 건설을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2025년 CapEx를 660억~720억 달러 범위로 제시했으며, AI 인프라가 핵심 집행처라고 못 박았다. 애플도 상대적으로 ‘저자본 지출’로 분류되던 과거와 달리, 회계연도 2025년 첫 3개 분기 CapEx가 9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고, 경영진은 AI와 자체 서버·데이터센터 중심으로 투자가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호주는 정부의 AI 정책 기조 아래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예산과 프로그램을 투입해 왔고, 민간 투자 역시 AI 기업과 AI 기반 인프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기업 중심의 데이터센터·클라우드 투자 계획이 이어지며, AI 활용을 위한 기반 산업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AI가 확산될수록 일이 사라지는 영역만큼이나 새로운 일이 생기는 영역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이다. 모델 개발과 운영, 데이터 관리, 보안, AI 윤리·규제 대응, 현업 도입 및 전환을 담당하는 역할은 AI 경제가 성장할수록 동시에 확대될 수밖에 없는 직무들이다.
다만 투자 구조가 대형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AI 기술이 경제 전반에 고르게 확산되지 못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격차가 심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AI 투자는 한 차례 급증 이후 조정을 거쳤지만, 이는 위축이라기보다는 금리 환경 변화 속에서 자본이 스타트업 중심에서 대형 기업과 인프라 투자로 재배치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2-23년 호주의 정부 AI 관련 투자 금액>
(단위: 백만 호주달러)

[자료: 호주연방의회]AI 자동화 VS AI 증강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불안은 채용이나 투자보다도, 각 직업이 AI의 영향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받는가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때 핵심 개념이 바로 노출(exposure)이다. 일반적으로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해당 직업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지만, 호주연방의회 도서관이 인용한 OECD 기반 분석은 이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분석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은 반드시 저숙련·대체 가능 직무가 아니라, 오히려 전문직·관리직·ICT 직군 등 고숙련 직업에 집중돼 있다.
여기서 노출이 의미하는 것은 직업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해당 직무의 과업 중 AI가 관여할 수 있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에 가깝다. 고숙련 직업은 문서 작성, 분석, 기획, 코딩 등 AI가 보조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 노출도가 높게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AI가 직업 전체를 대체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AI의 영향이 단일한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수준의 노출이라도 어떤 직무에서는 생산성 향상(증강)으로, 다른 직무에서는 인력 축소(자동화)로 나타날 수 있다.
<2022년 주요 직업별 AI 평균 노출도>
(단위: %)
AI 노출도 상위 직업
(상위 5)
평균 AI 노출도
AI 노출도 하위 직업
(하위 5)
평균 AI 노출도
과학·공학 전문가
0.84
농업·임업·어업 단순노무자
0.25
최고경영진
0.85
식품 준비 보조원
0.34
관리자
0.86
단순노무자
0.39
경영·비즈니스 전문가
0.87
폐기물 처리 노동자 및 기타 단순노동자
0.42
IT 기술 전문가
0.88
전체 직업 평균
0.43
전체 직업 평균
0.65
[자료: 호주연방의회(OECD, Artificial Intelligence Papers(2024.10))]
이에 대해 호주 정부 기관인 호주 직업·기술청(Jobs and Skills Australia, JSA)은 생성형 AI의 영향을 ‘자동화(automation)’와 ‘증강(augmentation)’으로 구분해 분석한다. 자동화는 AI가 인간의 업무를 직접 대체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증강은 인간이 일을 수행하되 AI가 도구로서 생산성을 높이는 경우를 뜻한다. JSA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기술 수준에서 증강의 범위가 자동화보다 훨씬 넓다. 실제로 호주 노동자의 약 79%는 자동화 가능성이 낮은 직업에 속하며, 자동화 노출이 높은 직업은 약 4%에 불과하다. 가장 큰 집단은 자동화 위험은 낮지만, 증강 가능성이 중간 수준인 직군으로, 전체의 약 49%를 차지한다. 이는 다수의 노동자가 대량 실직보다는 업무 수행 방식 변화와 역할 재설계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자동화 위험이 큰 직업은 어디에 몰리는가. JSA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영역은 대체로 규칙 기반·반복적·표준화된 사무/행정 과업이 많은 직군이다. 예컨대 데이터 입력, 단순 회계 처리, 급여 계산, 반복적인 문의 응대, 정형 문서 처리 같은 작업은 AI가 상대적으로 쉽게 수행하거나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면 증강 가능성이 큰 직업은 지식 노동 중심이다. 개발자·분석가·컨설턴트·법률·정책·연구·교육 등은 AI가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 코드 보조, 요약·정리 같은 기능을 제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판단과 책임, 맥락 이해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 대비는 AI가 직업을 없앤다는 단순 공포 대신, AI가 직업 안의 과업을 재편한다는 관점이 더 현실적임을 보여준다.
AI 채용 시장의 준비는 ‘적응력’이 핵심
한편 자동화가 제한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핵심은 실업률 자체라기보다, 누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누가 적응에서 배제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 작성·분석·고객 응대·기획 등 화이트칼라 업무의 수행 방식 자체를 재편하면서 직무의 요구 역량을 바꾸고 있다. 이때 위험은 일자리 총량의 감소보다도 직무 안에서 요구되는 스킬이 빠르게 바뀌는 속도가 개인과 기업의 전환 속도를 앞지르는 데서 발생한다. 즉, 동일한 직종에 남아 있더라도, AI를 다루는 능력에 따라 생산성과 평가, 승진과 보상이 달라지는 내부 격차가 먼저 커질 수 있다.
호주연방의회 도서관은 OECD와 LinkedIn 자료를 인용해 호주의 AI 역량 수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동시장과 직무 전반에서 AI 관련 기술의 요구·활용 수준을 나타내는 ‘AI 역량 침투(활용) 지수(AI Skills Penetration Factor)’는 OECD 평균인 1.0 보다 소폭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책적으로 중요한 점은 평균 수준의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AI 활용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격차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에 있다. 동일 자료는 특히 여성의 AI 역량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기술 변화가 심화될수록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집단과, 기술 접근성 및 교육 기회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 간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은 단순히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라기보다, 기술 접근성과 학습 기회의 차이가 임금 및 기회 격차로 전이되는 구조적 문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AI가 노동시장의 불안을 ‘실업’의 문제에서 ‘전환과 재배치’의 문제로 전환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특정 직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보다, 기존 인력을 AI 도구와 결합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업무 재설계와 업스킬(upskilling)·리스킬(reskilling) 전략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도 AI 대응은 단순한 기술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직업훈련 인프라 확충, 현장 연계형 교육, 경력 전환 지원 등 노동시장의 적응 능력을 폭넓게 확산시키는 정책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성별을 포함한 특정 집단의 AI 접근성과 역량 수준이 낮은 상태로 유지될 경우, 노동 공급의 질적 제약이 확대되면서 중장기 성장률과 포용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15-23년 OECD 국가별 AI 침투(활용) 지수>
(단위: 지수*)
*주: OECD 평균(1.0) 대비 각국 근로자의 AI 기술 보유 비중을 나타내는 지수로, 1.0 보다 크면 평균 이상의 기술 보유력을 의미
[자료: 호주연방의회(OECD, Cross-country AI skills penetration(2025))]
시사점
호주 노동시장에서 제기되는 AI 자동화에 대한 우려는 전적으로 근거 없는 불안은 아니나, 관련 데이터를 보면 과장된 측면도 존재한다. JSA 보고서에 따르면, 현시점에서 자동화 고위험 직업은 전체 중 일부에 해당하며(약 4%), 다수의 직업은 AI가 업무를 직접 대체하기보다 보조·증강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AI 역량, 디지털 접근성, 교육·훈련 기회에서 격차가 존재할 경우, AI 확산은 실업보다도 불평등과 기회 격차를 통해 고용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 차원에서는 AI에 대체되지 않는 직업을 찾기보다, 자신의 직무를 과업 단위로 분석하고 AI를 업무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며,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전략이 중요해진다. 사회적으로는 대학과 교육기관이 기술 교육을 확대하는 동시에, 특정 집단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접근성과 기초 역량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쟁점은 일자리의 소멸 여부가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구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호주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전략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호주에서는 인력 대체형 자동화보다 기존 인력을 활용한 생산성 제고 수요가 크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은 비용 절감 중심의 AI 도입보다는 현장 적용이 용이한 AI 도구와 업무 재설계형 솔루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 비중이 높고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호주 시장에서는, 기술 공급과 함께 교육·훈련을 연계한 패키지형 진출 전략이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궁극적으로 호주 시장에서의 AI 관련 기회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현지 업무 구조와 인력 체계에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료: PwC, 호주연방의회, OECD, 호주 현지 주요 언론사 및 KOTRA 시드니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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