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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공조달 가속법' 도입… 중소기업 친화적 개편 본격화
  • 경제·무역
  • 독일
  • 프랑크푸르트무역관 박소영
  • 2026-02-06
  • 출처 : KOTRA

조달 절차 단순화·디지털화 및 분할발주 우선 원칙을 통한 중소기업 참여 확대

변화하는 독일 공공조달 시장에 대응한 파트너십·규제 준수·디지털 역량 중심의 전략적 접근 필요

독일 공공부문은 매년 수천억 유로 규모의 물품·서비스·공사 계약을 발주하는 거대 수요자다. 독일 조달통계에 따르면 2023년 2만5000유로 이상 공공계약은 약 19만 5000건, 총 1250억 유로(현재 집계 기준 최신 수치)였으며, 소액·특수 계약까지 포함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공공조달은 단순한 행정 집행 수단이 아니라 경기 안정과 구조전환을 견인하는 경제정책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도로·교량·학교 등 사회 인프라 노후화, 에너지·기후전환·행정 디지털화 투자 지연이 누적된 ‘투자 정체’가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연방정부는 ‘인프라·기후 중립 특별기금’을 조성했지만 복잡하고 장기간 소요되는 조달 절차가 투자 집행의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조달법체계(독일 공공조달법, Vergaberecht)는 공공계약의 공고·입찰·평가·계약 체결 전 과정을 규율하며, 경쟁·투명성·경제성·비례성 원칙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세세한 요구와 문서 제출, 절차상 대기기간으로 인해 조달 기간이 길어지고 인력·행정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독일 경제의 핵심인 중소기업(KMU)과 중소·중견기업 기반 경제구조를 어떻게 공공조달에 더 잘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건설 분야를 대상으로 한 최근 법률 의견서에 따르면, 공공 공사에서 실제 수주 실적을 보면 중소·중견기업이 전체 발주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프로젝트의 수행 능력을 넘어 지역경제 전체의 고용·소득·세수 안정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의견서는 공공조달에서 중소기업의 ‘공정한 진입 기회’ 보장이 건전한 경쟁, 프로젝트 품질, 지역경제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독일은 공공조달을 ‘간소화·가속화·디지털화’하면서도 중소기업 친화성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 축인 ‘독일 공공조달 가속법(Vergabebeschleunigungsgesetz)’과 분할발주 우선 원칙(Losvergabe)을 둘러싸고 법적·정책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공공조달 가속법의 핵심 내용: 간소화·신속화·디지털화

 

독일 연방정부는 2025년 8월 6일 ‘공공계약 발주 절차의 가속화를 위한 법률(Gesetz zur Beschleunigung der Vergabe öffentlicher Aufträge)’, 즉 ‘공공조달 가속법(Vergabebeschleunigungsgesetz)’ 초안을 내각에서 의결했다. 이 법률은 연정 합의문에 포함된 핵심 과제를 이행하는 것으로, EU 조달 기준금액* 이상 계약에 적용되는 일반 조달법체계(특히 독일 경쟁제한법 및 관련 조달 시행령)를 포괄적으로 개정한다.

* 주: 현재 EU 공공조달 기준금액은 공공 건설공사 약 553만8000유로, 공공 서비스·물품 계약 22만1000유로다.

 

공공조달 가속법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문서 요구를 완화하여 행정부담을 경감하는 것, 둘째, 발주부터 계약 체결까지의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것, 셋째, 조달·분쟁해결 전 과정을 전자화·디지털화하는 것이다.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는 이 법률이 시행될 경우 공공부문에서 연간 2억8200만 유로, 민간부문에서 연간 약 9900만 유로의 행정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공공투자 확대가 민간투자를 유발해 경기 안정과 구조전환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조달 가속법의 구체적 조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소액 계약에 대한 직접 발주 가능 금액 상향이다. 연방 차원 공공계약의 경우 5만 유로까지는 경쟁입찰 없이 직접발주가 가능하며, 예산법상 경제성과 절약성 원칙은 유지된다.


둘째, 입찰 참가기업에 대한 각종 증빙 제출의무를 대폭 줄이고 ‘자기선언’을 원칙으로 한다. 입찰 단계에서는 자기선언으로 갈음하고, 실제 수주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에 한해 추가 증빙을 요구하며, 적격성 기준·증빙 요구는 계약 규모에 비례하도록 했다.


셋째, 조달통계 신고와 독일 경쟁등록부(Wettbewerbsregister) 조회 의무의 적용 하한선을 5만 유로로 설정했다. 이 기준 미만의 계약에 대해서는 통계 신고 및 등록부 조회가 선택사항이 되어 발주기관의 행정부담을 줄인다.


넷째, 입찰 대상 물품·서비스·공사의 ‘성능 설명’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의 매우 상세한 기술설명 요구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명확’하면 충분하다고 규정함으로써 특히 혁신·디지털 분야에서 보다 유연한 발주가 가능하도록 한다.


다섯째, 기존의 프레임워크 계약과 동적 구매제도(동적 조달제)를 통해 추가 발주할 때 불필요한 대기기간을 없애 보다 빠른 발주·집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선정된 공급자와의 반복발주에서 절차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여섯째, 공공기관 상호 협력과 이른바 ‘인하우스 발주(Inhouse-Vergaben)’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이는 연방·주·지자체 간 디지털 행정 인프라 구축 등에서 공공기관 내부 역량을 활용한 공동 프로젝트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일곱째, 입찰 서류 보완 요구와 관련해 보다 명확하고 법적 안정성이 높은 규정을 도입했다. 단순한 형식상 오류나 일부 서류 누락이 자동 탈락 사유가 되지 않도록 하고, 적정 범위에서 보완 제출을 허용해 실질적 경쟁과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한다.


여덟째, 조달 관련 불복절차(사후 심사)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조달심사위원회에서 발주기관이 승소한 경우 즉시 항고에도 집행정지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1심에서 승소하면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하고, 불복절차의 서면 교환은 이메일로, 심리는 화상회의 등 가상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 절차의 디지털화를 강화한다.


아홉째, 법안은 지속가능한 조달을 위한 추가 재량도 부여하고 있다. 공공조달 가속법은 의무적 환경·사회 기준을 새로 도입하지는 않지만, ‘기후친화적 원자재(예: 저탄소 철강·시멘트)’ 등에서 선도시장(Leitmärkte)을 조성하기 위한 하위 규정 제정 권한을 정부에 위임해 향후 시행령을 통해 기후친화적 공공조달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같은 날 독일 연방내각은 ‘연방 공공조달 임금준수법(Bundestariftreuegesetz)’ 초안도 승인했다. 이 법은 연방 차원 공공계약(5만 유로 이상)을 수주하는 기업이 대표적인 업종 단체협약에 상응하는 임금·휴가·휴식시간 등 근로조건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해 임금·인건비를 통한 저가 경쟁을 억제하고 단체협약 준수기업의 경쟁상 불이익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근로조건 기준은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의 시행령으로 정해지며, 별도의 ‘연방 임금준수 감독기구(Prüfstelle Bundestariftreue)’가 이를 점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공조달 가속법은 절차의 디지털화를 전반적으로 강화한다. 불복절차에서 ‘문자형식(Textform)’을 도입해 서면·자필서명 대신 전자문서·이메일을 폭넓게 인정하고, 공고·사전 시장조사에서도 전자 방식 활용을 확대하며, ‘감사에 적합한 전자조달 시스템’이 구축된 경우 내부 4안 원칙(Four-Eyes-Principle)*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해 디지털 환경에 맞는 내부통제 구조를 허용한다.
* 주: 4안 원칙은 중요한 결정·승인·지출 등에 대해 최소 두 사람이 검토·승인하도록 하는 내부통제 원칙을 의미하며, 업무 오남용·실수·부정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 통제장치다.

 

분할발주 우선 원칙(Losvergabe)과 중소기업 보호 논쟁

 

독일 공공조달법체계에서 ‘분할발주 우선 원칙’은 중소기업 친화 조달정책의 핵심 축이다. 분할발주란 공공발주를 하나의 대형 일괄계약으로 내는 대신, 가능한 한 ‘전문·물량 단위로 분할된 개별 계약(Lose)’으로 쪼개어 발주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개별 공사·서비스를 수행할 능력은 있지만 초대형 패키지 계약에는 참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KMU)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법률 의견서는 건설분야 통계를 통해 분할발주 원칙의 실질적 효과를 강조한다. 중소·중견기업은 공공 건설 프로젝트의 ‘수행자’일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경제의 고용·세수·투자 안정에 직결되는 ‘지역경제의 중추’ 역할을 한다. 대형 공사계약을 전문·물량별로 분할해 여러 중소기업에 나누어 발주할 경우 입찰 참여 기업 수가 증가하고 가격·품질 경쟁이 강화되며, 총괄도급사 부실 시 전체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리스크를 줄이고 특화 기업의 혁신·전문화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EU 차원에서도 분할발주 원칙이 강화되고 있다. 유럽 의회는 향후 공공계약은 원칙적으로 분할발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EU 조달지침에서도 가능한 한 계약을 분할해 중소기업이 참여할 여지를 넓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이 자국법에서 분할발주 우선 원칙을 약화할 경우 EU 조달법 개정 방향과 충돌해 다시 법을 손질해야 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연방회의(Bundesrat)는 최근 ‘시간적 이유’를 근거로 분할발주 우선 원칙을 완화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여러 개의 개별 계약(Lose)으쪼개면 계획·조정·계약관리 등에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고, 사업 추진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에 대해 몇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제기한다. 첫째, 분할발주 우선 원칙은 공공조달에서 중소기업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 경쟁을 보장하는 장치다. 이는 독일 기본법 제3조의 평등원칙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중소기업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약화하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둘째, ‘시간적 이유’라는 개념이 법적 ‘명확성 원칙(Bestimmtheitsgrundsatz)’에 비춰 지나치게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 어떤 기준으로 ‘시간적 이유’를 인정해 분할발주를 생략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셋째, 분할발주 원칙의 약화는 독일 연정 합의문에 명시된 ‘중소기업 친화적 조달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연정은 공공조달에서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하고 이들을 위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해 왔기 때문이다. 법률 의견서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분할발주 우선 원칙을 약화하려는 시도는 헌법적·정치적·EU법적 관점에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중소기업의 공공조달 참여 기회를 후퇴시키는 역행이라고 평가한다.

 

한편, 공공조달 가속법은 인프라·기후 중립 특별기금이 재원을 제공하는 특정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분할발주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일부 허용하는 ‘추가 가속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예외적으로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그 외 대부분의 공공조달에서는 분할발주 우선 원칙이 중소기업 보호와 경쟁 촉진을 위한 핵심 장치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며, 향후 EU 조달지침 개정 논의와 연계해 ‘신속한 집행’과 ‘중소기업 참여 및 공정경쟁’ 간 균형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 및 우리 기업에 대한 시사점

 

공공조달 가속법은 2025년 8월 6일 독일 연방내각이 법안 초안을 의결한 이후 현재 독일 연방회의(Bundesrat)와 독일 연방의회(Bundestag)의 입법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봄 시행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제시되고 있다.

* 주: 2026년 1월 28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공조달 가속법은 현재 독일 연방의회에 계류 중으로, 2월 말 본회의에서 채택될 경우 법률 공포 이후 다음 분기 첫날인 4월 1일부터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는 공공조달의 추가 간소화를 위해 EU 기준금액 미만 조달에 적용되는 ‘하한선 조달규정(UVgO: Unterschwellenvergabeordnung)’의 전국적 통일·절차 간소화를 위한 개정과 EU 조달지침 개혁 과정에서의 독일 입장 정립 등 추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주: 분할발주 우선 원칙(Losvergabe)을 둘러싼 논쟁을 비롯해 하한선 조달규정(UVgO) 개정 등 일부 제도적 쟁점은 여전히 논의 중으로, 세부 내용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 공공조달 가속법과 분할발주 우선 원칙을 둘러싼 논의는 ‘투자 집행의 속도’와 ‘중소기업 참여·공정경쟁’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조달 절차는 간소화되지만, 중소기업 보호 원칙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제도 변화는 단기적으로 절차 변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 부담을 수반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분할발주 원칙 하에 기준금액 상향과 디지털 입찰 환경 정착이 병행되면서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다양한 진입 경로가 열리는 구조적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 공공조달 시장은 제도적으로 분할발주와 디지털화를 통해 중소·전문기업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언어·법제·실적 요건, 현지 네트워크 등을 이유로 우리 기업이 단독으로 수주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은 시장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제도 개선으로 절차적 장벽이 일부 완화되더라도 단기간 내 직접 수주 확대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독일 내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엔지니어링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며 실적과 이해도를 축적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전자입찰 시스템 활용 능력, ESG 기준, 노동 관련 요건, 데이터·문서 관리 역량 등 비가격적 요소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만큼, 우리 기업은 독일 공공조달 제도의 구체적 내용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현지 파트너십, 기술 차별화, 규제 적합성,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결합한 전략적 접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진입 장벽이 높고 규모가 큰 독일 공공조달 시장은 공공조달 가속법 도입 등으로 절차 간소화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조달 대응 역량’을 하나의 수출 경쟁력의 일부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시장 진입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자료: 독일정부, 독일경제에너지부, 독일연방의회, 바덴-뷔르템베르크 공공조달 플랫폼, Handwerker Zeitung, ad-hoc-news.de 및 KOTRA 자체정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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