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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희토류 공급망 재편, 2026년은 가공 단계가 핵심 변수로
- 트렌드
- 미국
- 실리콘밸리무역관 이지현
- 2026-01-22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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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보다 가공·정제·자석 제조 단계에서 정책과 자금 집행이 본격화
공급망 구조와 조달 방식이 거래와 협력의 주요 조건으로 부상
지금 미국 희토류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최근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의 구조를 실제로 재편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 에너지부는 2025년 말 폐광 잔여물·전기차·산업 폐기물 등에서 희토류를 회수·정제하는 프로젝트에 최대 1억34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채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가공·정제·상용화에서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신호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구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텍사스의 Round Top 광상*(鑛床, Ore Deposit) 프로젝트는 당초 2030년으로 예정됐던 상업 생산 시점을 2028년 말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하며, 서둘러 미국 내 중희토류·영구자석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가공·자석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광상: 금속·광물 자원이 자연적으로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기술적·경제적으로 채굴이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는 현상이나 결과물)
<갈륨과 베릴륨 등 중희토류 원소 매장지인 텍사스의 Round Top 광상>

[자료: USA Rare Earth]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축이 중국에 치우쳐 있다는 위기의식 덕분이다. 중국은 여전히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자석 생산을 포함해 세계 희토류 처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미국 내 투자자와 정부는 공급망 독립을 위해 정책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희토류 시장은 정책 발표를 넘어, 자금 지원과 프로젝트 일정 조정 등의 실물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하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미국의 전략 전환: 채굴이 아니라 ‘가공·정제’와 ‘자석’이 전쟁터
미국 희토류 정책의 최근 변화는 광산 개발을 통한 채굴 확대보다는 가공·정제와 자석 제조 역량을 직접 키우는 방향으로 분명해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희토류 공급망의 병목이 채굴 이후 단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여기에 정책 수단과 재정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희토류 정책 문서에서 “미국 내 채굴만으로는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희토류의 가공·정제와 자석 생산 능력이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의 움직임은 이러한 방향 전환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국방부는 희토류 영구자석을 전투기, 미사일 유도체계, 전동화 장비의 필수 부품으로 분류하고, ‘Mine-to-Magnet’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자석 제조 기업과 가공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는 희토류 확보의 기준이 단순 매장량이 아니라, 위기 시에도 통제 가능한 가공·제조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제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핵심광물 요건을 통해 희토류를 포함한 원료의 가공 및 조달 구조를 세액공제와 연동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최근 들어 이 요건이 실제 투자와 공급망 설계 과정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증가하며, 미국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은 채굴 원산지보다 가공·정제 과정이 어디에서 이뤄지는지를 우선적으로 재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돈의 흐름으로 본 미국 희토류 산업 지도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자금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입되고 있는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에너지부는 희토류 공급망에서 회수·정제·가공 공정을 정책 집행의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다. 2025년 12월 1일 에너지부는 폐광 잔여물과 산업·전자폐기물 등 비전통 원료에서 희토류를 회수·정제하는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최대 1억3400만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기회 공고(NOFO)를 발표했다. 해당 공고는 신규 광산 개발을 지원하지 않으며, 이미 존재하는 원료를 활용해 정제·가공 공정을 실증하고 상업 생산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고의 지원 대상은 연구 단계의 기술이 아니라, 공정 단위에서의 실행 가능성이 확인된 사업이다. 보다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는 본 지원 기회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웨비나(바로가기: youtube.com/watch?v=Qa6auAqy238&feature=youtu.be)를 참고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희토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자금 지원 기회 공고 관련 웨비나 화면>

[자료: 미 에너지부]
미 국방부는 희토류를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국방 조달 체계 안에서 관리해야 할 전략 물자로 다루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 Title III를 근거로, 희토류 금속과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기업에 공장과 설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점은, 국방부의 지원이 일회성 재정 보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자금 지원과 함께 장기 구매계약을 제시해 이후 생산될 물량의 수요까지 동시에 보장하는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이 설비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자금과 판로를 함께 제시하는 구조다.
자금 지원 방식도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지 않는다. 에너지부와 국방부의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보조금뿐 아니라 대출이나 조건부 금융 지원, 그리고 구매계약이 서로 결합된 형태로 설계된 사례가 확인된다. 공공 자금은 기업이 공장을 짓고 생산 공정을 확장할 수 있는 초기 조건을 만들어 주고, 조달 계약은 실제 생산 이후의 수요를 명확히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자금 지원과 조달 조건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 최근 미국 희토류 정책 집행의 기본 틀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기업들의 실제 움직임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정책과 자금 집행이 구체화되면서, 미국 희토류 산업 현장에서는 기업들의 의사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프로젝트 일정의 조정이다. 위에서 언급된 텍사스 Round Top 광상을 개발 중인 USA Rare Earth는 2025년 12월 상업 생산 목표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8년 말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가공 시설 구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내 핵심광물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목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일정 조정을 두고, 기업들이 정책을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실제 수요와 조달로 이어질 구조로 판단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정책과 자금 집행이 지속될 가능성을 전제로 사업 리스크를 다시 계산하고, 그에 맞춰 투자와 생산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는 의미다.
투자의 출발점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광산을 먼저 개발하고 생산된 희토류의 판로를 찾았다면, 이제는 '누가 얼마나 사줄 것인가'에 대한 확약이 설비 투자 결정의 전제가 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MP Materials의 텍사스 포트워스(Fort Worth) 공장이다. MP Materials은 포트워스에 위치한 자사의 자석 공장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인 2025년 7월, 애플과 약 5억 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맺었다. 이는 애플이라는 확실한 대형 수요처가 향후 생산될 물량을 사전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생산 능력이나 양산 일정이 구체화되기 이전에 수요가 먼저 확정된 사례로 평가된다. 같은 시기 AP는 미 국방부가 MP Materials에 약 4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신규 자석 공장에서 생산될 물량을 최대 10년간 구매하는 내용을 포함하였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고비용 구조의 미국산 자석을 장기간 구매해 줄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 규모 프로젝트에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텍사스주 Fort Worth에 위치한 MP Materials의 자석 공장>

[자료: MP Materials]
기업의 사업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현장 기업들은 채굴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가공·정제·금속화·자석 제조까지 이어지는 후단 공정을 함께 확보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로이터는 2025년 7월 MP Materials와 국방부의 협력 사례에 미국 내 자석 공급 확대를 위해 추가 자석 공장을 설립하고, Mountain Pass 광산에서 중희토류 분리 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광산 개발 자체보다 자석 제조 설비에 대한 언급이 더 자주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희토류 영구자석을 전기차 모터에 조달하는 업체 관계자는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희토류 산업에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점검하는 기준은 기술의 우수성 자체가 아니다. 공급망 구조가 정부의 정책 요건과 조달 기준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지가 협력과 투자 판단의 전제가 되고 있다’며, 이제 ‘희토류 산업에서는 무엇을 얼마나 채굴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생산된 물량을 누가, 어떤 구조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줄 수 있는지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이 고려해야 할 사항
이들 사례를 종합하면, 최근 미국 희토류 산업에서는 기술 경쟁력만으로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장에서는 어느 단계에서 가공·정제가 이뤄지는지, 조달과 계약 구조가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그리고 해당 구조가 미국의 정책·조달 요건과 맞는지가 협의의 출발점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희토류 관련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경우, 기술이나 가격 경쟁력 이전에 자신의 사업 구조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 재편은 이미 거래와 투자 현장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료: US Department of Energy, US Department of Defense, Reuters, AP, Bloomberg, MP Materials, USA Rare Earth, Vulcan Elements, IRA,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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