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소비자 물가 동향

2025년 2분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전체 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주거 유틸리티 비용은 높은 상승세를 기록해 가계 부담을 증가시켰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주택임차료의 높은 상승률은 주요 대도시 거주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바, 사우디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이 전체 물가 안정 기조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주거비 억제를 중심으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2025년 사우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추이>

[자료: 사우디 중앙은행(SAMA) 2025년 2분기 인플레이션 보고서]

생활물가 안정세 뚜렷… 그러나 주거 유틸리티 비용은 큰 폭 상승

세부 부문들을 살펴보면, 식료품·음료 가격은 전년 대비 1.8% 상승하며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고, 운송비용은 오히려 0.8% 감소해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가구 및 가전제품 가격도 전년 대비 2% 하락했고, 통신 서비스 비용 역시 1.4% 떨어지면서 CPI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주요 생활비 항목이 안정 흐름을 보이면서 CPI도 낮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체 물가 흐름과 달리 주거·수도·전기·연료 부문은 6.7%나 상승함으로써, 전체 CPI 상승 기여도의 약 56.1%를 차지하며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도시 인구 증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인력 유입, 공급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도시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하며, 리야드는 7.5%, 메카는 6.9%를 기록했다.

<2025년 2분기 인플레이션 주요 항목별 기여도>

[자료: 사우디 중앙은행(SAMA)- 2025년 2분기 인플레이션 보고서]

한편, 사우디의 물가 안정 기조는 정부의 가격 통제 및 보조금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에너지·연료·전력 요금은 정부 보조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주요 식료품 역시 수입 다변화와 가격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급격한 변동이 억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개입은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나, 특정 부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한 주거 유틸리티 비용 상승은 단순한 임대료 인상뿐 아니라, 수도·전기 사용량 증가와 관리비 상승이 함께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대규모 주거 단지 개발과 인구 유입이 지속되면서 주거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공급은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인 인력과 젊은 사우디 인구의 대도시 집중 현상은 중장기적으로 주거비 상승 압력을 지속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거비 부담 완화 위해 리야드 임대료 5년 동결

사우디통계청에 따르면 사우디 주택임대료는 2023년 7.7%, 2024년은 10.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임대료 급등이 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자 사우디 정부는 향후 5년간 리야드 전역의 임대료 인상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2025년 9월 25일부터 리야드 전역의 모든 주거 및 상업용 임대 계약에 적용되었으며, 이미 체결된 기존 계약은 물론 새로 체결되는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5년 동안 임대료를 올릴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모든 임대 계약은 의무적으로 Ejar(이자르) 플랫폼에 등록해야 하며, 등록 후 60일 동안 이의 제기가 없으면 계약 내용이 확정된다. 임대차 자동갱신 규정도 강화되었는데, 임차인이 갱신을 원할 경우 임대인은 임대료 미납, 건물의 안전상 중대한 결함, 임대인의 직접 거주 또는 1촌 가족 사용 등 제한된 사유 외에는 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 위반 시 최대 12개월치 임대료 벌금이 부과되며, 신고자에게 벌금의 20%가 지급되는 내부고발 보상 제도도 도입됐다. 정부는 필요 시 이 규제를 리야드 외 타 도시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사점

사우디의 전반적 물가는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주거비 상승이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사상 초유의 임대료 통제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임차인 부담을 줄이고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공급 부족·도심 집중·대형 프로젝트 인력 유입 등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장기적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Vision 2030에 따른 리야드 메가 프로젝트, NEOM 개발, 외국인 인력 증가 등은 앞으로도 주거 수요를 지속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 관점에서는 이번 조치로 주재원 및 현지 직원의 주거비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인력 운영비 관리가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대료 규제의 실제 효과, 지역 간 주거 수급 불균형, 규제 확대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공급 정책과 연계된 추가 조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료: 사우디 중앙은행(SAMA) 인플레이션 보고서, 사우디통계청(GASTAT), Arab News, Saudi Gazette 및 리야드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