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의 한 대형 유통 매장 옥상, 작업복을 입은 기술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그 아래 매장 안에서는 주말 쇼핑객들이 한층 밝아진 조명 아래에서 쾌적하게 장을 보고, 냉장 코너의 공조 시스템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며 식품 신선도를 유지한다. 이처럼 매장 곳곳에 숨어 있는 에너지 효율 기술은 이제 소비자에게도 체감되는 변화가 됐다. ESG가 미국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는 꽤 됐지만, 최근 들어 그 실행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친환경 이미지’ 중심의 캠페인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매장 운영 효율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술 중심 ESG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등한 에너지 비용과 소비자 인식 변화가 맞물리며, 유통 대기업들은 매장 단위에서 탄소·폐기물·에너지 사용량을 데이터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린 스토어(Green Store)’는 더 이상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매장의 운영 효율화를 이끄는 실질적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린 스토어 운영 사례

1. 월마트(Walmart)

월마트는 2040년까지 전 사업장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부 매장은 이미 ‘넷제로(Net-Zero)’ 운영 단계에 진입했다. 옥상 태양광 설비와 인공지능(AI) 기반 냉난방 자동제어 시스템을 결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고, 매장 단위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특히 2035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RE100)한다는 목표 아래, 텍사스와 애리조나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연계한 고효율 매장 모델이 리테일 업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

<Walmart 매장 옥상 태양광 패널 및 스마트 HVAC 시설>

[자료: Walmart 홈페이지] 

2. 타깃(Target)

타깃은 ESG를 소비자 경험과 결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2025년까지 자체 브랜드 상품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20% 감축하고, 매장 입구에 설치된 리사이클 스테이션을 통해 고객이 화장품 용기·비닐백 등을 직접 반납할 수 있게 했다. 매장 외부에는 주차장 캐노피 형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주간에는 매장 운영 전력을 자체 생산하고 고객에게는 그늘진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 매장 내부 조명과 디스플레이는 재활용 소재로 교체하고, 재사용 가능한 쇼핑백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소비자 참여형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가 핵심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매장 앞 태양광 패널·주차 그늘 시설 / 재활용 백 ‘Beyond the Bag’ 설명서>

[자료: Target 홈페이지] 

3. 홈디포(The Home Depot)

홈디포는 소비자에게 집 설계와 인테리어 자재를 공급하는 특징을 살려, 매장 단위를 넘어 자재 공급망 전체의 ESG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Eco Actions’ 친환경 제품군을 강화하고, 저탄소 목재·저VOC(휘발성 탄소화합물) 페인트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협력업체의 탄소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했다. 동시에 매장 단위의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도 병행 중이다. 2300여 개 매장의 조명을 LED로 전환하고, 조명 밝기와 공조 시스템을 자동 제어하는 중앙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매장당 에너지 소비를 평균 20%가량 절감했다. 홈디포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매장 설비 개선을 넘어, 건축·인테리어 공급망 전반에 에너지 절감형 설계 기준을 확산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co Actions 제품 리스트 홈페이지>

[자료: The Home Depot 홈페이지]

그린 스토어 관련 기술 트렌드

미국 리테일 업계에서 ESG는 더 이상 단순 캠페인 형식의 브랜드 가치 홍보가 아니라 실제 매장 에너지 효율화 등 운영 비용 절감의 핵심 기술 분야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형 소비재 유통망 체인들이 에너지 절감, 탄소 저감, 자원 순환을 위한 기술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존 매장 구조를 점진적으로 기술 내장형(tech-embedded) 공간으로 전환 중이다. 이러한 기술들의 결합과 적용은 단순한 설비 업그레이드를 넘어, 매장을 데이터 기반의 에너지 관리 단지로 전환하는 핵심 기술들로 평가된다.

1. 스마트 HVAC 및 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매장 에너지 사용의 약 50%를 차지하는 냉난방·공조 시스템에 AI·IoT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점포 내부의 인원수, 외기 온도, 습도, 공기질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자동으로 냉난방 설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러 매장을 원격으로 통합 제어하는 클라우드 기반 BEMS 도입도 증가하고 있으며, 월마트와 타깃은 이미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2. 고효율 조명 및 재생에너지 연계 인프라

매장 조명은 LED 전환이 표준화되는 단계이며, 매장 규모·시간대·자연광량에 따라 밝기를 자동 조정하는 센서형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옥상 태양광 패널과 ESS(에너지 저장장치)를 매장 전력망과 연계해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 기술은 RE100 실현 매장 확산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일부 매장은 태양광 발전 전력을 매장 내 냉장 설비나 충전소 운영에도 직접 활용하고 있다.

3. 친환경 자재 및 순환 경제 설비

매장 인테리어, 냉장 케이스, 디스플레이 프레임 등에 저탄소 인증·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홈디포는 ‘Eco Options’ 인증 기준을 강화해 저VOC 페인트, FSC 인증 목재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타깃은 재활용 플라스틱·알루미늄 자재를 적용한 매장 리뉴얼을 진행 중이며, 소비자 반납형 리사이클 스테이션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매장 내 폐기물 분류·압축·저장·수거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자재 공급망 전반에 저탄소 인증 요구를 표준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4.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

리테일 체인들은 매장 내 설비의 에너지 효율, 냉장고 온도, 조명 상태, 폐기물 발생량 등을 센서로 수집해 운영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AI 분석을 통해 비효율 구간을 식별하고, 설비 고장이나 에너지 누수를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시사점

미국 유통업계가 ‘그린 스토어’로 대표되는 기술 중심의 ESG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고효율 HVAC·조명 시스템, IoT 기반 에너지 관리 솔루션, 리사이클 포장재, 친환경 인테리어 자재 등은 미국 리테일 체인의 매장 혁신 수요와 직접 맞닿은 유망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의 한 유통 매장 매니저는 달라스무역관과의 현장 인터뷰에서 “태양광 패널 설치 이후 매장 운영 전력 효율화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라며 “본사에서도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매장별 성과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정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리테일 브랜드들의 기술 중심 ESG 전환이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대형 유통사들이 단순한 이미지 제고를 넘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입증된 기술 협력에 집중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에도 ‘매장 단위 ESG 솔루션’ 시장은 새로운 진출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리테일 산업 전반에서는 매장 효율화 성과가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기술 경쟁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Walmart, Target, The Home Depot 각 社 ESG Report, 미 에너지부 (DOE), ENERGY STAR, KOTRA 달라스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