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프랑스의 기술 제품 시장은 프랑스인의 가계 구매력 하락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2025년 1월 NielsenIQ와 GFK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85%가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으며, 1/3은 재정 상황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가계 경제에 대한 낙관적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2024년 프랑스인들은 특히 여가(10명 중 9명), 외출(10명 중 6명), 가구·가전제품(10명 중 4명) 분야의 지출을 줄였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2024년 프랑스 내구재 시장은 약 28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전년 대비 1%가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인 10명 중 6명이 2024년 내구재 구매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재 부문은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소형 가전제품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24년 프랑스에서 소형 가전제품은 기술 제품의 진정한 ‘스타’였다. 모든 분야가 감소세를 보이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소형 가전제품만이 선전했고, 해당 제품들은 판매량과 매출액 모두에서 성장한 기록적인 해였다.

2024년 연간 총 5350만 대의 소형 가전제품이 판매돼 약 40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 2019년 대비 20%가 증가한 수치다. 경제적, 정치적 여건, 부동산 시장, 기상 조건 등에 영향을 받은 대형 가전제품과 달리, 소형 가전제품 시장은 신제품 출시와 프로모션으로 호조를 보였다. 프로모션이 구매를 활성화하는 현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2024년에는 특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 NielsenIQ에 따르면, 프로모션으로 판매된 모든 기기 중 40%는 프로모션이 없었다면 판매되지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 소형 가전 매출 추이>

(단위: EUR 십억)

[자료: GIFAM, NielsenIQ, GFK]

소형 가전 중에서도 특히 바닥 청소 관리, 조리 기기, 뷰티 및 웰빙 분야인 세 가지 시장이 성장에 이바지했다.

① 바닥 청소기기: 물걸레 청소기, 로봇 청소기

바닥 청소기기는 핵심 분야로, 소형 가전 시장의 1/3을 차지한다. 2024년 프랑스 바닥 청소기기 시장은 금액 기준 11.4%의 성장을 기록했다. 고전적인 진공청소기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스틱형 물청소기는 2024년의 대히트 상품 중 하나며, 약 7000만 유로의 매출을 창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68%가 증가한 수치다. 로봇 청소기 또한 매출이 24% 증가하며, 좋은 성과를 보였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8%의 가정만이 스틱형 물걸레 청소기를, 17%가 로봇 청소기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물걸레 청소기가 뒤늦게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인의 37%가 주당 2시간을 가사 노동에 할애하고, 52%가 머리카락이나 동물 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이러한 바닥 청소 가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스틱형 물걸레 청소기 인기 제품>

(단위: EUR)

[자료: 프랑스 전자 제품 쇼핑몰 Darty-Fnac]

② 조리 기기: 에어 프라이어

2024년 급성장한 두 번째 시장은 식품 조리 분야다. 가치 기준으로 24.4%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소형 가전 시장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이 시장의 성공 주역은 에어 프라이어로, 2024년 한 해 동안 260만 대가 판매됐으며, 매출 기준 지난 3년간 10배가 증가했다. 에어 프라이어를 보유한 가구 수 또한 지난 2년간 두 배로 증가했다. GfK에 따르면, 이 현상은 “이 시장에서 역사적인 수준”이며, 에어 프라이어 열풍이 다른 분야의 판매까지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요리책 판매 상위 10권 중 3권이 에어 프라이어 관련 서적이다. 에어 프라이어는 설치가 간편하고, 빠르며, 사용이 쉽고 세척이 편한 장점이 어필되고 있다.

<프랑스 에어프라이어 인기 제품>

(단위: EUR)

[자료: 프랑스 전자제품 쇼핑몰 Darty-Fnac]

③ 뷰티 및 웰빙: 헤어스타일링 기기와 트리머

2024년 소형 가전의 뷰티 및 웰빙 분야는 금액 기준 10.5%의 성장률로, 세 번째 역동적인 분야로 부상했다. 이러한 성장은 특히 헤어 스타일링 기기에서 비롯됐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드라이 브러시(+32%)와 더불어 헤어 스트레이트너와 컬링 아이언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모기(+32.8%)와 남성용 수염 트리머(+28.9%) 또한 눈에 띄는 성장률을 보였다.

이러한 기기들의 공통점은 기존에 전문가의 영역이던 것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집에서 구현해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뷰티 및 웰빙 인기 제품>

(단위: EUR)

[자료: 프랑스 전자제품 쇼핑몰 Darty-Fnac]

수리 가능성 지표와 수리 보너스 제도

한편, 프랑스 가전제품 시장의 판매율을 결정짓는 요소 중에는 수리 가능성 지표(Indice de reparabilite)가 있다. 수리 가능성 지표는 2020년 발효된 프랑스의 낭비 방지 순환 경제법에 포함된 프로그램으로, 판매 이후 고장이 났을 때 수리가 가능한 범위 등을 지표로 환산해 표기하도록 하는 제도다. 제품의 수리 가능 범위를 계산해 1점~10점까지의 점수로 표기하고, 점수가 올라감에 따라 붉은색에서 오렌지색, 노란색, 연두색, 녹색으로 표시한다.

제품의 수리 가능성 점수는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제품의 기술과 관리에 대한 정보량, 분해 용이성 등 수리 난이도, 부품 공급의 원활도, 부품의 가격 등에 따라 매겨진다.

가전제품의 소비자들은 점점 제품 선택에 있어 이 수리 가능성 지수를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지 Capital의 보도에 따르면, 수리 가능성 지수가 8.1/10 이상인 진공청소기의 판매량은 2024년 전년 대비 14% 증가했지만, 전체 진공청소기 제품 성장률은 5%였다.

프랑스 가전제품 전문 쇼핑몰 매장의 H 씨는 KOTRA 파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수리 가능성 지수는 브랜드 간 차별화를 줄 수 있는 요소다. 많은 소비자가 지속가능성을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소비자의 첫 번째 기준은 여전히 가격이지만, 최종 선택 과정에서는 수리 가능성 지수가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수리 가능성 지표>

(단위: 점)

[자료: 프랑스 정부 포털 service-public.fr]

프랑스 정부는 또한 2022년 12월부터 수리 보너스(Bonus reparation)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기, 전자기기를 교체하기보다 수리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증 기간이 만료된 제품에 한해 인증 수리점에서 수리할 경우, 수리 비용의 일부가 즉각 공제되는 제도다. 세탁기, 냉장고, 스마트폰, 컴퓨터, 진공청소기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기기에 적용되고, 보너스 금액은 기기의 종류와 고장유형에 따라 다르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기준표에 따라 결정된다. 2025년 적용되는 주요 대상 기기 중 소형 가전제품에는 진공청소기, 믹서기, 커피메이커, 토스터, 멀티펑션 로봇, 전기주전자, 헤어드라이어 등이 있다.

대형 가전제품의 경우 최대 60유로까지 보너스가 지급되고, 소형 가전제품은 유형에 따라 10~25유로 지급된다.

Gifam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 10명 중 6명은 수리 보너스 제도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그들 중 많은 수가 2024년도에 가전제품을 수리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수리된 제품으로는 스마트폰이 1위를 차지했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그 뒤를 이었다.

시사점

2024년 프랑스의 가전제품 시장 전반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가계 구매력 하락으로 침체기를 겪었으나, 소형 가전 시장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구매력 약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같은 요인들은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강력한 구매 가치를 제시하며 고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지속 가능성을 제공하는 제품의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 소모성 소비재보다 생활 혁신을 체감하게 하는 혁신성 있는 틈새 제품으로 진출 기회를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프랑스 소비자들은 온라인 구매 비중을 점점 높이는 추세다. Amazon을 비롯한 Darty-Fnac, Cdiscount 등 프랑스에서 인기 있는 플랫폼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친환경 라벨, 수리 가능성 지수 등 현지 규제 및 인증을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료: GIFAM, NielsenIQ, GFK, Darty-Fnac, 프랑스 정부 포털, 일간지 Capital, Neomag, Les Echos, Le Monde, KOTRA 파리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