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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만에 핵심 광물 탐사 재개한 이탈리아, 자원 자립을 향한 행보
  • 경제·무역
  • 이탈리아
  • 밀라노무역관 유지윤
  • 2025-09-22
  • 출처 : KOTRA

EU 핵심원자재법 이행 가속으로 자원 주권 회복 나서

AI·뮤온 기술로 환경 부담 최소화한 차세대 광물 탐사

이탈리아 정부는 2025년 7월, 생태전환 부처간위원회(CITE, Comitato Interministeriale per la Transizione Ecologica)의 승인을 거쳐 MASE(환경·에너지안전부)와 MIMIT(기업부)가 공동 주도하는 약 30년 만의 대규모 국내 핵심 광물 공공 탐사 프로젝트를 공식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자원 개발 정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국제 공급망 내에서 자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리튬과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확보 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탐사의 주요 대상은 리튬, 흑연(그래파이트), 구리, 망간, 희토류 등 차세대 에너지 전환과 배터리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다. 이탈리아 전역 20개 주 가운데 11개 지역에서 총 14개의 탐사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약 400여 명의 지질 및 광물 전문가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우주 입자(뮤온) 탐사 기술* 등 첨단 비침습적 기법을 활용해 자원 매장 가능성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는 수십 년간 정체됐던 이탈리아의 자원개발 정책이 재가동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자립 전략에 부응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 우주에서 생성되는 자연 방사선 입자 '뮤온(muon)'을 활용해 지하 구조나 물체 내부를 비파괴적으로 촬영하는 기술

 

이탈리아 정부의 자원 정책 변화와 추진 배경

 

이탈리아는 지난 수십 년간 자국 내 광물 탐사와 채굴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현재 실제로 가동 중인 광산은 76곳에 불과하며, 유럽연합(EU)이 전략적으로 지정한 34종의 핵심 원자재(CRMs) 가운데 17종이 이탈리아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자원은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탈리아가 지금까지 상업적으로 생산해온 핵심 광물은 도자기 산업용 장석(펠드스파)과 철강 및 전자 산업에 쓰이는 형석(플루오르스파)에 한정된다.

 

이처럼 자원의 유망 매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지연된 주요 배경으로는 환경 보호 중심의 정책 기조, 복잡한 인허가 절차, 주민 반대, 채굴 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 투자 유인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아 사회 전반에 걸쳐 환경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원 채굴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됐고,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탐사나 개발은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모두 민감한 이슈가 되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공공 부문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수십 년간 자원 관련 산업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EU 단위에서의 광물 수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유지되어 온 것도 탐사의 필요성을 저감시킨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 신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전략적 확보가 시급해졌고,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 의존도가 위험 요소로 부각되면서 이탈리아 정부도 자국 내 자원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인식 변화 속에서 멜로니 정부는 2023년부터 '국가 광물 탐사 프로그램(PNE)'을 부활시키고, 공공 주도의 체계적인 자원 탐사를 기획했다. 이후 약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5년 7월, 환경·에너지안전부와 기업부가 공동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법적 기반은 2024년 6월 25일 제정된 DL 84/2024(핵심 원자재 관련 절차 간소화)와 8월 8일 법률 115/2024(CRMA 이행법)이며, 국립환경보호연구소(ISPRA)와 이탈리아 지질조사소가 실제 운영을 맡는다. 초기 예산은 약 350만 유로가 배정됐다. 정부는 “역내 자원 잠재력에 대한 최신 지도를 구축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는데, 이는 해외 투자자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주요 탐사 지역 및 첨단 기술 활용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전국 11개 지역에서 총 14개의 세부 탐사 프로젝트가 전개된다. ISPRA 산하 이탈리아 지질조사소가 중심이 돼 15개 작업반을 구성해 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여기에 대학·연구소 전문가와 지역 지질 기관 등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에는 해외 자본과 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로 호주의 Altamin사는 피에몬테와 라치오 지역에서 코발트와 리튬 탐사 허가 신청 및 취득 등의 절차를 진행하며 이탈리아 광물 자원 초기 탐사 사업에 이미 참여하고 있다.

 

<주요 탐사 지역과 대상 자원>

권역

탐사지역

주요 대상 광물

특이사항

북부-북동부

롬바르디아, 트렌티노-알토아디제

형석(플루오르스파), 중정석(바라이트), 희토류

남부 알프스 지역 희토류 탐색 포함

북부-북서부

피에몬테, 리구리아

백금족 금속(PMG), 구리, 망간, 흑연

오피올라이트 지대 중심, 호주 Altamin사 진출

중부

에밀리아로마냐, 토스카나, 마르케, 라치오

리튬, 앤티모니, 마그네슘, 형석

토스카나 Colline Metallifere 지역 집중 탐사

남부

캄파니아, 칼라브리아

리튬, 장석(펠드스파), 흑연

칼라브리아 실라 산맥 지역 흑연 대규모 매장 가능성 조사

사르데냐 섬

사르데냐 전역

장석, 제올라이트, 벤토나이트, 카올린, 희토류, 형석, 텅스텐, 구리, 몰리브덴 등

가장 광범위한 탐사 지역, 중점 검토 지역 포함

[자료: ISPRA, 밀라노 무역관 정리]

 

이번 탐사 프로그램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추나 발파 없이 위성 영상 판독, 항공 센서 측정, 지질·지구화학·지구물리 분석 등 비침습적 탐사 기법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를 위해 첨단 기술이 폭넓게 도입되고 있다.

 

우선, 방대한 지질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망 지역을 예측하는 데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가 활용된다. 위성사진, 항공 LiDAR, 지구물리 탐사 등 다양한 소스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함으로써 기존에 간과됐을 수 있는 매장지를 선별하고 탐사 효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주목할 만한 기술로는 ‘뮤온 방사선 투과 촬영’이 있다. 이는 우주선이 대기권과 충돌하며 생성되는 아원자 입자인 뮤온의 특성을 활용하는 기술로, X선처럼 지하를 투과해 밀도 차이를 시각화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일부 지역에 뮤온 탐사 장비를 설치하여, 암석층 내부의 광물 밀집 구조를 지하 X선 방식으로 영상화하는 시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기술은 이탈리아 국립핵물리학연구소(INFN)와 피렌체 대학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 MuonLab S.r.l.이 개발한 것으로, 이미 화산 구조 분석, 고고학 유적 탐사, 터널 안정성 점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사례가 축적돼 있다.

 

AI 분석과 뮤온 기반 영상 기술의 결합은 자원 탐사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탐사의 정밀도와 신뢰도를 높여, 향후 자원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탈리아 핵심 원자재 분포 지도>

[자료: 일간지 Il Sole 24 Ore]

 


유럽의 핵심광물 자립 전략과의 연계성 


이탈리아의 이러한 행보는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EU는 2024년 3월 채택된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Regulation (EU) 2024/1252)’에서 2030년까지 연간 소비량의 최소 10%를 역내에서 직접 채굴하고, 40% 이상을 제련·정제하며, 25% 이상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어느 단일 국가로부터도 65%를 초과해 수입하지 않도록 하는 공급망 다변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리튬, 희토류 등 주요 자원의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된 구조를 타개하려는 조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2024년 8월, 상원과 하원을 거쳐 DL 84/2024를 법률 115/2024로 전환해 ‘핵심 원자재 확보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핵심 광물 관련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가 차원의 공급망 점검 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국립환경보호연구소(ISPRA)를 통해 전국의 광물 자원 지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5년 주기로 갱신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EU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34종의 핵심 원자재(CRMs) 가운데 상당수가 이탈리아 지각에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탐사 재개는 단지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공급망 회복력 강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탈리아 환경장관 질베르토 피케토는 핵심 광물이 “유럽 산업의 미래와 공급망 안정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으며, 기업장관 아돌포 우르소는 이번 탐사 프로그램을 “이탈리아 광물 자원의 현대적 개발과 산업·에너지 주권 확립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EU의 전략적 목표와 보조를 맞추는 한편, 이탈리아 정부도 국가 차원의 자원 정책과 제도 정비를 병행하면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시사점

 

이탈리아 정부가 약 30년 만에 국내 핵심 광물 탐사에 다시 착수한 것은 에너지 전환과 전략산업 보호, 그리고 EU 차원의 공급망 자립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고 환경 부담을 최소화한 비침습적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정책 및 환경 요인에 따라 효율적인 자원 관리와 국제 협력 기반 마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는 리튬, 희토류, 흑연 등 한국 배터리 및 첨단소재 산업에 필수적인 유망 광물 매장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탐사 이후 채굴·제련 단계로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탐사·채굴 장비, 지질 분석, 환경영향평가, AI 기반 자원 예측 등 관련 기술 분야는 물론, 공급망 전후방 연계 산업 전반에 걸친 공동 프로젝트 참여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탈리아가 추진하는 자원 개발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한국 기업은 EU 핵심 원자재 전략의 흐름을 주시하며 선제적 대응과 협력 방안을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자료: Il Sole 24 Ore, Corriere della Sera, La Repubblica 등 이탈리아 주요 언론 및 이탈리아 ISPRA 공식 발표 내용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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