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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기차 배터리 산업, 공급망 내재화 위한 전략적 조정 국면 진입
- 경제·무역
- 일본
- 나고야무역관 백현수
- 2025-09-22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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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 과잉 속에서도 일본 내 생산 거점 강화와 기술 혁신 병행
정부·기업 협력으로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와 중장기 경쟁력 모색
2024년은 일본의 전기차(EV) 배터리 산업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해이다. 경제산업성은 배터리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수조 엔 단위의 보조금을 통해 일본 기업의 투자를 독려했으며,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마쓰다, 스바루 등 주요 완성차 메이커와 전자기기 기업인 파나소닉홀딩스 또한 일본 내 생산거점 신설 및 증설 계획 뿐만 해외 생산 인프라 확대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양적 확대였다. 글로벌 시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고, 일본은 뒤쳐진 내수 전기차 보급률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도입에 나섰다. 정부 보조금은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촉매 역할을 했고, 중견·중소기업까지 합류하면서 산업 전반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2025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가 완만해지고 시장 성장률이 둔화돼 배터리 공급 능력이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배터리 생산능력은 약 3930GWh로, 실제 수요의 3배를 웃도는 수준에 도달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는데, 2024년 평균 배터리 가격은 kWh당 111 달러로 전년 대비 26% 떨어졌다.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제조사에는 수익성 악화로 작용했다.
이렇듯 공격적 확장이 시작된 2024년에서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초래된 2025년 그리고 향후 전방까지, 아래에서는 일본 배터리 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일본 기업의 전략적 조정
2024년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약 2450억 엔을 투입해 후쿠오카현에 신규 공장, 효고현에 생산 라인을 신설하기로 했고, 닛산자동차는 후쿠오카현에 공장을 세워 2028년 EV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했다. 마쓰다와 스바루는 파나소닉홀딩스와 협력해 각각 야마구치현과 군마현에 배터리 조립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두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5463억 엔에 달했다.
하지만 2025년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시장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심화되자 투자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일부 기업들은 설비 가동 시점을 늦추며 속도를 조정했다. 도요타와 닛산은 예정된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뒤로 미뤘고, 혼다 역시 캐나다 EV·배터리 공장 가동 계획을 2년 연기했다. 이는 기업 수익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대응이지만, 큰 무리를 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내 생산 능력 확보하려는 것으로 전략적 목표를 수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 기업은 공급 과잉 국면을 관리하는 동시에 신소재 개발 및 원재료 거점 구축도 이어가며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다.
EV용 전고체전지에서 앞서가는 한∙미∙중, 상대적 후발주자가 된 일본
전고체전지는 안정성, 에너지 밀도, 온도 내성(안전) 부문에서 기존 리튬 배터리에 비해 강점이 있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으나, 비용과 불량률 문제로 인한 대량생산의 어려움 및 전극-전해질 계면 저항 문제로 인한 에너지 비효율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미국·중국은 전고체전지 상용화 부분에서 일본보다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SK온은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생산 시 난제였던 고온 소결 공정을 광소결 방식으로 혁신했다. 산화물계 고체전해질을 만들기 위해서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10시간 이상 소요되던 소결 과정을 강한 빛(레이저·플라즈마 등 특수 광원)으로 짧은 시간에 재료를 달궈 고체전해질을 만드는 방법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 비용과 제조 소요 시간을 동시에 절감했으며, 2027년 시제품 출하를 시작으로 전고체전지를 본격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역시 각각 산화물계·황화물계 전해질 기반의 기술 개발을 병행하며 2026~2027년 전후로 샘플링과 양산 전환을 준비 중이다.
미국 퀀텀스케이프와 솔리드파워는 그동안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가로막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며 양산 궤도에 올랐다. 배터리가 충·방전될 때 쉽게 고장나거나 불안정해지는 현상을 잡아내고, 크고 오래 쓸 수 있는 전지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퀀텀스케이프는 독일 VW 산하 파워코로부터 1억3100만 달러를 유치해 2026년 연산 5GWh 규모의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솔리드파워는 BMW와의 협력 아래 2025년부터 「i7」에 탑재할 배터리팩 주행 시험을 개시했으며, 양산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도 개발 속도가 빠르다. CATL, BYD, 샤오미 GTC-Power 등의 회사가 전고체전지 시장에 진출했다. CATL, BYD가 층별 캡슐화 기술, 특수 바인더 활용 등으로 전고체전지 실증 및 양산 준비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GTC-Power는 요코하마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국제적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샤오미도 2025년 두께 4cm 전극을 구현하는 특허를 내는 등 중국 기업도 전고체전지 양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가 2027년~2028년 중 연간 최대 6만 대 규모의 EV용 전고체전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주요 해외 기업들이 2026년~2027년 사이에 조기 양산에 돌입할 준비를 마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 진입 속도에서 만큼은 후발주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K온의 광소결 전고체전지 제작 이미지>

[자료: SK온, ACS]
민관 협력을 통한 신소재 개발로 생산성 확보 노력
이에 일본은 민관이 협력해 투자하는 등 배터리용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촉매는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전기차 배터리용 신소재 전해질 생산 공장을 건설 예정이다. 새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해질은 리튬비스(플루오로술포닐)이미드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을 약 1.6배 늘릴 수 있는 신소재다. 총 375억 엔이 투입되며, 가동 후 생산 능력은 연간 300톤에서 3000톤(약 21만 대 전기차 사용 분량)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뒤따른다. 경제산업성은 경제안보추진법을 근거로 최대 125억 엔을 보조하고, 기타큐슈시는 최대 10억 엔을 지원한다. 중앙정부는 핵심 소재 공급망의 안정과 내재화를, 지자체는 지역 산업 전략에 따른 기업 유치를 각각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민관 협력 구조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제품의 생산성을 확보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공급망 안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촉매가 생산 예정인 신소재 전해질>

[자료: 일본촉매]
해외 프로젝트와 리사이클링을 통해 원재료 확보 총력
배터리 산업의 지속적 성장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 주요 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전제된다. 일본은 이러한 자원의 해외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호주·캐나다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조달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추진되는 암바토비 니켈 광산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스미토모상사가 20년 가까이 참여해온 이 사업은 초기에는 장기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설비 안정화와 현지 인재 육성을 통해 공장 운영 비용 등을 개선하고 있다. 연간 4만 톤대의 생산을 목표로 하는 암바토비는 일본 배터리 공급망의 전략적 거점으로서 의미가 큰데, 일본 정부가 중요 광물로 지정한 니켈의 안정적 확보와 자원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일본은 리사이클링 체계를 강화하여 공급망 구축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용 후 배터리에서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은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완화할 뿐 아니라,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도 기여한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제조 과정과 회수 과정을 연계하는 순환형 공급망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회수할 수 있는 기술 개발 및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일본의 자원 확보 전략은 해외 프로젝트와 국내 리사이클링을 양축으로 하는 구조다.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해외에서의 안정적 광물 확보를 추진하면서도, 국내에서는 회수·재활용 체계를 정착시켜 상호 보완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일본 배터리 산업의 의지를 드러낸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순환형 자원 활용 모델은 글로벌 규제 강화와 환경 대응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스미토모상사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운영 중인 니켈 제련소>

[자료: 스미토모상사]
시사점
일본 EV 배터리 산업은 2024년 공격적 확장 이후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직면하면서 속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국내 생산 거점을 유지하며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를 결합해 산업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에 일본은 신소재 개발, 리사이클링 체계 강화, 해외 자원 확보 등을 통해 일본 내 공급망을 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 장치와 정밀 공정 장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동화 설비에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 기업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된다. 기술 측면에서는 수명 연장과 안전성 강화를 위한 신소재 연구가 민관 협력 아래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소재와 장비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우리나라 소재 생산 기업과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자원 측면에서도 일본은 호주, 캐나다, 마다가스카르 등 해외 프로젝트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와 동시에 국내 리사이클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ESG 요구와 글로벌 규제 강화에 대응하면서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니켈·리튬·코발트 회수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일본의 순환형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후쿠오카현 등 지자체, 일본경제신문,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나고야무역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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