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개요 및 목적

인구는 한 나라의 경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한 나라의 인구는 시장의 크기와 생산능력, 구매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임금상승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진출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구변화와 관련한 통계를 살펴봐야 하지만, 러시아 통계청은 2025년부터 인구 관련 세부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러시아 관영매체 등에서 보도한 공식 인구통계 정보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인구변화 추세와 이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보았다. 

인구변화 동향

러시아연방국가통계청(Rosstat)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 기준 러시아의 추계 인구는 146,028,325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 동기(146,150,789명) 대비 0.08% 감소한 수치이다.  2024년 인구 감소율은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19년 감소율(0.02%)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2023년에는 0.2% 감소한 것으로 기록되었으며, 러시아 인구가 마지막으로 증가한 해는 2017년이었다. 또한 Rosstat가 2024년 11월 1일 기준 연초 대비 0.11% 인구 감소를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11월과 12월 사이에는 인구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모스크바주, 레닌그라드주, 잉구셰티야 공화국 등 20개 지역에서 인구 증가가 나타났다. 2025년 1월 1일 추계치는 Rosstat가 2023년 말 작성한 인구 전망에서 제시된 예측치(1억 4563만 명)를 상회했다. Rosstat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11월 간(11월 자료는 2025년 1월 24일 발표) 자연 감소 인구는 545,100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국가가족관계등록부(ZAGS) 기록을 기반으로 산출된 것으로, 이주 통계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Rosstat는 해당 11개월 동안 출생아 수가 2023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빅토르 피센코 러시아 보건부 제1차관은 2025년 1월 30일 연방회의 상원 사회정책위원회 산하 보건의료 전문가회의에서 "현재 러시아의 절대 출생아 수는 역사적 최저점 중 하나였던 2000년 수준에 근접했다"고 언급했다. 기존 통계자료 상 러시아 출생아 수는 2014년 이후 매년 감소해왔다.  하지만 Rosstat은 2027년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30년부터는 가임기 여성 인구 증가로 인해 절대 출생아 수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순이주 증가 측면에서 살펴보면, 24년 1월부터 10월까지 순이주 증가는 인구 자연 감소분의 67%를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증가분 중 약 11%는 통계상 '신규 편입 지역'에서 러시아 내 타 지역으로의 이동으로 집계된다. 이 같은 통계적 특성은 2023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주 증가는 또한 유학생, 특허(patent) 취득 외국인 노동자 등 외국인 등록 절차 변경의 영향을 받았다. Rosstat는 9개월 이상 공식 등록된 외국인만을 이주자로 집계하기 때문에 단순 국경 통과는 집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더 짧은 기간 등록을 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갱신하는 방문자는 표준 방법론상 이주자로 포함되지 않는다.

러시아인 이민 추세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군사 분쟁으로 자국을 떠난 러시아 국민의 수는 수백만 명에 달한다. Rosstat는 2022년 상반기만 해도 러시아 이민자 수가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고했다. 정확한 이주자 수를 추적하는 것은 대다수의 러시아 국민이 자신의 새로운 신분을 공표하거나 러시아 내 거주지 등록을 공식적으로 말소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년간 많은 러시아 이민자들이 이미 외국 영주권이나 복수국적을 취득한 상태이다.

러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이주하는 국가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이며, 이들 국가의 경우 러시아 여권만으로도 입국이 가능하다. 또한, 상당수의 러시아 국민이 터키,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조지아에도 거주하고 있다. 2025년 현재도 터키, 카자흐스탄, 조지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스페인, 루마니아, 포르투갈 등으로의 러시아인 해외 이주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한편 2024년 기준 러시아 내 외국인 이민자 수는 2022년 대비 23% 감소했으나, 여전히 65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러시아에 체류 중이다.

단기적으로 대다수의 러시아인 이민자들에게 러시아 귀국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UTRUSH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로 귀국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국가로 재 이주할 의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2024년 동안 이민자의 21%가 거주국을 변경한 반면, 러시아로 돌아온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향후 계획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드러났다. 응답자의 5%만이 향후 1년 내 러시아 귀환을 계획한 반면, 28%는 다른 국가로 이주할 의사를 밝혔다. 특히 세르비아는 재이주 목적지로 인기를 얻으며 2023년 이후 재이주자의 약 22%가 해당 국가를 선택했다. 향후 1년 내 귀환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 중 54%는 언젠가는 돌아갈 수도 있다고 답했으며, 이는 향후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기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반응

러시아 노동시장은 1990년대 출생아 수 급감이라는 구조적 영향을 받고있다. 해당 세대가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했으나, 적은 규모로 인해 근로자의 평균 연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Rosstat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2015년 40.6세에서 사상 최고치인 42.5세로 상승했다. 55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전체의 20%에 달하며, 반대로 35세 미만 근로자는 83만 7000명 감소해 전체 노동력의 27.4%로 줄었다. 가장 급격한 감소는 30-34세 연령대에서 발생했으며, 해당 연령대 근로자 수는 1년 만에 68만 2000명 감소해 98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4-2025년 현재 러시아 경제는 생산량이 경제의 잠재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GDP 성장률, 신용 확장, 상승하는 물가 등이 이를 뒷받침 하며, 낮은 실업률과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Rosstat에 따르면, 2025년 2월 러시아 실업률은 2.4%로, 2024년 가을 기록된 사상 최저치 2.3%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약 180만 명에 해당하며, 전년 동기 2.8%, 최근 5년 평균 4%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 러시아 실업률과 거시경제 지표 비교(2020~2025) >

[자료: Rosstat]

이처럼 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 자체가 경제 과열의 핵심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수요 증가를 충당하려는 시도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2023-2025년 동안 방위 산업 및 군대 대규모 인력 흡수, 2022년 이후 해외이주로 인한 노동력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됐다. 노동시장 상황은 경제 과열의 중요한 지표일 뿐만 아니라 통화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인력 부족은 지난 2년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온 주요 이유 중 하나였으며, 최근 인도 등 대체지에서 인력이 수급 되기 시작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준금리는 높은 수준(18%, 2025.9.12 기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노동시장은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러시아 전 지역에서 평균 임금 수준이 상승했다. 모스크바는 전 기간 동안 가장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했으며, 2024년에는 약 16만 루블(약 USD 2,000, 1USD=80RUB 기준)을 기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1만 루블(약 USD 1,375, 1USD=80RUB 기준)대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수도권 중심의 높은 임금 구조를 보여준다. 연방 구성 주체별 실업률은 지역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북카프카스 연방관구는 실업률이 현저히 높게 나타나며, 잉구셰티야 공화국은 26.4%, 다게스탄은 11.2%를 기록했다. 반면 모스크바시는 실업률이 1%로 사상 최저 수준을 보였다. 중앙연방관구(1.8%), 우랄연방관구(1.9%), 볼가연방관구(1.9%)의 실업률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러시아 지역별 임금수준(2021~2024) >

  [자료: Rosstat,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종합]

러시아의 평균 명목임금은 최근 수년간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2019년 47,867루블(약 USD598, 1USD=80RUB 기준)이었던 평균 임금은 2023년 74,854루블(약 935USD, 1USD=80RUB 기준)까지 늘었고, 2024년에는 전년 대비 19.0% 상승하며 89,069루블(USD1,113, 1USD=80RUB 기준)로 집계됐다. 실질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했는데, 2022~2023년에는 높은 물가 상승으로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었으나 2024년에는 상승률이 크게 확대되면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였고, 가계 구매력 회복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의 긴장도는 산업별로도 상이하다. 2025년 2월 러시아중앙은행이 발표한 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소매업, 보건의료, 관광, 물류 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무자, 배달원, 운전사 등 저숙련 근로자의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실제 근로시간의 평균 증가도 보고됐다. 동시에 2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하락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4년 청년 실업률은 전년 대비 1%포인트 이상 하락하여 약 9%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학 및 전문대학 졸업생들은 경력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원하는 임금수준에 부합하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 다수가 자격 수준보다 낮은 임시 직무나 프리랜서 형태로 경력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점

러시아의 인구는 2024년에도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그 속도는 최근 5년 새 가장 완만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낮은 출생률을 순이주 증가가 부분적으로 상쇄한 결과이나, 수백만 명에 이르는 해외 이민, 특히 젊은 인재의 유출은 장기적인 노동력 감소와 경제 성장 동력 약화라는 심각한 도전 과제를 남겼다. 이러한 인구 구조적 취약성은 노동시장에서 명확히 드러나는데, 사상 최저 실업률과 심각한 인력 부족은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 대외정책 노선에 있어서 BRICS 등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와의 인력교류 필요성이 더욱 강화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한편, 모스크바와 그외 지역 간의 극심한 지역 격차는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인이다. 러시아의 장기적인 경제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인구정책을 넘어, 이민자들의 귀환 및 자연인구 증가의 선순환을 촉진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 조성과 지역 간 균형 발전 전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 러시아 통계청(Rosstat), RBC, Manpower.ru, Finam, Forbes, OUTRUSH, 러시아 중앙은행,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