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콘텐츠 산업 규모와 동향

2024년 발간된 『디지털 콘텐츠 백서』에 따르면, 일본 콘텐츠 산업은 2023년 한 해 동안 사상 최대인 13조3597억 엔의 시장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치로, 2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결과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산업 내 성장에 그치지 않고, 일본 전체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도 콘텐츠 산업의 위상이 뚜렷이 높아졌다. 2025년 초 일본 내각부 산하 지적재산전략추진사무국이 발표한 산업 규모 자료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은 철강 산업에 이어 일본 내에서 두 번째로 큰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과는 유사한 수준이며 반도체 산업을 앞서는 규모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속에서 콘텐츠 산업의 존재감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 콘텐츠 산업 규모>

[자료: 2024 디지털콘텐츠 백서]

<일본 콘텐츠 산업과 타 산업 시장 비교>

(단위: 조 엔)

* 주1: 2022년 데이터

* 주2: 콘텐츠 산업, 반도체 산업은 시장 규모 / 철강 산업, 석유화학 산업은 출하액

[자료: 내각부 지적재산전략추진사무국 콘텐츠 관련 참고자료]

이러한 콘텐츠 산업의 성장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온라인 광고 및 게임 산업의 급성장, 글로벌 콘텐츠 수요의 확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스트리밍 플랫폼의 정착과 SNS 기반 소비문화의 일상화는 콘텐츠 소비의 중심을 전통 미디어에서 디지털로 이동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일시적 둔화를 겪었던 시장이 2021년부터 회복세로 전환되며 2022년과 2023년에는 연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점도 성장을 견인한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생성형 AI를 비롯한 신기술의 빠른 도입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며 창작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생성형 AI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활발히 활용된다. 기획, 제작, 편집, 배포 등 전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일본 콘텐츠 시장 내 생성형 AI의 도입 현황과 주요 활용 사례를 살펴보고, 이에 기반해 한국 콘텐츠 기업의 일본 진출 전략 수립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산업별 생성형 AI 적용 사례

일본 경제산업성은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해 그 활용 촉진과 실무 적용 확대를 위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을 공표했다. 이 가이드북은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영상) 산업 내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실제 제작 현장에서의 활용 방안을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사례들을 바탕으로 일본 콘텐츠 산업 내에서 생성형 AI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산업별로 살펴보자.

① 게임 분야

게임 산업은 고도의 시각화와 방대한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요구하는 특성상, 기획 및 개발 초기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리소스가 소요된다. 이에 따라 반복 작업을 줄이고, 아이디어 확장을 효율화하기 위해 생성형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주요 활용 사례>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게임 개발사 스튜디오 (주)AI Frog Interactive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2D 캐릭터의 시각 자료(아트워크)를 제작하고 있으며, 게임 개발사 스퀘어 에닉스는 생성형 AI와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접목해 1983년 출시된 커맨드 입력식 어드벤처 게임 포트피아 연속 살인 사건을 현대적으로 재구현한 기술 데모를 제작했다. 플레이어는 키보드 명령어 대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퀘어 에닉스는 AI 대화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아트워크>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이러한 사례들로 미루어 볼 때, 게임 산업에서 생성형 AI는 기획이나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보조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에는 반복 작업을 줄이고 소규모 인원으로도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② 애니메이션 분야

애니메이션 제작은 채색, 배경화면 작성, 프레임 보간 등 반복하며 노동 집약적인 공정이 많아, 제작 기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산업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유통 구조가 확산되면서 다품종·소량 제작 및 실험적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작 공정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생성형 AI가 주목받는다.

<주요 활용 사례>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실제 AI 적용 사례로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주)K＆K디자인과 테크놀로지컴퍼니(주)가 공동 프로젝트와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 등을 하는 (주)DLE 사 등이 있다. 전자는 AI와 크리에이터가 공동으로 작업한 사례로, 크리에이터가 시안 디자인을 완성하면 AI가 스케치를 가공해 크리에이터의 보조 작가 역할을 한 것이고, 후자는 음성합성 AI기술을 활용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재현한 것이다.

<AI와 크리에이터의 공동작업 사례>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채색이나 프레임 보간과 같이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는 보조 창작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개인 창작자나 소규모 제작팀이 작업 부담을 줄이면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③ 광고·마케팅 분야

광고 산업은 기획부터 실행까지 이르는 과정의 사이클이 빠르고 반복적이므로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시안과 문안을 제작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는 빠른 비주얼 제작·문구 생성·콘텐츠 테스트 등의 작업을 지원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SNS 기반의 이미지 중심 콘텐츠 소비가 증가해 시의성 높은 광고 콘텐츠 제작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AI 활용을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주요 활용 사례>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주)이토엔(伊藤園)에서는 일본 최초로 'AI모델'을 기용해 광고 2편을 제작했으며, 2편에서는 AI 모델의 목소리에 음성생성 AI를 활용했다. 또한, (주)파르코(PARCO)는 당사 백화점 광고에 삽입된 나레이션과 음악 등 요소를 전체적으로 AI를 통해 제작했다.

<AI 모델을 활용한 광고>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광고 산업에서는 생성형 AI가 이미지 제작과 기획서 작성을 돕는 실무 보조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작업 효율이 개선되고 브랜드별로 다양하고 개인화된 콘텐츠 전략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④ 출판·문예 분야

출판 분야에서는 창작자의 아이디어 전개나 스토리 구성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기획 초기 단계에서의 부담이 큰 영역으로 꼽힌다. 이에 생성형 AI는 아이디어 발상과 콘셉트 확장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특히 신인 창작자 또는 디지털 기반 작가들에게 접근성이 높은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주요 활용 사례>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출판 분야에서는 생성형 AI가 점차 작가의 창작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디지털 퍼블리싱 환경에서 AI 콘텐츠와의 연계가 한층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며 창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한편,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중 한 명은 자신의 작품 일부(약 5%)를 ChatGPT로 작성했다고 공개해 AI의 창작 보조 기능이 이미 문학계 내부에서도 현실적인 논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⑤ 음악 분야

음악 제작은 작곡, 편곡, 가사 작성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지만 최근에는 반복적이거나 루틴한 작업을 중심으로 AI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며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흐름이 나타난다. 또한 게임, 영상, 광고용 배경음악 등 대량 제작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음악 제작 분야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표현 방식도 다채로워지는 흐름이 형성됐다.

<주요 활용 사례>

[자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생성 AI 가이드북』(2024년), KOTRA 도쿄무역관 정리]

음악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전문가의 창작 과정을 보조하거나, 반복적·루틴한 음악 제작 공정을 자동화하는 실무 도구로서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Suno AI, VOCALOID:AI 등 상용 솔루션을 통한 일반 사용자 참여가 확대되면서 비전문가도 곡을 제작·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콘텐츠 유통 구조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AI 생성 음악의 저작권 관리·표기 의무와 같은 제도적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문가 인터뷰: 디지털 할리우드 주식회사/요시무라 타케시 (CEO 역임, 현재 회장)

디지털 콘텐츠 분야 전문 인재 양성의 선도기관인 디지털 할리우드 주식회사는 기획·제작·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교육을 통해 차세대 콘텐츠 인재를 꾸준히 배출해 온 교육 기업이다. 최근에는 “Creative × AI”를 주제로 한 신설 커리큘럼을 통해 생성형 AI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창작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도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등, 업계에서 빠른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현지에서 생성형 AI 활용 및 인재 양성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로 평가받는 디지털 할리우드 주식회사 요시무라 타케시 회장을 인터뷰했다. KOTRA 도쿄무역관은 특히 일본 콘텐츠 산업에서의 생성형 AI 활용 동향과 향후 전망에 관한 그의 의견을 청취했다.

시사점

일본 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수요의 확산을 배경으로 2023년 약 13조3000억 엔 규모에 도달해 철강 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산업군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특히 콘텐츠 유통 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생성형 AI 활용 환경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성형 AI가 콘텐츠 산업 전반에 ‘조력자’로 깊이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일본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콘텐츠 기업은 단순한 콘텐츠 품질 경쟁을 넘어 △생성형 AI와 결합된 제작 전략 수립 역량, △빠르게 기획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실험할 수 있는 디지털 퍼포먼스 체계,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창작 방식에 적응하는 조직 문화, △일본 로컬 시장 특성에 맞춘 팬덤 기반 마케팅 전략 수립 등 준비를 전략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은 AI의 윤리적 활용, 저작권 준수, 창작자 권리 보호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한 시장인 만큼, 기술 자체만을 강조하기보다 ‘책임 있는 활용’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내재화한 기업이 현지에서 더 큰 신뢰와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료: 2024 디지털콘텐츠 백서, 2025내각부 지적재산전략추진사무국 콘텐츠 관련 참고자료, 콘텐츠제작을 위한 생성AI 활용 가이드북(경제산업성 공표), 언론 기사, KOTRA 도쿄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