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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물 산업 개요

말레이시아 물 산업이 만성적인 공급 손실과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구조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예산 확대와 스마트 기술 도입, 민관협력(PPP)을 중심으로 고도화가 추진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해외 고기능 기자재 및 수처리 기술 보유 기업의 진출 기회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말레이시아는 연평균 3000mm에 달하는 강수량과 약 9900억㎥의 수자원을 보유한 국가로, 대다수의 수자원을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인구의 96~97%가 상수도에 접근할 수 있으며, 도시 지역은 사실상 100%에 근접해 있다. 수도사업은 주 정부 산하 운영기관이, 하수사업은 Indah Water Konsortium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수도 공급 개요>

[자료: SPAN 2024 Water and Sewerage Fact Book] 

말레이시아의 물 사용량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농업 부문이 전체 물 사용의 70%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전자·반도체, 식음료, 팜유, 데이터센터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전자·반도체 산업에서는 초순수(Ultra Pure Water) 수요가 늘고 있으며, 바투카완, 쿠칭 등 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2024년 기준,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최대 규모인 230억 달러에 달하는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향후 물 사용 효율이 투자유치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물 산업의 최근 이슈

말레이시아 물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무수익수(Non-Revenue Water, NRW), 수질오염, 공급 불안정성이며, 이 세 가지 문제는 단순한 설비 교체 수준이 아니라 기술적, 제도적, 재정적 전면 개편 수요로 직결되고 있다.

첫째, 무수익수(NRW) 문제는 말레이시아 물 산업 시스템의 근본적 비효율성을 보여준다. 2024년 기준 말레이시아 전국 평균 무수율은 34.3%에 달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50%를 초과하고 있다. 이는 하루 약 700만2000ℓ의 정수된 물이 손실되는 수준이며, 연간 2조 MYR(약 4651억 USD) 규모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누수의 75% 이상이 노후 배관에서 발생하며, 나머지는 계량기 오작동 및 불법 취수 등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단순 보수 차원을 넘어 디지털 누수 감지 기술, 스마트 계량기 도입, 자동 수압 제어 시스템과 같은 고도화된 통합 솔루션이 시급하다.

<말레이시아 지역별 무수익수 비율>

[자료: SPAN 2024 Water and Sewerage Fact Book] 

정부는 2025년까지 무수율을 31%, 2030년까지는 28.8%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총 1844km의 노후 상수관을 교체하고, 사바주는 별도로 2740km 교체 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프라 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PPP(민관협력사업) 확대를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고성능 기자재 및 ICT 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둘째, 수질 오염 문제는 말레이시아 물 공급 시스템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체 상수도 수원의 대다수를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어, 수질사고 발생 시 대규모 단수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슬랑오르 등에서는 지난 3년간 정수장 가동이 수차례 중단되었으며, 단일 사고로 100만 명 이상이 단수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었다. 오염원은 산업단지 폐수, 농업 유출수, 생활하수 등이며, 이로 인해 강·저수지의 BOD·COD 수치가 수질 기준치를 반복적으로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수원 다변화(지하수 활용, 예비 수원 확보 등), 고도 정수처리 기술 도입, 수질 모니터링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의 정책적·기술적 개입이 동시에 필요한 구조적 문제다. 특히 AI 기반 수질 예측, IoT 기반 모니터링 센서, 오염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 가능한 정수장 원격제어 시스템 등에 대한 수요가 정책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셋째, 기후 변화로 인한 공급 불안정성도 구조적 위기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2~4월 사바주는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과 해수 침투로 인해 주요 정수장이 장기간 가동을 중단했으며, 약 15만 명이 단수 피해를 보았다. 또한 조호르에서는 송가이 조호르 정수장의 펌프 고장으로 15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 지연이 장기화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비한 예비 용수 확보, 에너지 자립형 정수장 등 레질리언스 기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정수장 업그레이드와 설비 개편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예를 들어, 케다의 부킷 슬람바우 정수장 업그레이드 공사는 2025년 4월 기준 세 번째 지연되었으며, 이는 공공 프로젝트의 집행 효율성, 절차 간소화 및 사업 인허가 제도의 개선 등 제도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처럼 무수익수, 수질오염, 공급 불안정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는 단편적 보수가 아닌, 스마트 기술 기반의 통합 수자원 관리 시스템, 지능형 정수장 운영, 그리고 제도·예산·투자 구조의 동시 개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물 산업 전략도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국내외 수처리 기술기업, 기자재 공급업체, 시스템 통합(SI) 기업에게 새로운 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물 산업 디지털 전환 최신 사례 2가지

말레이시아 물 산업의 디지털 전환 흐름은 현장 단위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조호르와 슬랑오르 두 개 주는 각각 스마트미터링과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정수장 운영 시스템을 실제 상수도 시스템에 도입하며, 향후 전국적 확산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시범 수준을 넘어, 무수익수 절감, 운영 효율성 증대, 공급 안정성 강화 등 정책적 효과를 동반한 기술적 전환점으로 주목된다.

조호르주 상수도 사업자인 Ranhill SAJ는 약 370만 명의 주민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며 2만 4천 km 이상에 이르는 방대한 관로망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2023년부터 통합 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스마트 미터, 구역계량 시스템(DMA), 원격 누수 감지 센서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미터링 시스템을 본격 운영하고 있다. 누수 감지에는 영국 Primayer사의 Enigma3m 원격 소음로거가 도입됐으며, 이를 통해 지하배관의 미세한 누수까지 원격에서 탐지할 수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 연동돼 지도 상 실시간 위치 확인, 경보 전송, 자동 분석이 가능하며, 현장 대응 시간과 오류를 대폭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 시스템 도입을 통해 조호르주의 무수익수 비율은 2018년 37%에서 2021년 24.88%까지 낮아졌으며, 이는 말레이시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 조호르는 스마트 계량기, IoT 기반 누수 감지, 클라우드 시각화, 실시간 관제체계를 통합한 상수도 운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슬랑오르주는 말레이시아 최초로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정수장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며 또 다른 혁신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5년 3월 슬랑오르주 수도공사인 Air Selangor는 글로벌 기술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협력해 Semenyih 2 정수장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을 발표했다. 이 정수장은 하루 평균 1억 ℓ의 용수를 처리하며 슬랑오르,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자야 지역 총 960만 명의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도입된 시스템은 센서, IoT, 빅데이터, AI, 수리학 모델링을 통합한 가상운영 체계로, 실제 설비와 운영 과정을 실시간으로 디지털 공간에 복제·연동하여 가동한다. 이를 통해 정수장 전체의 운영이 자동화되고, 누수나 고장 등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으며, 수요 급증이나 정전 등 비정상 상황에 대해 사전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다.

<Air Selangor의 관련 보도자료> 

[자료: Air Selangor 홈페이지] 

슬랑오르주는 이 시스템 도입을 통해 정수장 생산성을 최대 20%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공급 안정성과 에너지 절감 효과도 함께 달성하고 있다. 이 정수장 프로젝트는 2025년 글로벌 워터 어워즈 ‘올해의 물 프로젝트’ 부문 최종 후보로 오르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조호르와 슬랑오르의 사례는 각각 무수익수 감축과 정수장 운영 최적화라는 서로 다른 과제를 최첨단 기술로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지역 모두 실제 수자원 관리 시스템에 디지털 기술을 통합해 실시간 모니터링, 예측 대응, 운영 자동화, 자원 절감이라는 목표를 가시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스마트 물관리 전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향후 말레이시아의 물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 확산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사점

말레이시아 물 산업 규제기관인 SPAN의 Nasir 디렉터에 의하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양질의 수도 공급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물 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관련 규정을 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물 산업은 수도산업법(Water Services Industry Act 2006)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되며, 물 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모두 SPAN의 관리 감독 및 규제를 받게 된다. Nasir 디렉터는 말레이시아의 엄격한 관리기준을 강조하며 “진출하기 전 현지 에이전트를 통하거나 직접 SPAN을 비롯해 물 산업 유관기관과 접촉하여 관련 규제를 알아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물 산업은 무수익수 감축, 정수장 디지털화 등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며 스마트 기술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조호르와 슬랑오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존의 단순 기자재 납품을 넘어 스마트 계량기, 통합 관제, 디지털 트윈 등 고기능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이 진출하려면 기술 제안 이전에 현지 파트너십 확보와 공공 인증 등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 산업은 주로 정부 기반의 사업으로 진행되며 SPAN 디렉터의 인터뷰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관련 법에 의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규제를 받는지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SIRIM 등 현지 인증기관을 통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할 인증 요건을 구비해야 한다. 적합한 파트너십 확보와 인증은 장기 운영을 전제로 한 유지보수 체계와 연동성 검증이 신뢰 확보의 핵심 요소다. 정수장 및 상수도 시스템은 장기 운영이 전제되기 때문에, 단순 장비 납품보다는 운영 연동성, 시스템 통합성, 고장 시 대응 속도 등을 입증할 수 있는 레퍼런스와 현지 기술 지원 체계가 요구된다.

말레이시아 물 산업은 여전히 정부 주도와 기술 불균형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고기능 솔루션을 보유한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 수출이 아닌, 정책 연계, 인증 확보, 유지보수 파트너십을 아우르는 중장기적 사업 모델 설계다.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기술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말레이시아는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물 산업 시장이다.

자료: Air Selangor, SIRIM, SPAN, The STAR, The edge, Malay Mail, MOH, DOE, K-Eco, NRES, Water.gov 등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