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복잡하고 방대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실제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특히 최첨단 AI 구현에 필요한 막대한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뉴스는 이러한 AI 인프라 투자 열풍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심층 분석하고, 관련 산업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아본다.

미국 기업이 이끄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실체

현재 미국에서 AI 인프라 투자의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미국의 세계적 AI 기업인오픈AI(OpenAI)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Stargate Project)’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을 넘어, 미래 AI 시대를 위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1) 사막 위에 세워지는 AI의 심장: UAE-US AI 캠퍼스

미국 현지 시각 5월 1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부다비에 건설될 계정인 ‘UAE-US AI 캠퍼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두번째 버전이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사막 근처의 적도 인근 지역에 위치하며, 전통적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로는 선호되지 않는 혹서의 환경이다. 하지만 이곳은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가 매장돼 있고, 이 막대한 석유 자본을 미래 AI 시대에 필요한 AI 자본으로 전환하려는 UAE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곳이다.

<UAE-US AI 클러스터 1단계 공개에 참석한 미 대통령, UAE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의 모습>

[자료: G42]

해당 프로젝트 규모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이곳에 세워질 데이터센터의 전체 전력 소비 능력은 5GW(약 250만~500만 가정의 전력 사용량)에 달하며, 약 10평방마일(약 26km2)의 면적을 차지한다. 이는 뉴욕 맨해튼 면적의 절반에 가까우며, 바티칸 시티보다 5배나 큰 규모다. 미국 내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와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데이터센터 면적을 합친 것의 약 0.67배에 해당한다.

UAE 정부는 이 시설을 통해 아부다비를 데이터센터 허브의 전략적 입지로 확보하려 하고있다. 아부다비는 지구 인구의 절반이 2,000마일(약 3,200km) 이내에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에 짧은 시간 안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정학적∙전략적 이점이 있다. 또한,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지정학적 상황이 불안정해질 경우를 대비해 약 250만 개의 AI 가속기 포함, 가치 1,000억 달러 이상, 인프라 포함 시 2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AI 자산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UAE의 AI 투자 전문 국부펀드인 Group 42 Holding(G42)이 주도하며, 여러 미국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될 예정이다. 오라클(Oracle)이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이 시설 내 서비스 제공과 인프라 관리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공급원으로는 원자력, 태양광, 천연 가스 등 다양한 자원이 활용될 계획이며, 특히 중요한 점은 이 시설에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 대상인 컴퓨팅 엔진 기술이 통제 대상 국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통제 장치가 마련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UAE에 위치하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첨단 컴퓨팅 엔진 기술이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국가나 단체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의미로, 미국 기업과 기술의 참여로 아부다비에 건설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미국의 수출 규제 범위 내에 머무르도록 보장함으로써 첨단 AI 인프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중요한 법적, 정치적 안전 장치로 볼 수 있다.  

(2) 위험 분산과 미국 내 인프라 강화 – 텍사스주 아빌린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오픈AI는 UAE 프로젝트와 함께 미국 내에서도 자체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텍사스주 아빌린에 건설되고 있는 스타게이트 시설은 1.2GW 규모로 계획돼 있으며, 총 150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해당 시설은 8개의 데이터센터 건물로 구성될 예정이며, 각 건물에 엔비디아 블랙웰 B200 GPU 약 5만 개를 포함해 총 40만 개의 GPU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중 200MW(데이터센터 건물 2개 용량)은 오는 6월 이전에 가동될 예정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텍사스 아빌린에 건설되고 있는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자료: Datacenter Dynamics]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도 압도적인 투자 규모를 내세우며 오픈AI의 초대형 프로젝트들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미국의 주요 4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은 2025년에만 약 3250억 달러를 인프라 투자에 지출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해당 인프라 투자액이 향후 5년간 도합 1.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는 이들 기업이 소프트웨어, 광고, 검색, 클라우드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등의 중동 석유 강국이 할 수 있는 투자 규모를 상회한다. 이들 국가는 국부펀드를 통해 약 4조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나, AI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이를 한꺼번에 현금화하기는 어렵고, 사우디아라비아의 AI 데이터센터 계획은 500MW 규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AI 인프라 투자 경쟁의 최대 플레이어는 여전히 미국 기업들이다.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에서 읽을 수 있는 트렌드

최근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은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번째로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컴퓨팅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그에 따른 기술 과제도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성능 GPU와 이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고밀도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엄청난 수요로 이어지고 있으며, 전력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태양광, 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원은 물론, 고밀도 AI 컴퓨팅 장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고도화된 냉각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두번째로 전통적인 기술 기업의 자본 이외에, 새로운 유형의 자본이 AI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UAE의 AI 투자 전담 회사인 G42는 오일 머니를 AI 인프라 투자로 전환하는 주체로 활동하고 있고, 크루소 에너지가 미국 텍사스주 아빌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116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사례에서 보듯이, 민간 부문에서의 대규모 투자도 활발하다.

세번째로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에서 전력 공급이나 냉각 효율 같은 기존의 중요 요소 외에 대규모 자금 확보 용이성, 전략적∙지정학적 가치와 같은 새로운 요인들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UAE-US AI 캠퍼스 사례에서 보듯, 아부다비와 같이 적도 부근의 사막에 5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본 접근성과 지구 인구 절반 가까이가 2000마일 내에 위치해 비교적 합리적인 지연시간(latency)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물리적으로 AI 컴퓨팅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지정학적 불안정 시기에 전략적 이점이 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네번째로 현재까지는 미국 기업이 전세계 AI 데이터센터에 분야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AI 데이터센터의 설계, 건설, 운영 전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AI 모델 학습 및 추론에 사용되는 주요 컴퓨팅 엔진 기술을 공급하는 주된 주체들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상무부는 기술 파트너십 계약에 첨단 AI 인프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조항을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AI 시대, 한국 기업의 기회는?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은 관련 기술과 인프라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5GW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처럼, 단순한 서버 설치를 넘어 대규모 부지 조성과 전력 인프라, 냉각 설비,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까지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복합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보유한 플랜트 건설 및 엔지니어링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고효율 전력 시스템과 차세대 냉각 기술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사막 기후 또는 고밀도 연산 환경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하기 위한 액체 냉각 기반 솔루션이나, 전력망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변전 기술 등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더불어 고대역폭 메모리(HBM), 고속 네트워크 장비, 고밀도 스토리지 솔루션 등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접근 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를 비롯한 핵심 기술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UAE-US AI 캠퍼스 사례와 같이 미국 기업과 제3국 자본이 결합된 초대형 프로젝트에서는 기술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체계가 프로젝트 참여의 핵심 조건이 된다. 이와 관련해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회사법 전문 변호사 A씨는 미국 시장에 보다 밀착 접근하기 위해 현지 법인 설립이나 직접 투자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프로젝트 수주나 협력 기회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변호사 A씨는 이러한 기회와 동시에 복잡한 기술 경쟁 환경과 높은 초기 투자 비용,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및 규제 정책 변화 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술 접근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현 시점에서는 계약 조항과 수출 규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기술 경쟁의 근간이 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메모리 반도체, AI 가속기 부품뿐 아니라 대규모 건설, 에너지 효율 기술 등 강점을 지닌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 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특히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인프라 생태계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료: The New York Times, The Next Platform, G42, United Department of Commerce, Data Center Dynamics, Embassy of the United Arab Emirates Washington,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