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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방어강판 사례로 본 독일·유럽의 핵심 방산 소재 공급망 문제와 대응 과제
- 트렌드
- 독일
- 함부르크무역관 문기철
- 2025-06-16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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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방어강판 등 핵심 방산 소재의 자체 생산과 공급망 자립화를 적극 추진
복잡하고 EU 국가별로 상이한 인증 체계가 공급망 병목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연합(EU)과 주요 회원국들은 역내 방위 역량 강화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시대의 전환(Zeitenwende)’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국방 예산 확대, 무기체계 현대화, 산업 기반 강화 등 안보 전략 전반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전력 강화는 단순한 예산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방위산업 생태계 전반의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일부 핵심 소재의 경우 생산 기반이 부족하고 까다로운 군사 인증 절차까지 더해지면서 공급 병목 현상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공급망 제약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고강도 방어강판(Panzerstahl)이다. 이 소재는 전차 및 장갑차의 방호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고도의 기술력, 정밀한 제조 공정, 그리고 까다로운 군사 인증 요건을 동시에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유럽 내에서는 상업적 양산 능력과 군사 인증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공급처가 극히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독일과 유럽의 방산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방산 전력 확충을 위한 핵심 소재의 안정적 수급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산업적·제도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에 본 기사에서는 고강도 방어강판을 대표 사례로 삼아, 독일과 유럽 방산 산업이 직면한 핵심 소재 수급 제약을 짚어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독일, 전략 자율성 확보를 위해 국방 예산 확대
러-우 사태는 유럽의 안보 환경을 전례 없이 재편했으며,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국방 정책의 기조를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EU와 NATO는 방위력 증강과 자립적 억지력 확보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국방 예산 확대와 병력 정비, 무기체계 현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25년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의 2.1%에 해당하는 약 720억 유로로 편성하며 안보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이 가운데 약 519억 유로는 정규 국방 예산(Verteidigungshaushalt)에서, 나머지 약 200억 유로는 특별 군사 기금(Sondervermögen Bundeswehr)에서 충당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러-우 사태 이후 강화된 유럽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NATO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독일 국방부는 방위력 강화를 위해 정규 예산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예산 증액과 더불어 독일은 자국의 무기체계 현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3년 6월, 독일 연방방위부는 독일-프랑스 합작 기업 KNDS에 Leopard 2A8 전차 105대를 약 29억3000만 유로 규모로 발주했으며, Puma 보병전투차(IFV), Boxer 8륜 장갑차, 라인메탈(Rheinmetall)의 Skyranger 방공 시스템 등의 도입도 주요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독일 방위군 주력 전차 Leopard 2A8>
[자료: 독일 연방방위부]
아울러 독일 정부는 핵심 무기체계의 자체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부품의 국내 생산 기반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둔화와 산업 구조 전환 압력을 받는 기계, 자동차, 철강 등 주요 민간 제조업 분야가 방산 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연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방산 공급망 병목의 대표 사례: 고강도 방어강판(Panzerstahl)
그러나 이러한 방위체계 강화는 단순한 구매 결정이나 예산 투입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복잡하고 정밀한 무기체계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방산 생태계 전반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며, 그중에서도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반드시 전제돼야 할 요소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 기반이 취약한 경우, 생산 병목과 납기 지연 등 구조적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최근 독일과 유럽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고강도 방어강판과 같은 핵심 방산 소재가 지목되고 있다.
고강도 방어강판은 전투차량 및 장갑 플랫폼의 차체 방호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재로 전장 환경에서 탑승 인원과 주요 장비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고강도 방어강판은 일반 구조용 강재와 달리 고도의 기계적 특성과 엄격한 군사 규격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며 소재 설계부터 생산, 가공, 인증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기술력과 정밀한 공정 관리가 요구되는 고기능성 방산 소재로 분류된다.
<BSSD Steel(독일) 유통 SSAB 고강도 방어강판>
[자료: BSSD Steel]
이처럼 러-우 사태 이후 유럽 전역에서 방위력 강화를 위한 무기체계 도입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기술적·전술적 중요성이 높은 고강도 방어강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요 증가에 비해 생산 역량은 제한적이어서 유럽 전반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독일 역시 고강도 방어강판의 안정적인 확보가 무기체계의 생산 일정과 품질 확보에 직결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극히 제한된 현실은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의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공급자는 스웨덴의 SSAB가 유일
독일 경제 전문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유럽의 군사 인증 기준을 충족하면서 상업적으로 안정적인 양산 능력을 갖춘 고강도 방어강판 공급업체는 스웨덴의 철강 기업 SSAB가 사실상 유일하다. SSAB는 ‘Armox’라는 브랜드명으로 고성능 방어강판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제품은 독일을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의 전력 체계에 적용되고 있다. Leopard 2 전차, Puma 보병전투차량, Boxer 8륜 장갑차 등 독일의 주요 지상 전투 플랫폼에는 SSAB의 Armox 강판이 주요 방호 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일은 해당 제품에 일정 부분 이상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SAB의 방어강판 Armox 500T>
[자료: SSAB]
이러한 독점 공급 구조는 최근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냉전 종식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시장 구조 조정의 결과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여러 유럽 철강업체가 고강도 방어강판을 생산했었다. 특히 독일의 티센크루프(Thyssen-Krupp)는 뒤스부르크(Duisburg)의 압연 공장에서 ‘Secure’라는 브랜드로 고강도 방어강판을 연방군에게 납품해 왔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군비 감축 기조가 확산되면서 방위산업 전반의 수요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티센크루프는 방산용 철강 생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이후 2021년 말에 관련 기술과 라이선스를 독일 철강기업 잘츠기터의 자회사인 Ilsenburger Grobblech에 매각하며 해당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 속에서 SSAB는 유럽 내에서 군사 인증을 갖춘 사실상 유일한 고강도 방어강판 공급업체로 남게 됐다. 그러나 SSAB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50만 톤 수준에 머물고 있어, 유럽 전체의 방산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해 방산 분야 컨설팅 기업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은 유럽의 연간 방산용 강재 수요가 400만~800만 톤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현재의 공급망 구조로는 수년 내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독일의 국내 생산 역량 강화 노력
고강도 방어강판의 공급 부족은 지정학적 긴장이나 공급망 차질 발생 시 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무기체계 생산 지연과 전력 운용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독일은 고강도 방어강판의 국내 생산 역량 강화를 통해 공급망 자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Dillinger Hütte와 Salzgitter AG 등 전통적인 철강 기업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1) 딜링거 휘테(Dillinger Hütte)
딜링거 휘테(Dillinger Hütte)는 유럽의 대표적인 두꺼운 강판(Grobblech) 제조업체로, 연간 약 180만 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해양 구조물, 선박, 플랜트 등 산업용 특수강 분야에서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며, 품질 관리 및 생산 역량 측면에서 산업계의 신뢰를 받아왔다.
<Dillinger Hütte의 초중량 강판 생산 설비>
[자료: Uwe Braun/Saarbrücker Zeitung]
최근 딜링거는 ‘DIFENDER’ 시리즈를 통해 군수용 방호강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시리즈는 군용 차량, 수송기, 방호 건축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며, HBW 400~600 수준의 경도, -40℃ 조건에서도 유지되는 충격 흡수성, 우수한 내탄성과 내폭 성능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최대 150mm 두께까지 생산 가능하며, 다양한 사양의 보안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2022년 3월, DIFENDER 시리즈는 독일 연방군의 군사 강재 규격인 TL 2350-0000 인증을 획득했으며, 이를 통해 딜링거는 독일 방산 공급망 내에서 무기체계 적용이 가능한 소재 제조업체로 공식 등록됐다. 이는 복잡한 방산 인증 절차를 사전에 이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2) 잘츠기터(Salzgitter AG)
잘츠기터 AG는 독일의 대표적인 종합 철강기업으로, 전통적으로 조선, 건설, 에너지 등 다양한 민간 산업에 강판과 특수강을 공급해 왔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변화와 국방 수요 증가에 대응해 방위산업 진출과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인 Ilsenburger Grobblech GmbH (ILG)를 중심으로 방탄용 고강도 강판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며, 핵심 브랜드인 ‘SECURE’ 시리즈를 기반으로 고기능 방산 소재 공급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해당 브랜드와 생산 기술은 2021년 티센크루프로부터 인수한 것으로, 냉전기 독일 연방군(Bundeswehr)에 납품됐던 방호용 고강도 강재에 대한 생산 경험을 계승하고 있다.
SECURE 시리즈는 고강도 열처리 강판(Quenched & Tempered steel)으로, 전술 차량, 경찰 차량, 방탄 트럭, 고위 인사용 리무진, 장갑 파사드, 보호 펜스 등에 적용 가능한 제품군이다. 대표 등급으로는 SECURE 400, 450, 500, 600이 있으며, 이들은 최대 150mm 두께로 제작 가능하고, 높은 경도와 연성을 겸비해 다양한 국내외 방탄 성능 인증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다. 특히 SECURE 450은 향상된 인성과 성형성으로 인해 폭발 방호 요구 조건이 높은 차량 및 장비에 적합하다.
<Ilsenburger Grobblech의 SECURE 강판>
[자료: Ilsenburger Grobblech]
잘츠기터는 이러한 소재 역량을 기반으로 독일 연방군 등 방산 고객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인증 획득을 위한 시험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한델스블라트 보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총 9개 인증 테스트 중 6개를 완료했고, 나머지 항목도 최종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 완료 이후에는 생산 라인의 일부를 군수 전용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로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군수 인증 체계의 비효율성과 통합 과제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강도 방어강판과 같은 핵심 방산 소재의 공급이 실질적으로 확대돼 병목 현상이 완화되기까지는 여전히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이는 군사 분야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유럽 각국 간 상이한 기술 규격이 시장 진입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 연방군은 자국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방어강판에 대해 ‘TL 2350-0000’이라는 독자적인 군사 규격을 적용하고 있다. 세부 기준은 보안상 외부에 공개되지 않지만, 내탄성, 인장강도, 연성, 절단 저항성, 균열 저항성 등 다양한 성능 지표에 대해 엄격한 요구 조건을 갖고 있다. 성능 검증은 독일 연방방위부 산하 군사기술 시험소인 WTD 91(Wehrtechnische Dienststelle 91)에서 수행되며, 실탄 사격 및 폭발 내구성 시험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포함한다. 이 과정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공급업체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독일에서 인증을 통과한 동일한 강판이라 하더라도,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납품되기 위해서는 각국의 별도 군사 규격에 따라 다시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EU 국가 간의 상이한 인증 체계는 방산 소재의 상호 운용성과 공급망 효율성을 저해하며, 기업의 시간·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증 체계의 분절성과 중복성은 단일 제품을 다수 국가에 납품해야 하는 다국적 방산 프로젝트에서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를 유발하는 공급망 병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산 소재의 이러한 구조적 비효율성은 고강도 강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유럽 전체 방산 산업의 공통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을 포함한 유럽 각국에서는 방산 자재의 안정적인 공급과 생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유럽 차원의 공동 인증 체계 도입 필요성을 점차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연방방위부 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Boris Pistorius)는 2025년 3월 베를린에서 열린 ‘Europe 2025’ 콘퍼런스에서 유럽 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며, 그중 하나로 EU 차원의 인증 절차 개선을 언급했다. 그는 “규제 완화(Deregulierung)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며, 이를 위해 회원국 간의 더 강력한 조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럽의 방어 능력은 재정적 제약이나 비효율적 절차에 의해 약화돼서는 안 된다”라며, 인증 시스템의 일관성과 신속한 승인 체계 마련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언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방산 산업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공급망 병목과 중복 규정 문제를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Europe 2025 콘퍼런스에서 발언하는 피스토리우스 장관>
[자료: Die Zeit]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5년 3월 발표한 ‘유럽 방위산업 프로그램(European Defence Industry Programme, EDIP)’을 통해 공동 인증과 공동 조달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프레임워크인 SEAP(Structure for European Armament Programme)를 제안했다. SEAP는 EU 회원국 간 방산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무기체계 개발 및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복 인증, 상이한 기술 규격, 행정 절차 지연 등 공급망 병목 요인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EU는 SEAP를 통해 회원국 간 상이한 기술 규격과 중복된 인증 절차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민간 기업의 방산 참여를 더욱 원활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독일 및 EU 차원의 정책적 움직임은 고강도 방어강판과 같은 핵심 방산 소재의 안정적 확보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공급망 병목 해소를 통해 방산 산업 전반의 통합성과 회복력, 전략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지향하고 있다.
국산 소재의 현지 진입 한계와 대응 전략
그렇다면, 독일과 유럽에서 핵심 방산 소재의 공급 병목 현상이 지속되거나 수요가 증가할 경우, 한국산 방산 소재의 직접 공급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 단계에서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독일과 유럽 주요국은 방위산업 분야에서 역내 조달 원칙(EU sourcing principle)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전략물자에 대해서는 자국 또는 EU 역내 생산·조달을 사실상 우선시하는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전략물자 승인, 보안 규정 등 다층적인 제도 장벽이 더해지면서, 한국산 소재가 유럽 현지 방산 기업의 직접 조달망에 편입되기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KOTRA 함부르크 무역관이 인터뷰한 국내 철강기업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산 방탄강의 유럽 시장에 대한 직접 수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은 국내에서 생산된 방산 완제품(예: 장갑차, 무기체계)에 포함돼 간접적으로 수출되는 형태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국내 방산 기업들이 수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럽 현지에서의 조립 및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국내 소재 기업들의 공급 기회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처럼 직접 납품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는 완제품 수출에 연계된 간접 공급 기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공급 연속성 중심’ 유통 전략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방산 수출 프로젝트가 2단계(부분 현지화)와 3단계(완전 현지화)로 전환되더라도 국산 소재가 계속 활용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전략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장갑판재를 국내에서 생산하되, 초기 턴키 수주사나 현지 유통망을 통해 동일한 가격 조건으로 공급하는 간접 수출 모델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공급 모델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방위사업청의 전략물자 승인과 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시사점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강도 방어강판을 비롯한 핵심 방산 소재의 수급 불균형은 유럽 방위체계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생산 역량 강화와 공급망 자립화 등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군수 물자에 적용되는 상이한 기술 규격을 통합해 조달의 효율성과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및 유럽은 공동 인증 체계 도입과 기술 기준의 조화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방산 공급망을 구축하고, 관련 제도 기반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산 방산 소재는 유럽 현지 방산 기업과의 직접 거래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으며,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된 완제품에 포함돼 간접 수출되는 방식으로만 유럽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방산 수출 사업의 현지화가 단계적으로 심화되면서, 국내 부품·소재 기업이 유럽 방산 공급망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K-방산의 현지 생산 단계에서도 국산 소재가 일정 부분 활용될 수 있도록, 공급 연속성을 고려한 제도적 지원과 유통 전략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Handelsblatt, Spiegel, Die Zeit, BSSD Steel, SSAB, Uwe Braun, Saarbrücker Zeitung, Dillinger Hütte, Salzgitter AG, Ilsenburger Grobblech GmbH, Bundeswehr-Journal, 독일 연방방위부, 독일 연방의회, EU 집행위, KOTRA 함부르크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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