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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 관점에서 본 러시아 채권추심 유의사항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5-04-14
  • 출처 : KOTRA

러시아 채권추심 관련 법제적 특수성과 유의사항은?

이승진 외국변호사(러시아), KL법률사무소

 

들어가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또는 종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러시아 거래처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번 기회를 활용해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며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대러 제재 및 수출 통제로 인해 한-러 간 교류와 교역이 크게 제한된 상황에서, 기존 거래처와의 계약이 이행되지 않은 것을 빌미로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권리와 의무는 보통 계약(법률행위)을 통해 발생하지만(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논외로 함), 그 존부와 내용에 대해 다툼이 생길 경우, 당사자들은 법원, 중재기관 등 분쟁해결기관에서 확인을 받을 수 있다. 권리/의무의 범위를 확정하는 판결, 중재판정 등을 받았음에도 상대방이 의무이행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채권자로서는 채권의 만족을 얻기 위해 집행문을 발급받아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추심) 절차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러시아법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륙법 체계를 따르며, 사적자치를 기반으로 채권채무관계를 규율한다. 하지만, 채무자의 책임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보전처분 등 집행법제 측면에서는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러시아에서 채권추심 시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집행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러시아 채권추심 관련 법제의 특수성


(1) 러시아에서는 채무자의 강제집행 면탈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미비하다.


한국은 채무자의 강제집행 면탈 행위에 대해 명문의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한국형법 제327조(강제집행면탈죄)), 러시아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이 사실상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형법 제177조(채무상환의 고의적 회피) 및 제315조(법원의 선고, 판결, 결정 등의 불이행)에서 유사한 취지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긴 하지만, 이는 판결의 확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채무자가 집행자산을 은닉하거나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등 경제적 가치를 악의적으로 빼돌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

 

(2) 러시아에서 가처분, 가압류 등 보전처분 인용률은 대략 1/3 정도이다.


러시아에도 향후 채권추심을 위해 소제기 전에 상대방의 자산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가처분, 가압류 등 보전처분 제도가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가처분/가압류 개념이 정착된 역사는 길지 않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보전처분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본안소송이 선행되거나 최소한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므로, 소제기 이전에 가처분이나 가압류를 신청하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1998년 선박가압류조약(1952년)에 가입하면서 서구식 가처분/가압류 개념을 국내법에 편입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2002년에 이르러서야 소제기 전에 선제적, 밀행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예비보전처분(предварительные обеспечительные меры)이 보전처분의 특별한 유형으로서 상사소송법에 도입되었다.


또한, 러시아에서 보전처분이 인용되는 비율은 약 1/3 수준으로 매우 낮다. 러시아 현지 로펌이 인용한 러시아 사법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보전처분 인용률은 1심에서 37%, 항소심에서 27%, 상고심에서 32%로 조사되었다.

 

(3) 러시아에는 채권자취소권 제도가 없다.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일부러 채권자에게 변제될 재산을 감소시키는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이를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기술이다. 특히, 집행 관점에서 채권자취소권은 이미 (채무자 책임재산으로부터) 일탈된 집행자산의 반환을 ‘수익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러시아민법에는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명문의 조항이 없다(단, 도산법상 부인권은 존재함).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 채권자는 수익자에게 직접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없고, 채무자에게 ‘각 법률(사해)행위’에 대해 무효확인을 청구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예컨대, 채무자가 배우자에게 가장매매를 통해 책임재산을 빼돌릴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채무자-수익자(채무자의 배우자) 간의 통정허위표시(가장매매)를 이유로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4) 강제집행 신청의 기간 제한


러시아에서는 판결이나 결정이 확정되면 1) 집행문 발급 신청이 가능하고(러시아 상사소송법 제319조, 민사소송법 제428조), 2) 집행문 발급 후 기준 3년 이내에 강제집행을 신청해야 한다(러시아 집행법 제21조).


반면, 한국에서는 이를 민법상 소멸시효의 문제로 접근하며, 판결로 확인된 채권은 판결 확정 시부터 새롭게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규정하고 있다(한국 민법 제165조 제1항, 제178조 제2항). 심지어 한국에서는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에 대해 시효 중단을 위해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시효의 대상을 한국과 같이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이 아니라 '소송(청구권)'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미 소제기를 하여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 다시금 소제기하는 것은 중복제소금지 원칙에 반하여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집행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어 판결 등에 대한 강제집행의 시효를 규율하는 것으로 보인다.

 

맺으며


러시아에서 채권추심을 진행할 때는 여러 법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특수성들을 인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만 효과적인 채권추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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