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자동차 여행이라는 하나의 관광 문화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 자동차 관광산업 연합회(RST)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약 2500만 건 이상의 국내 자동차 여행이 이루어졌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 내 자동차 여행 시장은 해외여행 제약과 국내관광 선호의 변화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최근의 국제 정세 불안 등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국내에서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자동차 여행 유형: 근거리 로드 트립 vs 장거리 로드 트립

러시아 자동차 여행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근거리 로드 트립으로, 주로 1~3일 동안 단기간에 이루어진다. 이 유형은 도시 생활의 반복에서 벗어나 가까운 자연경관이나 관광 명소를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0~300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며, 여행 일정이 짧기 때문에 준비물도 간단하고 여행 계획이 용이하다. 주말 여행은 자동차를 이용하여 도심 근교의 생태 관광지, 역사적 유적지, 맛집 및 레저 시설을 방문함으로써 즉각적인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장거리 로드 트립으로, 최소 4일 이상의 긴 일정으로 이루어지며, 일부의 경우 편도로 최대 3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한다. 장거리 여행은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를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문화와 자연환경, 역사적 명소를 깊이 있게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거리 로드 트립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모험과 탐험의 의미를 내포하고, 여행객들은 각 지역의 특색 있는 풍경과 지역 문화를 경험하며 러시아의 다양한 면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선정 자동차 여행 인기 코스>

[자료: Komsomolskaya Pravda]

자동차 여행 여론조사 결과

2024년 18세 이상 1600명 대상으로 러시아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3~2024년 동안 자가용 또는 렌터카를 이용해 국내 자동차 여행을 떠난 러시아인은 전체 응답자의 32%(1/3)에 달했다. 이들 중 대부분(81%)은 1주일 이내의 단기 여행을 가본 적이 있으며, 이 중 약 50%는 1~3일 일정의 단기 여행, 30%는 4~7일 간의 일정으로 자동차 여행을 다녔다. 반면, 나머지 19%는 7일 이상 지속되는 장기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캠핑카 시장 동향

러시아 내 자동차 여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캠핑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러시아 자동차 여행 플랫폼 RV.land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러시아인 중 자동차 소유자 수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러시아 내 캠핑장(카라반 전용 포함) 수도 444곳으로 늘어났다. 또한 캠핑카 및 카라반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105곳 정도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으며, 관련 제작업체 수도 2024년 약 90곳에서 2025년 초 기준 106곳으로 확대되어 국내 제조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 자동차 관광 및 캠핑카 시장에서 중요한 추세 중 하나는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캠핑카 제조업체들의 등장이다. 10년 전만 해도 캠핑카는 주로 유럽에서 수입됐으며, 주행 거리가 많고 노후된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러시아 기업들이 다양한 캠핑카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많은 캠핑카 제조업체들이 MITT(Moscow International Travel & Tourism Exhibition) 전시회에 참여하여 캠핑카를 홍보하고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찾고 있다.

<2024년 3월 19~21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러시아 국제 여행 전시회>

[자료: MITT]

<러시아 캠핑카 렌탈 업체 RV-land 선정 2024년 러시아 유명 캠핑장>

[자료: RV-land]

<러시아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선정 2024년 기준 러시아 유명 글램핑장>

[자료: Komsomolskaya Pravda]

캠핑카 렌탈 수요 증가

Avito Auto와 러시아 경제개발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4년 9월까지의 기간 동안 러시아 내에서 캠핑카 렌탈 수요가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스크바, 모스크바주,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 캠핑카 렌탈 수요가 가장 높았으며, 여름철인 7월에 렌탈 수요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캠핑카 시장의 확대, 렌탈 서비스 증가, 캠핑 및 글램핑 시설 확충 등은 향후 자동차 여행 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임을 보여준다.

<렌탈 캠핑카 예시>

[자료: Auto Yahta]

정부 지원 및 정책

러시아 정부 역시 캠핑카 및 레저 차량 제조 지원과 함께 관련 인프라(예: 캠핑장, 휴게소, 도로 안전 시설 등)의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아래 두 단계의 지원 정책을 통해 주요 관광 경로 지정, 인프라 개선, 그리고 디지털 기반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1단계 (2024–2025년)

정부는 새로운 지원 조치와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하여 주요 관광 경로를 지정하고, 도로 및 관련 인프라 개발 계획과 연계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트페테르부르크부터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인터랙티브 지도 체계 구축과 같은 사업은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2단계 (2025–2035년)

장기적으로는 도로망 확충, 휴게소와 캠핑장 부지 확보, 법적·규제 체계 개선 및 자동차 관광객의 피드백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인프라 투자와 관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코로나19와 러-우 사태 등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여행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예: 캠핑카 및 렌탈 서비스, 관광 편의시설 등)의 발전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망 및 시사점

러시아 자동차 여행 시장은 2030년까지 2500만 명에서 4400만 명으로 약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체 경쟁력 강화, 도로 인프라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캠핑카 판매·렌탈 업체인 Auto Yahta의 업계 관계자 V씨는 해외여행 제한으로 인해 국내 캠핑카 구매 및 렌탈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자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동차 제조 강국인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에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지형, 기후와 환경에 맞는 차량 개조 및 인증이 필수적이므로 현지 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 또한 자동차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로 인프라 개선, 휴게소 및 캠핑장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책 사업에 참여하거나 자동차 및 관광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러시아 내 자동차 관광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캠핑카 수출, 인프라 개선, 자동차 제조업체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자료: RV-land, Auto Yahta, MITT, Komsomolskaya Pravda 등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