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에서 정부 효율화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돼 왔다. 베트남 내무부는 작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전체 정부 기관의 최대 20%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또 럼(To Lam)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역시 국가 예산의 약 70%가 급여 및 경상비로 사용되어 개발 투자 여력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당 서기장은 특히 국가기관이 "무능한 관료들의 피난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발언처럼 정부 조직 개편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온 바 있다.

구체적인 조직개편은 부처의 통폐합, 그리고 예산 절감을 위한 직원 감축이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금번 개편으로 통합되는 기관들은 내부 구조를 35~40% 축소해야 하며, 기존대로 유지되는 기관들도 조직 규모를 15~20%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 예산에서 급여를 지급받는 공무원 및 공공 부문 직원 수가 최소 20% 감소할 예정이다.

응우옌 호아 빈(Nguyen Hoa Binh) 부총리는 이번 행정 개편으로 약 10만 명의 공무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베트남 내무부는 구조 조정에 약 130조 동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대한 재원 확보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부는 조정 완료 시 5년 내 약 113조 동의 예산이 절감 효과가 기대돼 조직 개편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예산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직 개편 개요

2월 20일 통과된 국회의 정부 조직 개편 결의안에 따라, 베트남 정부 부처 및 장관급 기관은 기존 22개에서 17개(14개 부처와 3개 장관급 기관)로 축소됐다. 또한 국회가 부총리 2명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총 7인 부총리 체제로 개편됐다.

14개 부처는 국방부(National Defense), 공안부(Public Security), 외교부(Foreign Affairs), 내무부(Home Affairs), 법무부(Justice), 재무부(Finance), 산업무역부(Industry and Trade), 농업환경부(Agriculture and Environment), 건설부(Construction), 문화체육관광부(Culture, Sports and Tourism), 과학기술부(Science and Technology), 교육훈련부(Education and Training), 보건부(Health), 민족종교부(Ethnicity and Religion)로 구성되고, 이 중 8개 부처는 기존과 동일하며 6개 부처는 개편되었다.

<개편 후 신설된 6개 부처>

[자료: 176/2025/QH15]

한편, 장관급 기관은 베트남 중앙은행(State Bank of Vietnam), 정부감사원(Government Inspectorate), 정부사무국(Government Office) 3곳으로 조정됐다. 또한, 정부 산하 기관은 기존 8개에서 5개로 축소되었으며, 베트남 텔레비전(Vietnam Television, VTV), 베트남의 소리(Voice of Vietnam, VOV), 베트남 뉴스통신사(Vietnam News Agency, VNA), 베트남 국가과학기술원(Vietnam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 베트남 국가사회과학원(Vietnam Academy of Social Sciences)이 유지될 예정이다.

같은 날, 국회는 2021-2026년 임기 정부 구성원 수에 관한 결의안(177/2025/QH15)도 통과시켰다. 전례없는 규모의 조직 축소에도 불구하고 동 결의안에 따라 부총리의 수는 기존 5명에서 7명으로 증가하였다. 응우옌 찌 중(Nguyen Chi Dung) 전 기획투자부 장관과 마이 반 찐(Mai Van Chinh) 전 공산당 인민동원위원회 부위원장이 부총리직에 임명되었는데, 전자는 2016년부터 기획투자부 장관으로서 경제 및 투자 유치 분야에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있고 후자는 공산당 조직 내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두 신임 부총리의 이력을 감안할 때 각각 경제와 내부 통합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베트남 정부 조직도(2021~2026년 임기)>

<14개 부처 및 3개 부처급 기관 조직도>

<5개의 정부급 기관>

[자료: Tuoi Tre 등 현지 언론 종합]

한편, 국영 텔레비전 채널에서도 구조 조정이 진행됐다. Nhan Dan 텔레비전, Quoc hoi 텔레비전, Thong tan 텔레비전, VOV 텔레비전, VTC 텔레비전은 2025년 1월부로 운영을 종료하고, 관련 기능과 업무를 **베트남 텔레비전(Vietnam Television, VTV)으로 이관했다. 

지방 행정 조직 개편 논의

하위 행정 단위에서도 유사한 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성(省)·시 및 군(郡) 단위 기관 개편 관련, 정부에서는 중간 행정 단위(군(郡)급) 폐지 및 일부 성 간 통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성(省) 개수는 1976년 38개에서 현재 63개 성(省)·시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 중 20개 성(省)이 인구 140만 명 이상 및 자연면적 5000㎢ 이상(산악 및 고지대는 인구 90만 명 및 자연면적 8천㎢ 이상) 등 행정단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번 개편으로 베트남의 지방 행정 구조가 더욱 단순하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향 및 기준은 올해 하반기 이후에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행정구역 확장 연혁(1975~현재)>

[자료: Dan Tri 등 현지 언론,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

시사점

베트남 정부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정부 기관 간소화와 기능 통합을 통한 행정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복된 절차가 축소되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및 사업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반부패 캠페인에 이어 이번 개편이 추진되면서 단기적인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팜 투 항(Pham Thu Hang)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구조 조정이 베트남 내 투자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행정 절차 지연, 주요 기관의 의사 결정 보류 등 변화에 따른 일시적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담당 부처 및 담당자가 바뀔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및 운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규제 변화나 행정 절차 조정에 시간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여 사업을 추진할 것이 권장된다.

베트남은 작년 7.09%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에는 8%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변수에 더해, 반부패 캠페인과 내부 조직개편이 맞물리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시장을 주시하는 기업들은 정부 정책 방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 정부 개편이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 수립이 중요할 것이다.

자료: 베트남 정부 결의안(176/2025/QH15), 국회 결의안(177/2025/QH15), 베트남 내무부,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Nhan Dan, Dan Tri 등 현지 언론, KOTRA 하노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