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배터리 HS코드: 8507.60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

스페인은 독일에 이어 유럽의 2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2023년 기준 총 245만 대의 자동차를 제조하였다. 현재 스페인에는 유럽, 미국, 일본 등 10개 제조사 그룹들이 16개 조립공장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 내 전기차 생산량이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ANFAC)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EV) 연간 생산대수가 2019년 1.7만 대에서 2023년 15.8만 대로 동 기간 중 829.4% 증가했다. 또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생산은 같은 기간 272대에서 12.2만 대로 대폭 늘어났으며,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도 1.2만 대에서 20.3만 대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전체 자동차 생산 중 위와 같은 전기차량(EV, PHEV, HEV)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에서 2023년 19.7%로 확대되었다.

<스페인 내 전기차(EV) 생산 추이>

(단위: 대)

[자료: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ANFAC)]

<스페인 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생산 추이>

(단위: 대)

[자료: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ANFAC)]

<스페인 내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생산 추이>

(단위: 대)

[자료: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ANFAC)]

현재 스페인 내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생산되지 않아, 현지 전기차 제조기업들은 배터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HS코드 8507.60 기준, 스페인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액은 2019년 2.4억 달러에서 2023년 28.6억 달러로 열 배 이상 증가하였다. 주요 수입대상국은 중국으로 2023년 기준 전체 수입 중 73.6%의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체코(8.4%), 헝가리(7.9%), 독일(3.2%) 등이 그 뒤를 따랐다. 같은 해, 대한 수입액은 1,900만 달러로 전체 수입 중 0.7%를 기록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입 추이(HS코드 8507.60)>

(단위: 백만달러)

[자료: 스페인산업관광부 무역통계(Datacomex)]

<전기차용 배터리 수입 국가별 추이(HS코드 8507.60)>

(단위: 백만달러)

[자료: 스페인산업관광부 무역통계(Datacomex)]

전기차 생산량이 확대됨에 따라 스페인 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인 파워코(PowerCo)가 발렌시아 주 사군토(Sagunto) 지역에서 최대 60GWh 생산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2024년 12월 초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기업인 엔비젼(Envision)은 스페인 카세레스(Cáceres) 지역에 최대 생산용량 30GWh에 달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계획으로, 2024년 7월 착공에 들어가 2025년 또는 2026년 중 완공 예정이다. 또한, 이베르드롤라(Iberdrola, 신재생에너지), 씨아이이 오토모티브(CIE Automotive, 자동차부품), 에나가스(Enagás, 에너지･송전)와 같은 스페인계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바스케볼트(Basquevolt)는 비토리아(Vitoria) 지역에 2GWh 규모의 기가팩토리 건설을 추진 중이다. 그 밖에,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텔란티스(Stellantis) 그룹과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가 합작해 스페인 북동부 사라고사(Zaragoza) 지역에 40GWh 규모의 기가팩토리 건설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핵심 원료 확보

향후 스페인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양산될 시 해당 제품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료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지 배터리 제조기업들의 생산 활동에 있어 이러한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리튬이나 코발트, 니켈과 같은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원료 수급을 사실상 전량 해외 특정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핵심 원료를 수급하기 위한 일환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시설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폐배터리의 재활용에 대해 관심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은 스페인 내 전기차 판매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 연간 전기차(EV+PHEV+HEV) 판매대수는 2019년 13만 대에서 2023년 43만 대로 최근 5년 사이 3.3배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8~15년임을 감안할 시, 빠르면 2025년부터 스페인 내 전기차용 폐배터리 배출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마드리드 무역관에서 전기전자 제품 재활용 기업인 A사에게 문의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에는 리튬 배터리 재활용에 특화된 시설을 갖춘 기업이 아직 소수에 불과해, 현지에서 사용된 리튬배터리는 이러한 시설을 갖춘 프랑스, 독일, 벨기에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 내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 추이>

(단위: 대)

[자료: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ANFAC)]

스페인에서 리튬 배터리 재활용 전문 시설을 건설 중인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엔데사(Endesa, 전력)와 우르바세르(Urbaser, 환경 서비스)의 합작법인인 노볼티오(Novoltio)사이다. 노볼티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배출되는 폐리튬배터리를 수거해 블랙매스(코발트, 니켈 등) 생산 및 알루미늄, 구리, 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하고자 한다. 노볼티오 사에 따르면, 해당 공장이 본격 가동될 시 매년 8천 톤의 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현재 스페인 북서부 레온(León) 지역에서 건설 중이다.

또 다른 주요 기업으로 스페인 일루니온(Ilunion, 산업 서비스)사는 2024년 6월 스페인 중북부 바야돌리드(Valladolid) 지역에 리튬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건설할 것임을 발표했다. 동 기업에서는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처리에 집중할 예정으로, 연간 처리량이 6천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망 및 시사점

스페인 정부는 유럽연합의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2030년까지 스페인 내 전기차(EV 및 PHEV) 등록대수를 5백만 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 및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 중에 있다. 스페인 내 전기차 보급률이 늘어날수록 배출되는 폐배터리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핵심 원료를 얻기 위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대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전자폐기물 관리 비영리 기관인 레시클리아(Recyclia)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내 전기차 배터리에서 수거 및 재활용할 수 있는 핵심 원료가 2023년에서 2030년사이 최소 수십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 기관에 따르면, 스페인 내 전기차 배터리에서 수거할 수 있는 리튬 규모는 2023년 13톤에서 2030년 476.3톤으로 동 기간 중 수거량이 36.6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밖에, 니켈이나 코발트와 같은 핵심 원료 수거량도 동 기간 중 각각 34.5배, 29.7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레시클리아는 2030년 이후 이렇게 재활용된 원료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가 연간 3.3만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수거/재활용되는 핵심 원료 현황 및 전망>

[자료: 레시클리아(Recyclia)]

다수의 한국기업들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빠르게 성장하게 될 스페인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진출에 대해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물산과 성일하이텍의 경우 2023년 스페인 비플래닛팩토리(BeePlanet Factory) 사와 합작법인인 비사이클(BeeCycle)을 설립, 스페인 북부 나바라 주 카파로소(Caparroso) 지역에 1,850만 유로를 투자해 배터리 재활용 공장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해당 공장은 연간 1만 톤의 블랙매스를 생산할 예정이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연합은 EU 내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CRMA)을 2024년 5월 발효했다. 동 법안을 통해 EU는 2030년까지 특정 핵심 원자재의 10%를 EU 내에서 채굴하고, 40%는 가공하며, 15%는 재활용을 통해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폐배터리에서 회수해야 하는 주요 원자재의 재활용률과 관련해 2030년까지 리튬은 최소 50%,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은 최소 90% 회수하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한국기업들도 리튬, 코발트, 흑연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 재활용을 통해 핵심 원자재 수입량을 줄이려는 유럽연합의 정책은 한국기업의 안정적인 원자재 수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ANFAC), 스페인산업관광부 무역통계(Datacomex), 레시클리아(Recyclia), 스페인 전기전자제품 재활용 기업 A사 인터뷰, 현지 언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