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봉제기업들이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급등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이집트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고금리와 낮아진 경제 성장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는 봉제기업

튀르키예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거시경제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2024년 11월 기준 기준금리는 50%다. 이는 물가를 낮추는 순기능도 있지만 현지 기업들의 자금 운용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고금리 상황 속에서 튀르키예의 경제 성장률은 2024년 3.2%, 2025년 3.4%로 예상되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간 평균 성장률인 5%에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봉제 산업은 높은 인건비와 자본 유동성 감소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봉제와 유사한 성격의 신발 산업에서도 약 400~500개의 기업이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산업 전반의 어려움은 실업률 증가에 대한 우려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스탄불 최대 규모의 커튼 및 실내 장식 판매 매장인 IMC(İstanbul Manifaturacılar Çarşısı)에서 만난 도안 굴(Doan Gul) 누보 텍스타일 영업대표는 "현재 손익 분기점 수준에서 운영 중이며, 오랜 기간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 자금 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기업 및 개인 자산을 매각하는 매장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IMC(İstanbul Manifaturacılar Çarşısı)매장>

[자료: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촬영]

세이프가드 조사, 현지 업계에 불확실성 가중

튀르키예 정부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봉제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를 추진 중이다. 2024년 1월, HS Code 60(메리야스 편물과 뜨개질 편물)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했으며, 조사 대상국에는 한국, 중국, 이집트 등 주요 수입국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는 원래 9개월 이내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2024년 11월 현재까지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는 현지 봉제기업들의 어려움을 반영한 정책적 고민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섬유 원단의 수입비용이 증가하면 현지 봉제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 조치의 지연은 현지 업계에 사업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집트, 봉제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

튀르키예의 봉제기업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집트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집트는 낮은 노동비와 에너지 비용, 투자 친화적인 정책 등으로 매력적인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튀르키예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튀르키예 기업들의 이집트 진출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인건비 절감 효과와 더불어 최근 튀르키예 리라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조 원가 상승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봉제기업들도 이집트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대규모 중국 자본이 현지 봉제 산업에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튀르키예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튀르키예 봉제기업의 이집트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섬유 원단의 주요 수출국이 튀르키예에서 이집트로 변경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수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으나, 동시에 이집트 내 경쟁 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전망

이집트가 봉제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튀르키예 기업들의 이집트 진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지 봉제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려는 방안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섬유 및 봉제산업의 흐름이 새로운 거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튀르키예 봉제업계의 위기와 이집트 진출 확산은 한국 섬유 원단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동시에, 국제 시장 변화 속에서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  Turkstat, Global Trade Atlas, 튀르키예 무역부,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