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날

네덜란드에서 9월 셋째 주 화요일은 왕자의 날(Prince’s Day) 또는 예산의 날(Budget Day)로 불리며 네덜란드 의회 활동이 공식적인 개회일로 중요한 연례행사가 열린다. 이 날, 국왕은 연설(Troonrede) 통해 내년도 정부 계획과 예산안을 발표한다. 이 날 발표되는 내용은 정부의 방향성과 정책 우선순위를 밝히는 중요한 자리로, 국민과 의원들에게 향후 계획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예산 각서(Miljoenennota)와 국가 예산(Rijksbegroting)이라는 문서를 통해 다음 해의 예산과 재정 계획을 하원(Tweede Kamer)에 제출한다.

2025년 정부의 예상 지출은 총 4,570억 유로로, 이 중 사회보장 분야에 1,149억 유로, 의료 분야에 1,146억 유로가 집중될 예정이다. 반면, 정부의 총 예상 수입은 약 4,251억 유로로, 소득세가 973억 유로, 매출세가 822억 유로를 차지한다.

<2025년 정부 지출 수입 개요>

[자료: rijksfinancien.nl]

구매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조치

네덜란드의 소득세는 세 가지 범주(Box)로 나뉘며, 각각 고유한 세율을 가지고 있다. 

범주(Box) 1은 근로, 사업, 주택 소유로 인한 소득을 다루며, 급여 소득, 자영업 소득, 주택 모기지 이자 등이 포함된다. 

범주(Box) 2는 5% 이상의 회사 지분에서 발생한 소득을 의미한다. 2024년 1월 1일부터 Box 2에는 한 개의 과세 구간이 추가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2구간으로 적용된 세율 대신 1구간이 늘어간3구간으로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2025년에는 첫 번째 소득세 구간이 연 소득 €38,441까지 적용되고, 해당 소득에 대한 세율이 35.82%로 인하된다. 두 번째 구간은 €38,441에서 €76,817 사이에 새로 도입되며, 세 번째 구간은 €76,817 이상의 소득에 대해 적용된다. 세 번째 구간은 과거와 동일하게 49.5% 세율이 적용된다. 소득세 구간 추가에 따라2025년에는 근로자와 국민연금(AOW) 수령자의 순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소득세는 €75,518까지의 소득에 대해 36.97%, 그 이상의 소득에는 49.5%를 적용한다.

천연가스에 대한 에너지세가 인하되면서, 2025년에는 모든 국민이 29유로의 세금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휘발유, 경유, LPG에 대한 현재의 소비세 인하 조치도 1년 더 연장된다. 따라서 2024년과 동일하게 휘발유는 리터 당 0.79유로, 경유는 0.52유로, LPG는 19유로로 유지된다.

빈곤 및 사회 문제 해결

네덜란드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패키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 (Schoolmaaltijdenprogramma)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체 학생 중 저소득 가구의 학생이 30% 이상인 학교만 등록할 수 있으며,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침이나 점심 중 적어도 한 끼의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운영되며, 학교는 식사를 제공하거나 간식을 냉장고에 비치해 두는 등의 식사 제공 방법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동 1인당 주당 약 9유로의 자금 지원이 제공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료 수당과 아동 관련 예산도 조정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연간 10만 채의 신규 주택 건설을 목표로 최대한 많은 신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주택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26년부터 주 거주지가 아닌 주택에 대한 일반 양도세율이 10.4%에서 8%로 인하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2025년 1월 1일부터 천연가스에 대한 에너지 세율을 인하할 계획이다. 이 조치는 연간 최대 170,000m³의 소비량에 적용되며, 2025년 세율은 이 조치가 없을 때보다 m³당 €2.8가 낮아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2.3의 요금 인상 제안을 뒤집고, 가계의 에너지 비용을 경감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세금 인상

정부는 2026년부터 문화, 예술, 서적 및 스포츠의 부가가치세 세율을 기존 9%의 감면 세율에서 21%의 일반 세율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박물관, 음악 및 연극 행사, 예술품 구매 및 공연, 도서 및 전자책, 스포츠(피트니스, 스포츠 클럽 등)에 적용된다. 정부는 부가가치세율을 변경함으로써 세수를 늘리고자 한다. 이는 세금 시스템을 더 단순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이 법안에는 선결제에 대한 전환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극장 공연 티켓을 2025년 8월 24일에 선결제하고 공연이 2026년 1월 2일까지 열리지 않는 경우, 일반 부가가치세율인 21%가 적용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숙박에 대한 부가가치세율도 감면 세율 9%에서 일반세율 21%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호텔, 휴가나 여가를 위해 임대하는 주택, 바퀴가 있어 다른 장소로 이동이 용이한 이동식 주택의 숙박에 적용된다. 또한 선결제에 대한 전환 규정이 적용되므로 숙박 자체는 2026년에 이루어지지만 2025년에 미리 결제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21%로 세율이 적용된다.

도박세는 2025년과 2026년에 점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도박세는 2025년 1월 1일부터 30.5%에서 34.2%로 인상되며, 2026년에는 37.8%로 인상된다. 세율 인상을 통해 도박 서비스 제공업체와 그 이용자는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이 조치를 통해 정부는 세수를 늘리고자 하며, 네덜란드 정부는2026년부터 연간 2억 2천만 유로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 재정

네덜란드 정부는 건전한 공공 재정을 유지하고 엄격한 예산 계획을 준수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경제가 호황일 때 재정적 여유를 확보해,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향후 4년간 예산 적자 비율을 3% 미만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국가 부채를 GDP의 60%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2026년에는 군인 연금에 대한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이 목표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네덜란드의 예산 적자는 2.8%에 달하고, 국가 부채는 GDP의 46.6%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중앙계획국(CPB)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2029년까지 예산 적자는 3% 미만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국가 부채가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보조금을 줄이고 공무원 수를 줄이며, 개발 협력을 축소하고, 망명 신청자 유입을 제한하며, 의료 계약 연장을 통해 의료 비용 상승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세금 시스템 변경

2025년부터 기업에 대한 기부금 공제는 폐지되며, 이는 법인세에서의 기부금 공제와 기업 기부 규정 모두에 해당된다. 따라서 2025년부터 기부는 세금을 내야 하는 이익 배당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후원과 광고는 여전히 공제 가능한 사업 비용으로 남는다.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를 위한 중소기업 이익 공제 혜택이 2025년에 축소된다. 2025년에는 수익에서 12.7%의 중소기업 이익 면세액을 공제할 수 있으며, 2024년에는 13.31%가 된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상장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특정 조건 하에서 배당세가 면제된다.

법인세의 일반 이자 공제 한도가 20%에서 25%로 확대된다. 이는 유럽 평균에 더 부합하는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법인세 제도에서 일반 이자 공제 제한(generieke renteaftrekbeperking)은 기업이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 이익에서 공제할 수 있는 이자금액을 제한하는 규정이며. 이 규정은 기업들이 이자 공제를 통해 과도하게 과세 소득을 줄이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세금 분류의 하나인 범주(Box) 3은 저축 및 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다루며, 저축, 주식, 부동산(주거용 주택 제외), 금과 같은 귀금속 투자 등이 포함된다. 범주(Box) 3의 과세는 실제 수익이 아닌 자산에 대한 추정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며, 매년 1월 1일 기준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의 가치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7년부터 추정 수익률 대신 실제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2026년까지는 현행 방식인 추정 수익률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사업 승계 제도(BOR) 및 양도 제도(DSR) 관련 변경 사항

상속 또는 증여의 일부로 사업을 양도할 때 적용되는 법이 변경된다. 네덜란드의 사업 승계 제도(Business Succession Scheme, BOR) 및 양도 제도((Transfer Scheme, DSR)는 세금 감면을 통해 특히 가족 간의 사업 양도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기존에는 사업을 양도받은 후 5년간 그 사업을 계속 운영해야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후임자는 엄격한 장기 약정이나 과중한 세금 부담 없이 사업을 더 쉽게 유지할 수 있다. 2025년부터 사업 승계 제도와 양도 제도는 모두 사업용 자산에만 적용되며, 비사업용 자산은 이러한 세금 감면 제도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2026년부터 사업 승계 제도(BOR) 및 양도 제도(DSR) 최소 지분율(5% 이상) 보유 적용

2026년부터 사업 승계 제도와 양도 제도를 적용 받으려면 양수인은 회사 가치의 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거나 적게 납부할 수 있다.

양도 제도는 회사를 양도할 때 적용되며, 이를 사용하면 양도한 후 남아 있는 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새로운 소유자가 납부하게 되어, 양도자는 세금 납부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소유주가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소유권이 변경되더라도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양수인들만 세금 혜택을 받도록 제한하여,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려는 데 있다.

시사점 : 2025년 네덜란드 예산안,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변화

2025년 네덜란드 정부 예산안은 네덜란드에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확장하려는 한국 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정 개편을 포함하고 있다. 비거주 부동산, 에너지 분야의 세금 인상이 주요 내용으로,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일부 세금 감면 혜택이 적용될 예정이지만, 사업 승계 요건이 강화되며, 2026년까지 예술, 문화, 접객업 부문은 부가가치세가 21%로 인상될 계획이다. 이는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에게 유의미한 변화가 될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속가능성, 주택, 부채 관리에 중점을 둔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철저한 준비와 적응이 필요하다. 

자료: rijksoverheid.nl, government.nl, kvk.nl, business.gov.nl, ondernemersplein.kvk.nl, rijksfinancien.nl